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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경 법당설명

법당 부처님 사진을 찍으면 안 되나요?

작성자햇빛엽서|작성시간10.09.01|조회수1,738 목록 댓글 8

일전에 오봉산에 있는 청평사를 갔었다.
어느 절엘 가던지 그 절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참 좋다.
이런저런 사진을 좀 찍어와서 카페에 올렸다.
그 중엔 대웅전에 계신 부처님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어떤 도반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다.
절에 가서 부처님 사진을 찍으려다가 그러는 게 아니라서 못찍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보고 '아차'싶었다.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긴 했지만, 법당 예절에 어긋난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얼른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국보급이나 보물급 같은 경우엔 사진이 범죄에 이용될 우려도 있고
카메라 플래쉬 불빛이 불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또 부처님께 대한 경외심 등 때문에, 사진을 찍지 않는 게 예의라는 것이었다.
얼른 사진을 내렸다. 그 도반님께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것일까?

 

▒ 지극한 존경의 표현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옛날에 궁중 행사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임금님은 그리지 않고 의자만 그렸다.
또 불교에서도 처음엔 불상을 만들지 않고, 부처님 발자국이나 보리수만 그렸다.
사진을 은근히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이와 유사한 게 아닐까?
어떤 형태로든지 형상화하는 즉시, 이미지가 축소 내지는 변형될 수밖에 없다.
그걸 보는 사람마다 자기 업식에 따라 나름대로 주관적인 생각으로 보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진언이나 다라니를 해석하지 말라는 것과도 유사하다.
해석하는 순간 의미가 상당히 제한되고 축소되고 왜곡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 불상은 부처님의 한 부분일 뿐  

사실 법당에 앉아 마음으로 느껴지는 부처님은 '불상 그 이상' 이다.

불상의 모양뿐 아니라, 법당의 장엄한 분위기, 은은한 향 내음, 촛불의 가느다란 떨림..

이런저런 소음들, 절의 전각들, 주변 숲 소리.. 그 때의 날씨, 내 기분 상태까지..
이런 모든 것들의 총체적인 느낌이며, 비현상적인 느낌이다. 

거기서 카메라를 가지고 불상의 모양만 똑 떼어낸다면 이미 '온전한 부처님'은 아니다.

학자나 예술가가 자료를 수집하는 차원에선 몰라도

신심으로써 부처님을 모시는 불자로서는 별 의미 없는 일이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에 와 보니 다 녹아버려서,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이로되 아이스크림이 아닌 것처럼,

멋진 대형 퍼즐 모자이크 그림에서 퍼즐 몇 조각만 가지고 와서, 그 그림의 감흥을 그대로 느껴보려는 욕심처럼..

부질없는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 사후관리의 문제

또 다른 측면으론 소위 '뒷처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참 몇 년 전에 전화카드를 쓰던 시절에, 결혼식 초대장을 전화카드로 돌리던 경우가 있었다.
그러면 초대장도 되고, 그걸로 전화도 걸 수 있고.. 일석이조였다.
참 신선한 아이디어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문제는 다 쓰고난 후가 문제였다.
충전된 요금을 소진했으니 이제 버려야 하는데, 거기 신랑신부 얼굴이 있으니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그걸 뭐 가족사진도 아닌데 앨범에 넣어 평생 보관할 것도 아니고.. 꽤나 고민되던 경험이 있다.
얼마 전에 삼운사 종무실에서 근무할 때, 종단에서 신문을 배포하는데, 신도님들이 신문을 안 가져가는 거였다.
집에 가지고 가서 보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법당에서 보시곤 다시 제자리에 두고 가시는 거였다.
신문이 재미없어 그러시나 했더니만, 이유를 알고보니 신문에 종정 큰스님 사진이 실려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큰스님 사진이 있는 신문을 집에 가지고 가면, 그걸 다른 신문지처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어서 였다.
깔고 앉을 수도 없고, 꾸기기도 죄송하고, 찢을 수도 없고,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없고..
어쩌냐는 것이었다. 주지스님께서 신문은 신문일 뿐이라고 말씀드려도, 노보살님들은 웃기만 하셨다.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 사진을 찍어가면 이와 유사한 문제가 생긴다.
디카 이전에 꼭 종이로 인화해서 보던 시절엔, 나름 꽤나 심각한 문제였을 것이다.
요새는 디카로 찍어서 종이로 인화하지 않는데.. 어떨까?
요리조리 주물러 편집도 하고, 마우스로 콕 찍어 삭제 내지는 휴지통으로..
사실 알고보면 경망스러운 짓이다. 꼭 종이를 어떻게 해야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형상으론 차이가 나지만, 그 마음은 똑 같은 것이니까.. ^^
집에 별도로 작은 불상을 모시는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점이 생긴다고 한다.
 
▒ 분별심으로 대할 우려

그리고 또 이런 것도 있다.
이 절 저 절 부처님 사진을 다양하게 찍어오면, 이 부처님은 어떻고 저 부처님은 어떻고..
크니 작으니, 엄하니 부드러우니, 균형이 맞니 안 맞니, 상호가 덜 거룩하니 더 거룩하니 어쩌니 하면서
비교하고 평가하는 분별심이 작동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자동으로..

이건 아니다. 본질이 아니다.
그래서 역시 부처님 사진은 안 찍는게 정답인 거 같다.

▒ 궁극의 관점에서

한편, 궁극적인 근본자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제법이 공(空)하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게 뭐 있나? 경외심 때문에? 분별심 때문에? 그 모두 망상인데..
찍는 거, 버리는 거, 지우는 거.. 이러니 저러니 마음에 걸릴 게 뭐 있나?
제법이 공(空)한데?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空)도리'로 비추어 보더라도 역시 '아니다..'
왜냐하면 불상으로 부처를 보려 하는 자체가 허망하여 의미가 없거늘
의미 없음을 안다면 굳이 찍을 이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불상조차 꿈이거늘, 꿈 속에서 또 꿈을 보려하는가?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모양이나 소리로써 부처를 구한다면, 이는 삿된 길이니 결코 여래를 볼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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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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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햇빛엽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15 그래서.. 요새는 꼭 스님께 여쭈어보고 허락해주시면 찍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말입니다 ^^
  • 작성자햇빛엽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29 <북안동님 댓글> 좋은공부했슴니다,전어딜가나 작은 디카손에서 떠나지 않아요,부처님 상찍고 싶었는데 늘 궁굼했어요, 이제는 욕심을 부리지 않을거 같슴니다 ,감사함니다 ,성불하십시요 [추천글 보기 11.09.15. 23:49]
  • 작성자햇빛엽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29 <꽃물님 댓글>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_()_ [추천글 보기 11.09.16. 14:40]
  • 작성자손오공 | 작성시간 15.10.07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달빛 | 작성시간 15.10.08 감사합니다.계속 공부해야 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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