히말라야 트레킹 출발일을 꼭 3일 앞둔 지난 3월 13일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4시반쯤 일어나 준비를 하고 5시에 출발하여 차로 40분쯤 걸리는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 였는데 수십 년간 안 치다가 다시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 북미 출장 중에 휴일 날 한 번 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래 전에 테니스를 하던 때가 떠올랐고 흥미진진했기에 다시 하게 되었다.
포핸드(Forehand)와 백핸드(Backhand)를 치고 전진해서 발리(Volley)를 두 차례 한 후, 공중에 뜬 공을 스매싱(Smashing)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들어 공을 쳐다보는 순간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은 상태에서 햇빛처럼 내리쬐는 라이트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공의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떨어지는 공을 놓치지 않고 강하게 쳐서 마무리해야 했기에, 오른손을 어깨위로 들어올려 라켓을 막 휘두르는데 두 발의 위치가 공이 있는 지점과는 예상보다 멀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공을 칠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우측 대퇴부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네트 앞에서 그만 고꾸라졌다.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니고, 넘어져서 다친 것도 아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고였다. 그러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골절 사고였다.
그라운드를 기어나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옆에 있던 벤치에 겨우 올라가서 앉았더니 동료들이 와서 119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했지만 당장은 통증이 있어도 단순한 근육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양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십여 분 후 부축을 받아 차가 있는 곳까지 와서 운전석에 앉았는데 우측 무릎 윗 부분만 움직이지 않으면 참을만했기에 가만히 앉아서 운전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여 집 앞까지 왔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즉시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다시 인근 정형외과로 차를 몰았다.
진료를 하거나 엑스레이와 MRI 촬영을 위해 침상에 올라가서 눕는 과정에 다리를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을 때 엄청난 통증이 동반되었기에 제발 천천히 하자고 소리 칠 정도였다.
오래 전에 허리 디스크로 같은 부위에 5년 간격으로 수술을 두 번 받기도 했지만 이런 통증은 없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사흘 후인 월요일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고 하니, 의사가 고관절 옆에 있는 뼈가 선명하게 금이 가 있는 MRI 사진을 내밀며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근육통이어서 며칠 후 회복된다면 계획대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때까지 품었던 실낱 같은 희망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1년 전부터 계획했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야속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당분간 자연 치료가 가능한지 매주 엑스레이를 찍어보며 경과를 지켜보겠지만, 또렷하게 금이 가 있는 골절부위가 벌어지면 그때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목발을 쓰며 각별히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을 하게 되면 대퇴부 깊숙한 곳이기에 대수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 날 병원에서 돌아와 아파트 3층 높이의 2층 집에 오기 위해 목발을 짚고 계단을 오르는데 힘을 쓸 수 없는 골절 부위의 통증 때문에 40분쯤 걸려서 겨우 오를 수 있었다.
그 후 매주 병원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노심초사하며 상태를 확인한 후 돌아와야 했고, 일상생활을 할 때도 가만히 누워 있든지, 서 있거나, 또는 앉아 있으면 괜찮지만 우측 무릎 윗부분 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통증 때문에 힘들어서 자다가 몸을 마음대로 뒤척일 수도 없었다.
그럼 여기서 이번 골절사고가 골밀도의 저하등 필자의 체질적인 이유와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약 8년 전 병원에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지만 관련 약을 복용하고 운동으로 회복되어 2년 후 다시 병원에서 골밀도검사를 했을 때는 놀랄 정도로 개선되었다며,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느냐며 되물을 정도였기에 더 이상 골다공증이 아닌 골감소증 상태로, 1년에 한 번 병원에 와서 뼈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항노화, 항암, 항염증 및 면역 강화 역할을 하는 비타민 D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금번 사고 후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연간 1회 하는 골밀도검사를 다시 했는데, 골밀도 치수가 60대 평균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번 골절 사고와의 관련성을 여쭈어 보니, 병원에서는 골밀도가 정상 수준으로 호전되었기에 뼈가 더 심한 손상을 입지 않고 그 정도 사고로 멈춘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등산 동호회에서 등산 이야기를 줄곧 하는 것처럼, 테니스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테니스 이야기를 한다.
등산이 천 길 낭떠러지의 암벽에서 자일에 목숨을 맡긴 채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테니스 하는 사람들은 날이 채 밝기 전에 추운 겨울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이리저리 날뛰는 공을 쫓아 라켓을 휘두른다.
서브를 잘 하기 위해 토스 연습만 매일 300회씩 하는 사람도 있고, 발리 연습만 몇 년을 했다는 사람도 있다.
운동을 다시 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골절을 치료하는 정형외과에서는 애당초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6개월은 지나야 된다고 했으며, 골밀도 관련하여 기존에 다니던 종합병원에서는 테니스 같은 과격한 운동은 1년쯤 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그동안 매주 병원 가던 것을 이제는 격주로 가서 사진을 찍고 골절 부위에 특이 사항은 없는지 확인한다.
혹시라도 치료가 잘못될 경우 원망을 들을까 염려해서 그런지 몰라도 병원에서의 보수적인 언급과는 별도로, 약 2주전부터 목발 사용을 더 이상 안 해도 될 만큼 상태가 좋아졌고, 며칠 전부터는 한 시간 정도 집 뒷산을 가볍게 산책할 수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구 온난화 현상 탓에, 언젠가부터 최고의 계절이자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여겨 온 4월의 산야에 신록과 들꽃의 축제가 펼쳐지는 찬란한 순간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현실이 못내 아쉽고 답답했으며, 때로는 속상하고 짜증도 났지만, 길가의 돌멩이 하나에도, 풀 한 포기에도 하늘의 뜻이 깃들어 있다는 말처럼, 필자가 히말라야에 갈 수 없게 된 뜻밖의 사고에도 헤아릴 수 없는 창조주의 뜻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 해졌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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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구엽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사선을 몇 차례 넘고도 다시 우뚝 선 어사님 같은 분들에 비하면 제가 겪은 이런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언제,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상에 가까운 것입니다.
다시 함께 산행 할 날이 기다려집니다. -
작성자지설 작성시간 26.06.17 불에 데어본 자만이 그 아픔을 안다네요
많이 답답하고 하고싶고 가고 싶은 곳 못가지만 내일이 있으니 잠시 미뤄두고 휴식하라는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맘 편안하길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구엽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지설 형님, 별일 없이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형님의 근황이 궁금한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닐 겁니다.
만장봉 릿지 이야기가 나오니 1년 8개월 전에 선등하시던 모습이 추억을 소환합니다. 머지 않아 뵙게 되겠지요? -
작성자상록 작성시간 26.06.18 풀향기님을 통해 얼마전부터 목발을 졸업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이 답답하겠지만 서두르지 마시고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구엽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8 귀 담아 들을 충고입니다. 당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좋겠지만, 또 무슨 사달이 나는 빌미가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