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편지 1 / 김남조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 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안개꽃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 정호승
안기부나 정보과 형사라고 고집하실 때,
아궁이에 불지핀다고 안방에서 자꾸 성냥불을 켜시곤 할 때,
내 이 슬픔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나와 내 형제들을 키운 그 밥상 위에서
당신이 겪은 삶의 슬픔과 고통이
나와 내 형제들을 살찌운 밥이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위안이 되었을까,
당신의 삶의 행복한 순간이 나와 내 형제들을
키운 밥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밥상 위에서 당신의 삶은 얼마나 컸을까,
얼마나 많은 밥을 먹고 얼마나 많은 밥을 지어놓고 살았을까,
이 세상의 밥상 위에서, 밥 냄새 속에서,
당신의 인생이 밥이었다는 것을,
당신의 삶이 밥이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당신의 삶이 밥으로 삭았을까.
이 세상의 밥상 / 황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