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혁명가가 그리운 시대,
내가 뿌린 씨를 내가 거둔다.
그래야 행복할 수도 있지만 ,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거두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세상의 이치에 따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안 일어날 것은 안 일어난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은 안 만난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이다.
내 지론이 가끔씩 흔들린다.
역사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다가 간 사람들이 많다.
효창공원 삼의사묘에 안치 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가 그런 사람이고,
김구와 신채호,
남아메리카 다섯 나라의 혁명을 주도했던 시몬 볼리바르가 그러했고,
체 게바라 역시 그렇게 살다가 갔는데,
그가 남긴 시 한 편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쿠바를 떠날 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씨를 뿌리고도
열매를 따 먹을 줄 모르는
바보 같은 혁명가라고,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열매는 이미 내 것이 아닐 뿐더러
난 아직 씨를 뿌려야 할 곳이 많다고,
그래서 나는 행복한 혁명가라고,“
체 게바라의 <행복한 혁명가>라는 시 전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어떤가,
자기가 뿌린 씨앗은 자기가 거두겠다고,
아니 남이 뿌린 씨도 자기가 거두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고부군수 조병갑이나 다름없이
불가사리처럼 온갖 것을 탐하고,
자신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행하는 사람들만 넘쳐나고 있다.
염치나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대에
체 게바라의 시를 읽는 마음은 쓸쓸하다.
잠시 살다가 가는 세상,
아직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운 씨앗을 뿌려야 할 땅은 많은데,
체 게바라나 시먼 볼리바르와 같은 사람들은 찾기가 힘드니,
이를 어쩐담,
2026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