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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이 건너는강

자신의 집에다 ‘통곡헌慟哭軒’이라는 편액을 걸었던 사람,

작성자신정일|작성시간26.06.18|조회수49 목록 댓글 2

자신의 집에다 통곡헌慟哭軒이라는 편액을 걸었던 사람,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덕천강변에 남명 조식이 제자들을 가르쳤던 집의 편액이 산천재山天齋. 서지영 선생님이 그 이름을 너무 좋아해서 소양에 집을 짓고 산천재라는 편액을 달았었는데, 요즘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 집을 짓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저마다 독특한 이름의 편액을 거는데, 그 편액에 대한 이야기를 조선시대의 실패한 혁명가인 허균이 글로 남긴 것이 있다.

 

내 조카인 ""이 집을 짓고는 "통곡헌慟哭軒"이라고 편액을 걸었다. 하니 사람들이 모두 껄걸 웃으며 말했다."세상에는 좋아할 만한 일도 매우 많은데 어찌하여 통곡한다는 뜻으로 집의 편액을 삼는가? 하물며 통곡한다는 것은 아버지를 잃은 자식이나 남편을 잃은 지어미가 목을 놓고 우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소리 듣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그대는 홀로 사람들이 꺼리는 것을 거스르면서 거실에다 걸어 두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에 친이 대답했다.

"나는 세상이 등지는 것을 등지고 시속이 좋아하는 것을 어기는 사람이다 세상이 기쁨을 즐기기에 나는 슬픔을 좋아하고 시속이 기뻐하므로 나는 또 슬퍼한다.

부귀와 영화도 세상에서 좋아하여 나는 그것을 버리고 오직 천하고 가난하고 궁색하고 검약한 것 따위를 가까이 해서 그 것을 내 곁에 둔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것을 고르다 보니 통곡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나는 이것을 나의 집 편액으로 삼은 것이다."

내가 이 말들을 듣고 비웃는 여러 사람에게 충고하였다 .

"무릇 통곡에도 도가 있는 것이다. 대개 사람의 칠정(기쁨,성냄,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망)을 쉽게 움직여 나오는 것에 슬픔보다 더한 것이 없다 .슬픔이 지극하면 반드시 통곡이 나오는 것인데 슬픔이 오는 것은 여러 갈래이다.

그래서 세상일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을 상심하여 통곡한 사람은 가의였고 흰 실이 그 본바탕을 잃는 것을 슬퍼하여(사람이 그 본래의 착함을 잃었다는 뜻) 통곡한 사람은 묵자였고 동쪽 서쪽 갈림길을 싫어하여 통곡한 사람은 양자였고, 갈 길이 막혀서 통곡한 사람은 완적이었고, 세상 돌아가는 꼴이 어이없음을 슬퍼하여 스스로 사람 없는 곳에서 살며 통곡의 뜻을 붙인 사람은 당구였다.

이들 몇 사람은 모두 품은 생각이 있어서 통곡한 것이지 헤어지기가 싫거나 억울함을 품거나 해서 눈물이나 짜는 아이나 계집의 통곡을 본받으려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저 몇 사람이 살던 세상에 견주어 보면 말세라고 할 수가 있겠다. 나라 일은 날로 글러지고 선비의 행실은 날로 경박해져서 벗을 배반하고 등쳐먹는 것이 마치 길이 갈라져 천리나 어긋나는 것보다 더 심하고, 어진 선비가 곤욕을 치루는 것이 길이 막혀서 허덕이는 정도가 아니어서, 모두 사람의 흔적이 끊긴 곳으로 도망치려 하니 만일에 저 옛 군자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목격 하게 한다면 어떤 생각들을 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통곡할 겨를도 없어서 모두 굴원과 같이 돌을 끌어안고 모래에 혀를 박고 죽으려 들 것이다.

친이 집의 편액을 통곡으로 달아 둔 것도 이런 뜻에서 나온 것이니 여러분은 그 "통곡"이라는 글자를 너무 비웃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비웃던 사람들이 말귀를 알아듣고는 물러갔으므로 이것을 기록하여 여러 사람의 의심을 풀어 보는 것이다.

 

허균이 살았던 조선 중기나 오늘의 이 시대나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 한군데 성한 데가 없는 세상, 그래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세상임에도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바른 세상을 견지 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는 전제하에서 허균의 조카 처럼 집집마다 통곡헌이라는 편액을 걸 수도 없고( 나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신정일의 서가라는 편액(송하진 글씨)을 걸었지만)

이 풍진 세상을 그저 바라보고 있기도 뭐하고........그냥 그렇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시절이라서 더욱 그런 것은 아닐까?

 

2026618

 

사진은 어제 다녀온 기축옥사의 주인공 정여립의 의문사한 진안 죽도 풍경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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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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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교보샘 | 작성시간 26.06.18 세상 삶의 현장에서 넘치고 쓰러질것같은 분들의 아집과 고통을 이겨내며
    공유세상으로 함께하는 편액의 이름이 무엇인들 어찌 하나이까 통곡헌이
    맞는분에게는 최고의 편액이라 생각 합니다.
  • 작성자신정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그렇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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