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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모임방

[경북방 출석부]1월10일 금요일//우리 어머니는 평생을 자식에 치이며 사셨습니다

작성자가을사랑.|작성시간25.01.10|조회수227 목록 댓글 157

어머니는 늘 자식들에게 치여 살았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일감이 기다렸다.

밥을 해대랴 시간 맞춰 아이들 등교시키랴 재래식 부엌을 분주하고 들락거렸다.

 숨 고를 틈 없이 몸이 빠져나간 식구들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

한손엔 어린 아들의 손을 꼭 붙들고 다른 손은 머리에 인 빨래함지를 잡고 강으로 향했다.

 

뜰 안에 이불소청이 길게 걸려 있는 날은 어머니의 홍두깨가 흥겨운 날이어서 기다려졌다.

한 여름에도 싸늘한 냉기 흐르는 다듬잇돌에 오남매의 몸을 가릴 이불소청을 올려놓았다.

반들거리는 박달나무 채를 쥐시면 신명난 가락이 오래 펼쳐졌다.

날렵한 손놀림을 올려붙여 기세를 돋우는 소리꾼이 되었다.

 

자신모리와 중모리를 섞으며 치닫는 어머니의 북채에 저절로 어깨춤이 들썩거렸다.

득음을 얻기 위해 폭포에 들거나 소리꾼의 길목에서 머뭇거리다

실명을 자처한 이야기와 사뭇 달랐다. 어머니 당신이 빚어낸 고유의 절창이었다.

 

방망이는 단조롭지 않았다.

강약이 반듯하여 왼편에 실린 느슨함을 속히 끌어당겨 오른손 북채에 힘을 더해 거침없이 균형을 이뤘다.

박자는 살고 리듬은 너울거렸다.

댓돌 위에 소청이 뻣뻣하게 날이 서야 비로소 홍두깨를 내려 놓으셨다.

짓이긴 천위에 후드득 물을 뿜어내며 숨을 가다듬으셨다.

어머니의 신명을 엿보던 아들의 빈손에 소청 귀를 틀어쥐게 하시고 엇박자로 당기며 단호하게 입을 앙다무셨다.

 

부엌일을 거들거나 심부름에 나설 때 군입을 채워주실 뿐 동전 한 닢 구경을 못하던 시절이었다.

먹는 일이 예사롭지 않던 때이니 그러려니 하였다.

주전부리를 위해 치마말기를 잡고 채근하다 도끼눈이 돼 버리는 어머니의 낯을 피해 슬금슬금 달아나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의 가슴이라고 자식의 어깨에 가죽을 덧댄 책보와 운동화를 사주고 싶지 않았을까? 당신은 으레 자식들의 몸종이요 머슴살이를 겸해 문턱을 수시로 드나들어야했다.

가난을 회초리로 다스렸다고 판단했을 때 당신은 부친의 매를 막으셨다.

속절없이 받아낸 자식의 피멍을 잠자리에서 쓸어 보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당신의 일상을 짊어질 때는 그리 억척스럽던 아낙이 왜 자식의 아픔 앞에서 무력해지실까?

어려운 시절이지만 학교에는 가물에 콩 나듯 넉넉한 아이들이 섞였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바라며 분수에 지나쳤을 때 부친은 매로 다스렸다. 어쩌면 설득과 충고가 사치였을지 모른다. 매는 넘지 못할 금을 밟았을 때 다가오는 따끔한 경고였다.

 

소청을 시침질하기 전 고단한 눈을 설핏 감으시는 어머니는 아들의 시중이 도타우면

푹 꺼지는 한숨을 시작으로 사변 통에 인민군들과 맞딱뜨렸던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이념의 색깔이나 옷차림이 달라도 가난은 모두의 쓰라린 견장이었다.

패전의 아픔을 끌고 민가에 깃든 인민군의 밥을 해주었던 어머니.

이미 몸속에 씨앗을 품어 무거웠다.

한 술 밥을 얻어먹어야 생명을 키울 수 있었던 당신은 적군과 아군을 분별할 겨를도 없었다.

배를 곯지 않게 해주면 그것이 적일망정 당신에게 은인이었다

 

어머니의 끊길 듯 이어지는 홍두깨소리를 기억하며 서걱한 이불을 휘감아 보았다.

햇살로 구워진 어머니의 따순 손길 같았다.

촉감은 세월을 넘어서도 소멸되지 않고 용케 건너왔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락은 쉬 멈추지 않았다.

자식들의 몫까지 자신의 것으로 고이 접어 반듯한 삶으로 펴시려하였다.

한 악장 한 소절 그냥 건성으로 거넌뜀이 없이 암팡지게 반복되었다.

 

정갈하게 개켜져 시린 세월을 견디며 지금까지 품어냈다.

풀 먹인 소청으로 삶이 모진 바람을 막아주었다.

꺼질듯 내쉬던 근심어린 한숨도 아궁이에 사위는 불씨를 키워 밥을 쪄냈고 두들기고 밟아내며 하루해를 보냈다.

고단한 어깨 기댈 겨를 없이 묵은 실타래를 자식의 손에 버티게 하셨고 모진 세월을 견디며 엉클어진 당신의 실을 거두어 들였다

우리들 어머니의 삶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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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장미빛 인생 | 작성시간 25.01.10 가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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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지가리(동해 최장희) | 작성시간 25.01.10 행복한 시간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가을사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1.10 지가리님 어서오세요
  • 작성자계정혜 | 작성시간 25.01.10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 작성자일순인삼(김일순) | 작성시간 25.01.11 어머니
    힘컷 불러보는
    위대한 나의 어머니-''

    출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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