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놀다 간 포항 최고의 절경,
포항 내연산 보경사 계곡을 만나다.
월성중학교 2학년 6반 김민욱
시험이 며칠 남지 않은 어느 날, 그냥 가족끼리 포항 내연산을 가기로 한다. 문학기행 이후로 또 다른 지역 답사를 하게 된다. 그때는 경주와 포항 둘 다를 둘러보는 일정 속에서 간 거였지만 이번에는 아예 포항만, 그것도 포항 제일 북쪽에 있는 내연산을 가보기로 했다.
내연산은 가을 단풍이 아름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은행나무 하나만 오늘이 11월이란 걸 알려주고 있었다. 주변 일대는 정말 황량했다. 저번 무장산 답사 때의 단풍을 기대한 나로서는 조금 실망했다. 어쨌든 그렇게 답사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문(아마도 일주문). 내연산 보경사라고 적혀 있다.)
(보경사 해탈문. 본격적인 절 경내는 여기 해탈문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해탈문을 지나면 보경사가 보인다. 그리고 보경사 뒤로 내연산의 자랑 12폭포가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폭포가 12개나 이어진 계곡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그 정도로 여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오늘은 시간상 연산폭포까지만 가기로 했다.
(보경사 전경.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고찰이다.)
폭포는 처음부터 차례차례 보는 것이 좋겠지만, 아버지께서는 일단 연산폭포부터 보고 다른 폭포를 보자고 하신다. 그래서 다른 폭포 다 제쳐놓고 연산폭포를 향해 간다.
초겨울이라 그런지 수량이 풍부하지 않다. 초반에는 물이 아예 안 보이다가 얼마 후부터 계곡이 보이고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산행이라 보기에는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았고 계단 같은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상생, 보현, 삼보, 잠룡, 무풍폭포를 다 지나간다. 돌아올 때 자세히 봐야겠다. 가는 중 중간중간 나오는 기암괴석들과 멋진 계곡들은 바쁜 걸음도 멈추게 하였다. 가까운 포항에 이런 절경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가을이나 여름에 오지 못한 게 정말 후회된다. 하지만 겨울이란 계절적 느낌 때문에 거대한 바위들이 더 우람하게 보인다. 우리나라 산은 정말 사계절 모두 예쁜 것 같다.
(내연산 일대. 소나무만 푸르게 산을 장식하고 있다.)
(상생폭포 일대의 소. 정말 넓다는 생각밖에는 안 든다.)
(연산폭포 가는 길. 상당히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거대한 바위봉. 겨울이라 나무들이 자취를 감추고 거대한 산의 뼈대가 드러난 모습이다.)
한 30~40분쯤 걸으니 계단과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 연산 구름다리가 바로 최종목적지인 연산폭포로 가는 길이다. 옛날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여기를 어떻게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관음폭포 일대. 오른쪽 계단이 연산폭포로 가는 최종관문이다.)
(연산구름다리. 구름다리 하면 읍천 주상절리 가는 길의 구름다리가 생각난다.)
마침내 도착한 연산폭포! 비가 제대로 내리지도 않았는데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거대한 폭포 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사방이 막힌 곳임에도 불구하고 폭포의 영향으로 촉촉한 바람이 불어온다. 높이 30m, 길이 40m의 내연산 12폭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연산폭포는 내연산에서 '내'자를 뺀 것으로 상폭이라고도 부른다(상생폭포-하폭, 관음폭포-중폭, 연산폭포-상폭. 이 셋을 합쳐 삼폭이라 부른다.). 워낙에 유명한 곳인지라 겨울이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곳곳에 수많은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것도 꽤 장관이다. 역시 내연산 최고의 절경답다.
(연산폭포 수직 파노라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적으로 본 연산폭포.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바위에 새겨진 수많은 이름. 저런 거 몇 개는 좀 지웠으면 좋겠다.)
이제 밑으로 내려가면서 지나쳤던 폭포를 둘러본다. 먼저 7번째 폭포인 연산폭포 바로 밑에 있는 폭포, 관음폭포로 가본다. 구름다리 밑에 있는 폭포인데 이 폭포도 정말 한 절경 한다. 관음폭포는 중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규모는 연산폭포에 비해서 작지만, 주변 일대 경치가 정말 신비롭다. 곳곳에 뚫린 구멍들은 마치 스님이나 도인들이 수련했을 법하다. 실제로 관음폭포라는 이름 역시 금방이라도 이 경치에서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줄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관음폭포 위에는 예전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여기서 연습을 하다 추락사하신 한 산우의 추모비가 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그분이 아버지 학교선배라고 하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관음폭포. 뒤의 동굴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산적의 보물 같은 거라던가.)
관음폭포 바로 밑에는 무풍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대로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이다. 협곡에 위치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대체로 주변 폭포보다 규모가 작아 그냥 무풍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연산폭포와 관음폭포, 그리고 무풍폭포를 합쳐 삼용추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무풍폭포. 실제로 크기가 작아 그냥 지나칠 뻔하기도 했다.)
무풍폭포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4번째 폭포, 잠룡폭포가 나온다. 잠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물속에 잠들어 있는 용이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겨울이 아니면 나뭇잎 때문에 잘 안 보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이어서 좋은 점도 있다.
(잠룡폭포. 나무들 사이에 꼭꼭 숨어 있다.)
다음 폭포를 가기 전에 보현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들른다. 상당히 작은 암자지만 암자 위 갓 부처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꽤 멋지다. 다만 갓 부처님은 속이 텅 빈 석고 불상이었다(석고인 건 정말 반전이었다.). 이미 깨달음을 얻어서 속을 다 비우신 건지도 모르겠다. 보현암에는 한 때 건축가를 꿈꾸셨던 한 스님이 기거하고 계셨다. 되게 재미있으신 스님이셨다.
(보현암. 암자 자체는 그리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감이 간다.)
(갓 부처에서 바라본 내연산 일대.)
보현암 밑에는 삼보폭포가 있는데, 등산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모험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선간판을 자세히 보면 '밑으로 80m(확실하지는 앟음)'란 표시가 보인다. 그리고 느낌상 길처럼 보이는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삼보폭포가 나타난다. 삼보폭포라고 하지만 실제 본 물줄기는 2개밖에 없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다른 곳과 달리 사람들이 없었다. 만약 삼보폭포 선간판을 보신다면 지나치지 말고 꼭 가보는 게 좋다.
(삼보폭포. 등산로 상 잘 안 보이는 자리 잡고 있어서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
삼보폭포를 보고 내려가는 길에 꽤 이상한 폭포가 하나 나오는데 바로 보현폭포다. 방금 지나온 보현암에서 이름을 따온 것인데 겨울에는 보는 것을 포기하는 게 좋다. 물론 절벽을 타거나 다른 등산로를 따라간다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의 등산로에서는 물소리와 제일 끄트머리만 보여서 가보면 맥이 풀린다. 도대체 얘는 어떻게 봐야 제대로 보이는 걸까?
(보현폭포 일대. 경치가 수려하다. 중앙에 보이는 하얀 물보라가 보현폭포다.)
(보현폭포. 일단 물을 건너거나 절벽을 기지 않는 한 보이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보현폭포 밑에는 드디어 첫 번째 폭포(답사 상 마지막 폭포)인 상생폭포가 나온다. 쌍생폭포, 쌍폭 등으로도 많이 알려진 상생폭포는 삼폭 중 하폭에 해당한다. 주변 일대 소와 모래밭이 꽤 넓다. 만약 처음부터 순서대로 본다면 "이래서 여기가 포항 최고의 절경이라고 부르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오른쪽 폭포는 물이 많이 내려오지 않는다. 여름에 꼭 다시 와야겠다.
(상생폭포. 소의 물이 맑아 밑에 송사리가 지나가는 것까지 물 위에서 다 보인다.)
이제 마지막 보경사로 간다. 그 전에 잠시 서운암이라는 암자에 들렀다. 방금 보현암보다는 더 컸다. 하지만 조금 새로 지은 티가 많이 났다. 하지만 최근에 단청을 칠해서 서운암 본건물 단청이 붉은 가을 단풍을 연상케 했다. 안에는 사람이 계신지 모르겠다. 그리고 서운암 뒤로는 승탑밭이 하나 있었다.
(서운암. 보현암에 비해서는 크지만 결국 암자는 암자일 뿐이다.)
서운암 바로 밑이 보경사다. 보경사는 당에서 유학하고 온 지명법사가 "동해안 명산 명당에 자신이 진나라 도인으로부터 가져온 팔면보경을 뭍고 그 위에 절을 지으면 왜구가 물러가고 삼국을 통일할 것이다."라고 진평왕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진평왕은 내연산 아래 큰 연못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매워 그 위에 금당을 지었다고 한다. 이처럼 보현사는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유서깊은 사찰이다. 절은 조금 큰 편이었는데 약간 이해하기 힘든 가람배치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제일 뒤편에는 여러 전각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층 석탑이었다. 지붕돌이 경쾌하게 들려 있어 날렵한 느낌을 준다. 고건물들도 많았지만 몇몇 새 건물과 새로 지은 탑들이 눈에 띄어 조금 아쉬웠다.
(보경사 오층석탑. 뒤로 적광전이 보인다. 적광전 앞에 있어서 금당탑이라고도 부른다.)
(대웅전 뒤 여러 전각. 여러 사찰을 답사하면서 이렇게 일직선 상에 놓인 가람배치는 처음 본다.)
(보경사 대웅전. 다포양식을 통해 이 건물이 조선 후기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답사 후 차를 대 놓기 위해 빌려 썼던 주차장 주인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음식들 하나하나가 맛있었는데 그 중 취나물이 반찬으로 나왔다. 아버지께서는 이게 바로 산에 오면 먹는 자연의 반찬이라 하시며 드셨으나 주인아주머니께서 울릉도에서 보내온 거라 하셔서 모두 웃었다. (그래도 자연산은 자연산이네.)
보경사 보다는 12폭포에 초점을 맞추어서 답사를 진행했다. 뒤의 다섯폭포를 가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한 산에 12개의 폭포가 줄지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진짜 신선이 놀다 간 곳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포항 내연산 12폭포!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임은 틀림없다.
-여정-(2012. 11. 25. 日)
보경사 일주문→ 보경사 해탈문→ (다른 폭포 일단 지나치고)→ 연산 구름다리→ 연산폭포(상폭)→ 관음폭포(중폭)→ 무풍폭포→ 잠룡폭포→ 보현암→ 삼보폭포→ 보현폭포→ 상생폭포(하폭)→ 서운암→ 보경사
*본 폭포 가는 것은 거꾸로 갔음을 알려 드립니다. 원래는 상생→보현→삼보→잠룡→무풍→관음→연산폭포 순입니다.
새롭게 펼쳐라!
羅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