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가 없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이 둥둥 떠다닌다.
보드랍고 아늑한
한소끔 내 추억도 둥둥 떠다닌다.
잊혀지지 않는 얼굴들도 둥둥 떠다닌다.
그 허공에 세월이 지나간다.
이따금 그 허공에 구름도 지나간다.
힘들어진 내 삶도 그 허공에 지나간다.
허공에 / 김용호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꺾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 같은 맘에
나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하늘보다 나무 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
장미 / 노천명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것들이 있다
커피
늪
그대 생각
중독 / 양광모
바깥나들이 할 때면
뒷짐부터 진다.
편안하다.
느릿느릿 걷다가
담장 밑에 민들레며
겁 없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과도 만난다.
한참을 그냥 마주 서서
속사정도 나눈다.
눈 잠깐 맞췄을 뿐인데
돌아서면 여운이 남는다.
말벗이 하나둘 사라지고
혼자 남아 중얼거리는 날이 많아지자
먼 산 황혼이 조용히 타이른다.
그만 자거라.
말벗 / 김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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