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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이 건너는강

더덕과 천마를 캐던 덕태산 자락에 국립 진안고원 산림치유원이 들어섰다.

작성자신정일|작성시간26.06.22|조회수61 목록 댓글 2

더덕과 천마를 캐던 덕태산 자락에 국립 진안고원 산림치유원이 들어섰다.

 

늦은 가을이나 봄에 달리 할 일이 없을 때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셨다. 어느 봄날이었다. 아버지는 산에 가자고 하시며 내게는 작은 망태기를 주시고 당신은 큰 망태기를 챙기셨다. 곡괭이와 낫, 그리고 삼베 보자기에 싼 보리밥하고 된장만 챙기면 산행의 준비는 마무리 되었다. 백운동 마을을 지나 노루목고개를 넘어 전전바위를 거치면 망태골 입구에 이른다. 그곳에서 여러 갈래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망태골로 해서 선각산을 오를 것 인인가, 열두골로 해서 선각산을 오를 것인가 아니면 장자골로 해서 시루봉과 홍두깨재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가? 하루의 일정은 순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때 그 시절 아버지는 오늘날 도보답사팀에서 말하는 길을 안내해 주는 깃발이자. 답사여행의 길잡이였고, 나는 그 깃발을 따라 길손이자, 답사객이었다. 그때 아버지에게서 살아있는 답사 여행을 터득했기에 내가 답사여행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자골 아래를 가던 아버지가 나를 불러 세우더니 저것이 바로 약재로서 귀한 천마란다. 늦은 봄 6,7월에만 저렇게 꽃이 필 때만 천마를 캘 수 있는 귀한 약재란다.”하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황갈색붉은 꽃대가 올라온 그 줄기를 한참을 캐 들어가자 마치 검은 고구마 같은 뿌리가 올라왔다. 그것을 집에 가지고 돌아와 감자처럼 깎아서 말렸다가 장에 내다 팔면 많은 금액을 받는 것이 천마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천마는 강장제와 ·신경쇠약, 그리고 ·현기증과 두통에 탁월한 효과를 올리는 한약재였다.

선각산 아래 신암리가 한눈에 내려다 뵈는 등성이에는 쭉쭉 뻗고 씨알 굵은 산 더덕의 집산지였다. 하루를 돌아다니다 운이 좋고 잘 캐는 날은 한 말쯤 캐고 대개는 반말 정도 캤는데 그 당시 굵은 산 더덕 한 말이면 쌀 한 말과 맞바꿀 수가 있었다.

그 향기로운 더덕을 많이 캐다 보니 더덕의 올라온 줄기만 보아도 그 크기를 짐작할 수가 있었다. 어떤 것은 새끼손가락 만하게 굵어서 캐 보면 정말로 크기가 장대했고 어떤 것은 줄기가 굵은데도 똘똘 뭉쳐서 그리 크지 않아 실망을 주기도 했다. 더덕을 많이 캐면 그 더덕을 가지고 구워서 먹기도 하고, 고추장에 찍어서 먹기도 하고, 맵게 탕을 해먹가도 하는데, 저마다 맛이 다 달랐다. 그렇게 며칠을 먹다가 보면 방귀를 뀌어도 더덕 냄새고 화장실도 온통 더덕냄새만 났다. 그뿐인가? 덤으로 눈부시게 흰 꽃이 피는 산 작약에다 산 당귀, 조금만 입에 넣고 씹어도 입이 얼얼하도록 박하향 비슷한 향내가 진한 세신(학명으로는 족두리 꽃이라고 부름)이라고 불리는 약초 등을 캐면 죽어라 일해야 쌀 서너 되를 받을 수 있는 남의 집 품팔이보다 나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산으로 자주 가셨다. 혼자 가시면 심심해서 그러셨는지, 아니면, 제대로 학교 공부도 못 시킨 나를 데리고 산으로 데리고 가서 그 산에 대한 것을 가르쳐 밥은 안 굶고 살게 하려는 심오한 뜻이 숨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동행했던 아버지를 통해 우리 산천에 대한 살아 있는 교육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천마나 더덕. 작약 같은 약초의 가격이 제법 비쌌는데 그러한 약재나 산나물을 대량 재배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산을 찾는 약초꾼들이 제법 많았다.

천마는 대개 늪지대에서 잘 자랐고, 더덕은 산 정상 부근의 싸리나무나 잡목 숲이 울창한 곳의 것이 컸으며, 딱주라고 불었던 잔대는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잘 자랐고, 세신이나 고비는 물기가 촉촉한 음지에서 잘 자랐다.

그 때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글 한 편이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평생 달걀을 먹었다 면서도 갸름한 달걀이 가장 맛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 벼락은 하복부에 효과가 있고, 서늘하고 맑은 대기 중에서 향기는 가장 강하게 퍼진다는 것, 미각은 입 속의 부위에 따라 다르다는 것, 식사하면서 많이 떠들거나 듣는 것은 위에 좋지 않다는 것, 이런 것들을 모르는 인간들과 늘 상 마주치게 된다.

관찰의 결여에 대한 이러한 예를 드는 것으로도 부족하다면, ‘가장 밀접한 일이 대부분의 인간에 의해 잘 못 관찰되고 있으며, 거의 관찰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을 더 살펴보는 게 좋으리라. 이런 일들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개개인의 거의 모든 심신의 결함은 이런 일의 결여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 생활 방식의 조정, 일과 할당, 교제의 선정과 시간, 직업과 여가. 명령과 복종, 자연과 예술 감각, 음식, 수면과 명상 등에 있어서 무엇이 유익한 것이고, 무엇이 해로운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일에 무지하다는 것과 날카로운 안목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이것이 그처럼 많은 사람에게 있어 지상이 재난의 들판인 이유이다.

여기서 문제는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비이성非理性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성은 충분하고도 넘칠 지경이지만, ‘잘못쓰여지고 있으며, ‘고의적으로그 사소하며 가장 가까운 일들에게서 벗어나 있다. 승려와 교사, 그리고 조잡하거나 섬세한 온갖 류의 이상주의자들의 고상한 지배욕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중요한 것은 전혀 다른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 영혼의 구제, 국가에의 봉사, 학문의 진보, 혹은 전 인류에 봉사하는 수단으로써 명성과 재산 따위가 중요하며, 반면에 개개인의 욕망, 하루 스물 네 시간 안에서, 크고 작은 개개인의 필요 따위는 경멸받을 만한 것 혹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미 소크라테스가 이런 교만한 인간적인 일의 경시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저항했었다. 그는 또한 호머의 한 마디 말을 인용하여 배려와 숙고를 필요로 하는 온갖 일의 진정한 범위와 본질에 주의를 환기시키려 했다.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좋든 궂든 간에 집에서 부딪치게 되는 일이야말로 그리고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방랑자와 그 그림자에 실린 글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일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비일비재하다. 한번은 한의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내 고향 진안고원의 지붕 같은 산, 선각산을 택했다. 그 산에 봄이면 산 당귀와 곰 취, 그리고 알 이 굵은 더덕과 잔대, 그리고 고비 같은 봄의 미각을 돋우는 귀한 산나물이 지천으로 나기 때문에 싱싱한 나물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명문 한의대를 나온 한의사가 산 당귀를 비롯한 산의 약재를 처음 보았다는 것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학교의 현장에서는 마른 약재만 가지고 실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의성 허준許浚이나 유의태처럼 온 산천을 돌아다니며 약재를 채취하는 실습은 하지 않고서도 한의사가 된 것이었다. 한의사들이 그러할진대 일반인들은 말해 무엇 하랴. 산에 주렁주렁 매달린 머루나 대래, 으름은 말할 나위가 없고, 산 작약꽃이 하얗게 피어 있어도 모르고 지나간다. 모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데 알지도 못하면서 개 당귀를 먹기도 하고, 천남성을 산삼으로 잘 못 알고 먹어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현장에서 수학 영어만 가르칠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못 먹는 풀, 먹어도 되는 산과일과 약이 되는 풀이나 나무들에 대해 가르쳐야 할 것이다.

나이 50이 넘은 사람들이 뽕나무에 매달린 오디나 벚나무에 달린 버찌를 처음 먹어봤다고 감격해 하는 것을 보면, 가끔씩 씁쓸할 때가 많다.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점심때가 되면 아버지는 물 맑은 시냇가에 자리 잡고서 점심 먹자.” 하셨다. 삼베주머니에 싸온 밥을 펴 놓으시고 금세 캔 더덕을 까서 된장과 고추장에 찍어주시며 먹으라고 권하던 아버지의 그 손길이 가끔씩 떠오른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그 사이에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 것이고 세월이 흐른 탓에 지나간 것은 그리운 탓이리라.

 

그런 추억이 알알이 새겨진 곳에 영주에 이어서 국립 산림치유원이 들어서서 나라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세파에 시달린 심신을 달래고 있으니, 세월은 모든 것을 변모시키는 최고수의 마술사가 아닐까?

 

202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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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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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교보샘 | 작성시간 26.06.22 new 그러내요 신비스러운 자연의 이치를 모르고 살아가는 현실 앞에서
    ai 시대에 살아간다면 엄청난 과오가 예상 됨니다.
  • 작성자신정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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