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인가요 - 김연자
말없이
꾸역꾸역 밥을 먹습니다
남편은 직장에서 할 일을
딸은 다가올 시험을
나는 며칠 동안 찾지 못한 물건을
모두가
골똘히
생각만 먹습니다
조용한 아침 / 이시연
왕의 왕
그는 없다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피의 피
누구를 위해서도 흘리지 않는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아가씨는 벌거숭이
말은 장미를 뛰어넘는다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누구? 누구?
죽음을 위해 우는 강의 소리라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팔월 / 타니카와 순타로오
늘 허투루 나지 않은 고향 길
장에나 갔다 오는지 보퉁이를 든 부부가
이차선 도로의 양 끝을 팽팽하게 잡고 걷는다
이차로 간격의 지나친 내외가
도시 사는 내 눈에는 한없이 촌스러웠다
속절없는 촌스러움 한참 웃다가
인도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지
사거니 팔거니 말싸움을 했을지도 몰라
나는 또 혼자 생각에 자동차를 세웠다
차가 드물어 한가한 시골길을
늙어가는 부부는 여전히 한쪽씩 맡아 걷는다
뒤돌아봄도 없는 걸음이 경행(經行) 같아서
말싸움 같은 것은 흔적도 없다
남편이 한쪽을 맡고 또 한쪽을 아내가 맡아
탓도 상처도 밟아 가는 양 날개
안팎으로 침묵과 위로가 나란하다
이런저런 궁리를 따라 길이 구불거리고
묵묵한 동행은 멀리 언덕을 넘는다
소실점 가까이 한 점 된 부부
언덕도 힘들지 않다
부부 / 정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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