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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두타산 1박2일여정

작성자굿상|작성시간26.06.09|조회수36 목록 댓글 4

동해의 웅장한 바다에서 시작해 구름 덮인 두타산의 비경으로 이어지는 1박 2일의 여정

-. 한섬해변과 추암해변 :
기다림이 새겨진 바다, 짭조름한 갯내음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채 파도에 밀려왔다. 진회색으로 물든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나는 뿌릴 듯 말 듯 얕은 구름 뒤로 숨어버린 노을을 향해 나직이 외쳐보았다. 한섬해변의 모래톱을 걸으며, 가슴 깊은 곳에 웅어리져 있던 묵은 찌꺼기들을 동해의 아득한 수평선 저 너머로 토해내듯 뱉어버렸다. 비워낸 자리에, 한층 후련하고 신선한 기운으로 재생된 파도가 힘차게 되돌아와 가슴을 적셨다.
옴팡진 해안으로 몰아치는 파도의 우렁찬 포효는 거대한 자연의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격렬한 리듬에 맞춰 가슴을 활짝 열고 그 서늘한 기운을 폐부 깊숙이 받아 삼키며, 마음속 오랫동안 접어두었던 간절한 염원 하나를 푸른 바다 위에 띄워 보냈다.
낮은 구름을 덮어 쓴 해변 솔숲, 아늑한 해안 솔숲 중앙에 조그만 등불 하나를 밝히고 둘만의 조촐한 만찬상을 펼쳤다. 마주 앉은 이의 얼굴이 등불 빛에 따스하게 물들어갈 무렵, 능이백숙의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쫄깃한 육질에 은은한 인삼의 풍미가 더해지니 입안 가득 미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 소박한 한 상의 맛은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나뭇가지를 흔드는 새소리, 그리고 밤바람의 속삭임이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밤. 숲의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인 채 주변을 맴도는 검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먹거리를 구걸하는 녀석의 탐색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고요를 깨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까지… 그 적막한 평화 속에서 나의 오감은 더할 나위 없는 호강을 누렸다.
소나무 둥치 사이로 아련히 비치는 불빛 아래, 사용하지 않는 해변 우물가에 홀로 앉아 있는 한 여인의 실루엣이 시선을 붙잡았다. 탐방객들의 눈요기를 위해 만들어 놓은 한적한 우물가, 누구를 그토록 기다리는지 쪽빛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자태의 여인이 아까부터 넋을 잃은 채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일도, 어제 그러했듯 지금의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며 기다릴 것이다.
문득 깨닫는다. 기다림의 반복,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는 탄생을 기다리고, 성장을 기다리며, 때로는 쇠퇴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기다림 속에서 살아가고, 마침내 그 안에서 삶을 완성해 간다. 만약 그 기다림의 여정이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저 여인의 실루엣에서 뿜어져 나오는 애처롭고 고독한 기다림의 올가미가, 순간 내 인생의 궤적 위로 고스란히 겹쳐 보였다. 가슴속에 짙은 잔영으로 새겨지는 서글픔을 달래며, 짙어가는 밤하늘에 별을 새기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동해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두타산 무릉계곡 :
구름과 안개의 협곡을 걷다
한 밤을 바다의 품에서 보낸 후, 아침의 맑은 파도소리를 뒤로 밀쳐두고 두타산 무릉계곡을 향해 차를 몰았다.
입구의 한적한 공원에 자리를 잡고 조촐하게 아점상을 펼쳤다.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식사를 마친 후 시선을 위로 들어 올리니, 두타산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저 멀리 봉우리 쪽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내려앉아 산을 두텁게 짓누르고 있었고, 계곡 아래로는 자욱한 안개가 강물처럼 흘러 다니며 바람의 날갯짓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 신비로우면서도 엄숙한 대자연의 자태였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몸은 생각만큼 가볍지 않았지만, 나뭇잎을 적신 구름이 빗방울 되어 툭, 툭 떨어질 때마다 온몸으로 그 청량함을 받아 안았다. 자연이 주는 생동감 덕분인지 발걸음은 이내 경쾌해졌다. 산을 오르는 길목마다 기암괴석들이 호위하듯 대기하며 시선을 사로잡았고, 가파른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다 기적처럼 멈춰 선 거대한 바위들은 마치 산의 안전을 감시하는 파수꾼처럼 도열해 있었다.
베틀바위 전망대에 다다르자, 마침내 하늘의 문이 열린 듯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인적은 완전히 끊기고, 산에는 오직 나와 자연만이 남았다.
하이라이트인 마천루 협곡에 이르렀을 때, 풍경은 극치에 달했다. 거대한 절벽의 윗부분은 짙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아랫부분은 자욱한 안개로 가득 차 있어 그 깊이와 높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마음의 눈으로 완성하는 절경이었다. 안개 너머의 신선 세계를 짐작하는 상상력이 더해지자, 협곡은 그 어떤 풍경화보다 웅장하게 다가왔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벗 삼아 하산길을 재촉했다. 산을 완전히 내려왔을 때, 내 모습은 입술 뒤에 숨겨진 하얀 이빨과 두 콧구멍만 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비록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빗물로 샤워를 마친 듯, 가슴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와 깊은 충만감이 가득 차올랐다. 바다에서 산으로 이어진, 대자연이 허락한 완벽한 위로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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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풍경 | 작성시간 26.06.10 와우~~ 건강하게 즐기시는 여정에 부럽지만 늘 응원합니다.해변 우물가에 여인처럼 저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딱히 누구라고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ㅎ
  • 작성자산사 | 작성시간 26.06.10 해변으로 산으로 마천루협곡까지~두타산 주변의 풍광을 온몸으로 받아 오셨네..
    좋은 정기 받으시고
    세포들에게 위로를 주었으니 도심지의 생활이 다시 생동감 있겠네요~~
    두타산의 절경은 여전하군요
  • 작성자월황 | 작성시간 26.06.10 멋진 곳에서 힐링 잘하셨네요. 멋지세요.^*&
  • 작성자솔벗 | 작성시간 26.06.10 두타산과 멋진 해변 길 즐기고 오셨네요~ 우중 산행도 즐기시고~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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