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 같은 사랑’
백지영 <그 여자> / 원태연
사람이 그리운 날엔
눈사람을 만들자
꿈의 모습을
빚어보자
수묵화 한 폭 속에
호젓이 세워 놓고
그윽이 바라보며
이 겨울을 견디리
꿈이여 언제나
꿈으로만 사라져도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사람 하나 지어 눈 맞춤 하리라
눈사람 / 유안진
소나무는 바늘 쌈질를 한 섬이나 지고 섰지만
해진 구름 수건 한 장을 다 깁지 못하고
참나무는 도토리 구슬을 한 가지 쥐고 있지만
다람쥐와 홀짝 내기에 언제나 진다
눈 어둔 솔새가 귀 없는 솔잎 바늘에
명주실 다 꿰도록
셈 흐린 참나무가 영악한 다람쥐한테
도토리 한 줌 되찾도록
결 봄여름 없이 달이 뜬다
언제나 지는 내기 / 반칠환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당신은 말을 잃고 내게 오는가.
사랑이라는 말
죽음이라는 말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당신은 내가 부를 이름도 없이 내게 오는가.
보이지 않는 당신
보이지 않는 육체
그럼에도 당신은 살아 있다.
어둠 속 깊이깊이
내 마음속 깊이깊이
내가 당신을 꿈꾸는 것처럼
당신은 나를 꿈꾸고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를 가지리.
사랑의 힘으로
죽음의 힘으로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시간의 힘으로
天國이 있다면
우리가 그 天國을 가지리.
내가 당신을 얼마나 꿈꾸었으면 / 김형영
1255.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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