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신주와 전신주 사이의 전화선 같은 영광 있으라
언제까지나 그렇게 이어져가고 있어라
온갖 사연들
그 아래로
눈 내린다
싸락눈이었다가 점점 함박눈으로 내린다
전화선 아래 지나가며 /고은
1947 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민간인 / 김종삼
나는 아무 대답도 안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 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바다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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