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 '경전의 숲을 거닐다(19)'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정준영 교수 /bbs]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다, 변한다' 하셨는데
이름 석 자, 일반적인 수학공식 사칙연산 공식, 약속이 변하지 않는 한 그 약속 등..
변하지 않는 게 있지 않는가? → 그러나 개념과 실재를 구분해야 한다.
머리속으로 만들어낸 언어, 규칙 등은 실재한다기보단 개념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늙어가고, 느낌을 느끼고 하는 현실적인 부분들은 실재라고 볼 수 있고..
부처님께선 개념적인 사고를 말씀하신 게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말씀.
이 무상을 잠시만이라도 '알아차리고 관찰하는 것'이 다른 어느 것보다도 큰 보시이다. (부처님 말씀)
그래서 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월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지만 말고
이 변화과정을 잠시라도 알아차린다면 그 속에서,
부처님께서 키우라고 하셨던 지혜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아픔의 고통을 호소하는 장자에게 '나을 것'이라고 위로하지 않고 수행을 권유.
근경식(根境識)에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말라고..
근경식이 만나면 촉이 일어나(컵,눈,그것을 아는 의식)
- 컵에 대해서도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말고, 눈에 대해서도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말고
그것을 아는 의식에 대해서도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세가지가 부딪쳐 촉(觸)이 일어나는데 거기에도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마십시오.
- 촉 다음에 일어나는 느낌(受)에 대해서도 집착하거나 의존하지 마십시오.
- 그 느낌이 영원하길 바란다거나, 그 느낌이 사라지길 바란다거나 등의 집착, 의존이 심했을 텐데
그런 것들로부터 좀 더 멀어지고 거리를 두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이다.
우린 아프면, 왜 내가 이렇게 아파야 하나?.. 건강한 사람들 보면 더 괴로워.. 그래서 더 괴로워
실제 통증보다도, 이게 더 심해지지 않을까? 오래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근심이 실제 느낌(통증)을 더 키운다.
그때 그런 근심 걱정을 좀 내려놓고, 그 느낌을 바라보게 되면 통증이 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더라
감기 걸려 '왜 나만 이렇게 아파?' 끙끙 앓고 있는데 남편이 '지금은 환절기고..
당신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감기..' 그 말 듣고 나니까 한결 부담이 줄어들더라..
▒ 맛지마니까야 '아나따삔디까에 대한 가르침의 경' (Anathapindikovada sutta)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사왓티 제따 숲의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머무셨다.
그 무렵 아나타삔디까 장자가 큰 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루는 장자가 하인을 불러 말했다.
"여보게, 그대가 나를 대신하여 세존을 찾아뵙고 세존의 발에 절을 올리며 문안을 여쭈어주게.
그리고 사리뿟따 존자를 찾아가 '부디 큰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장자에게 연민을 일으키시어
장자를 만나러 와주십시오' 하고 간청 드려주게나."
하인은 그길로 제따 숲으로 향했다.
사리뿟따 존자는 하인에게서 장자의 청을 전해 듣고 침묵으로 동의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존자는 의복을 갖추고 아난다 존자와 함께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집을 찾았다.
존자가 말했다.
"장자여, 어떻습니까? 견딜만 합니까? 차도가 좀 있습니까?"
장자가 힘겹게 대답했다.
"사리뿟따 존자시여, 저는 지금 몹시 괴롭습니다.
힘센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 머리를 쪼개듯,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누워있는 듯
머리가 아프고 몸 안에서 열기가 치솟습니다.
사리뿟다 존자시여, 이렇게 고통이 점점 심해지기만 하니
저는 견딜 수 없이 힘듭니다."
그 말을 들은 사리뿟다 존자는 장자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고요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장자여, 그럴수록 그대는 이렇게 마음공부를 이어가야합니다.
'나는 눈에 집착하지 않으리라.
그리하면 나의 의식은 눈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귀에, 코에, 혀에, 몸에,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리라.
그리하면 나의 의식은 귀와 코와 혀와 몸과 생각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장자여, 그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마음공부를 이어가야합니다.
'나는 물질에, 소리에, 냄새에, 맛에, 감촉에, 법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땅의 세계에, 물의 세계에, 불의 세계에, 바람의 세계에, 허공의 세계에, 의식의 세계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이 세상에도 저 세상에도 집착하지 않으리라.'"
사리뿟다 존자의 법문을 들으면서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장자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 모습을 본 아난다 존자가 물었다고 한다.
"왜 눈물을 흘리십니까? 혹시 낙담하셨습니까? 낙심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부처님을 모시고 많은 법문을 들어왔습니다만
이와 같은 법문은 들어보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고, 눈에 때가 덜 낀 재가불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와 같이 수행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앞으로는
재가불자들에게도 설법을 해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사리불 존자와 아난다 존자가 가신 후 장자는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도솔천에 태어나 천신이 된 아나타삔디까는 밤이 아주 깊어갈 즈음
아름다운 빛으로 제따 숲을 환하게 밝히면서 세존이 계신 곳을 찾았다.
천신 아나타삔디까는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쪽으로 물러서서
아름다운 음성으로 게송을 읊었다.
"여기 자비로운 제따 숲은
위대한 스승의 거룩한 승가가 머물고
가르침의 법왕이 거주하시는 곳,
제게 기쁨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착한 의지와 밝은 지혜,
최고의 법과 올바른 계행으로
누구나 청정한 삶을 누리니,
좋은 가문,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는
참된 이익이 무엇인지 바로 아니,
이치에 맞게 진리를 꿰뚫어보고
청정한 길을 올곧게 걸어갑니다.
사리뿟다 존자처럼 지혜와 계율과
고요함을 두루 갖추고
저 언덕에 도달한 이야말로
가장 수승한 수행자가 아니겠습니까.."
천신 아나타삔디까가 게송을 마치자 세존께서 동의하셨다.
그러자 천신은 세존께 다시 한번 절을 올리고
세존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돌며 존경을 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세존께서는 날이 밝은 뒤, 제자들을 불러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지난 밤 어둠이 깊어갈 즈음 아주 아름다운 천신이 제따 숲을 환하게 밝히며
나에게 다가와 절을 올리고 아름다운 게송을 읊고는 다시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아난다 존자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그는 틀림없이 아나타삔디까 천신일 것입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사리뿟다 존자의 가르침을 흔들림없는 청정한 마음으로 믿고 따랐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아난다여.
그대의 말이 맞다. 그 천신은 아나타삔디까 장자였느니라."
재물을 누린 장자가 재물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말해..
→ 가장 많이 보시를 한 분이, 계정혜 삼학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빨리어 '질병' - 아바다 (아프다? ^^)
☞ [경전의숲(14)] 바람에 잠깐 꽃향기 스치는 동안이라도 자애심을.. http://cafe.daum.net/santam/IaMf/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