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다방에서 전도연을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다.
그 새 오래전 이야기다. 전주의 지인들과 무주 거쳐서 김천으로 답사를 떠난 때의 일이다.
“아침 일찍이 아니지만 며칠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날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정상이지만 미리 어디로 간다는 것이 약속된 이상, 잠은 깊지를 못하고, 며칠 만에 다시 장교완 선생과 종합경기장 정문 앞에서 커피 한잔을 나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자판기 커피의 맛, 잠이 덜 깬 것도 아닌데 거푸 두잔 씩이나 커피를 마시고, 진안과 무주를 거쳐 무풍에 닿은 것은 열시 30분, 잠시 쉬어 갈 겸 다방에 들렀다.
돌 다방과 가야 다방, 두 군데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망설이다가 가야다방에 들어선다.
다방에는 70이 넘어 보이는 사람과 오십이 다 된 마담, 나는 이 다방에 전도연이라는 아가씨가 있느냐고 물었다. 내 말을 알아들은 마담은, 있긴 있는데 커피 배달을 나갔다고 맞장구친다.
언제쯤 오느냐고 묻자, 카센터에 나갔는데 한 오분 쯤 지나면 올 것이라며 전도연이라는 아가씨가 나이가 아직 어리다고 말한다. 장교완 선생은 어쩌면 영화 <너는 내 운명> 처럼 그렇게 전도연 같은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데, 최현숙원장은 웃으며, 반신반의 한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언제 오느냐고 묻자 안 오면 전화를 해서 부르겠다고 하는데, 문을 열고 우리가 기다리는 그 전도연이 들어오는 소리,
문을 바라보던 서지영 선생님의 한 마디 말 ‘빨리 가지’
그래 장난으로 기다린 기대라는 것도 깬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라서 나이가 40이 훨씬 넘은 전도연 아닌 전도연을 바라보는 마음이 서운했던 것일까?,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 같은 젊은 여자가 어떻게 이곳 무풍 같은 시골 다방에 있겠는가? 한때는 십승지지의 한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들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한적한 다방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김천으로 함안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에 오른 시간은 열한시 쯤, 그렇게 짙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그렇지 항상 나는 무엇인가를 기다렸지.”
여행에서 돌아온 지 그새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 여러 가지가 낯설다. 낯선 곳에서 낯선 곳을 그리는 마음, 그래, 그 마음이 내 본래의 마음이다. 길이 끝났을 때 또 다른 나타난다는 말, 나는 또 어디를 향해 나아갈까?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립고, 그래서 다시 먼 길을 떠나는 것이 삶의 이치가 아닐까?
2026년 6월 16일.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가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