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싯달타 태자는 자신만의 수행법으로 부다가야의 큰 보리수 나무 아래
길상초를 깔고 금강석보다 굳센 의지로 선정에 들었는데
가장 놀라고 불안한 쪽은 중생들을 욕망에 사로잡히게 하고 세상을 어둡게 어지럽히는 마왕 파순이었다.
마왕 파순은 자신의 온갖 마구니를 불러 놓고는
"싯달타가 보리수 아래에서 올바른 수행법으로 정각을 이루려 한다.
그가 깨달음을 성취하면 우리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 싯달타가 도를 이루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라고 외치면서 마구니들을 차례로 수행자 앞에 보내어 수행을 방해하려 하였다.
마왕은 먼저 이쁜 여인들을 싯달타 태자 앞에 보내어 향수를 뿌리고 춤추게 하여 태자를 유혹하였다.
그러나 태자는 수미산처럼 미동도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며,
"너희들은 비단 옷에 화장하고, 팔지, 귀걸이를 흔들며 교태 섞인 웃음으로 욕망의 화살을 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대의 탐욕을 독약으로 안다. 칼날에 발린 꿀은 혀를 상하게 하고
사악한 욕정는 독사의 머리와 같으니 내 이미 모든 유혹을 뛰어 넘었다.
너희들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어서 물러가거라."
라고 외치자 아름다운 여인들은 추한 마구니로 변해서 달아났다.
이에 마왕 파순은 화가 나서 싯달타 태자 앞에 온갖 악귀를 동원하여 태풍과 폭우를 보내고
창칼과 불화살을 던지며 부드러움으로 유혹도 하고 폭력으로 겁을 주어 수행을 방해하였다.
그러나 이런 온갖 유혹과 술수에도 싯달타 태자가 넘어가지 않자
마왕이 직접 근엄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회유하고 엄포를 놓았다.
"그대 싯달타 수행자여! 그대는 헛고생을 하지 말고 이 곳을 속히 떠나라.
그대에게는 세간을 다스리는 왕의 지위가 보장되어 있지 않는가!
세상의 오욕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왕자가 아닌가!
지금 석가족의 정반왕과 백성들은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며 찾고 있지 않는가!
더 오랜 명상은 단지 피로만 더할 뿐 당신은 결코 도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어서 그만두고 여기서 떠나라."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마왕이여, 내가 구하는 것은 네가 말하는 그러한 공덕도 이익도 아니다.
그러한 것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가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으리라.
나에게는 확신이 있으며,
정진할 힘이 있고,
지혜가 있다."
"마왕 파순이여! 나는 그대의 군사력을 알고 있다.
너의 제1군은 애욕이다.
제2군은 불만이며,
제3군은 목마름과 굶주림이요,
제4군은 갈망하는 것이다.
제5군은 의지가 없는 것이며,
제6군은 불안과 공포이며,
제7군은 의구심이며,
제8군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비굴한 마음이다."
"이세상에 모든 사람이 너의 군사력과 대항하여 싸워 이길 수 없다 해도
나는 대지혜로서 너의 군사를 분쇄할 것이다.
장차 나는 널리 제자들을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하고,
그들을 탐욕이 없는 경지에 이르도록 하리라."
싯달타태자는 성불의 확신과 정진 힘으로 모든 번뇌를 항복 받고 나서
항마(降魔)의 증명을 의식이 없는 대지(大地)에게 증언하도록 하였다.
싯달타 태자는 대지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만물이 의지하는 대지여!
살아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에게 공평한 대지여!
나를 위하여 진실한 증인이 되리라.
대지여! 나를 위하여 증언을 하라.'
게송이 끝나자 대지는 동서남북 상하로 크게 진동하였다.
그때 부동(不動)이라는 대지의 여신은 모든 대지의 신들을 이끌고 와서 말하였다.
"보살의 말씀과 같습니다. 저희들이 증인입니다. 당신이야 말로
인간의 세계는 물론, 신들의 세계에 있어서도 최고의 권위자이십니다."
마왕의 항복을 받은 싯다르타는 선정에 들었다.
제1선정에서 욕망과 악을 떠났고,
제2선정에서 잡념을 없애고,
고요한 마음의 통일을 얻어 삼매의 기쁨을 누렸다.
제3선정에서는 제2선정에서 느낀 기쁨을 넘어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아는 즐거움도 근심도 괴로움도 없는 편안함만이 남았다.
이같이 4단계의 선정을 차례로 경험한 싯다르타는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상태에 도달하였다.
이제 어떠한 힘으로도 싯다르타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초저녁이 되자 걸림없는 자유와 사물을 관통하는 천안통을 얻었다.
자정무렵에는 중생의 많은 과거의 생애를 아는 숙명통을 얻었고,
숙명통으로 인해 12연기를 깨달은 후 인간의 모든 고뇌는 무명에 뿌리를 둔 것임을 알았다.
이어서 싯다르타는 사성제와 팔정도를 알았고
이것이,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님들이 실제 행하신 길이며 열반에 나아가는 길임을 인지하였다.
이때 대지는 열여덟 가지로 진동하였고, 바야흐로 어둠은 걷히고 밝음이 밀려왔다.
때는 바로 12월 8일 새벽, 동쪽 하늘의 명성(明星)을 바라보는 순간,
큰 환희와 대자유의 평안함이 몸과 주위에 충만하였다.
싯다르타 태자는 이로서 붓다 석가모니가 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