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 금년도 9월중순을 넘어서니 한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다. 내 인생도 저기 저 산 등성이로 기울고 있는데. 머리는 온갖 망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불면의 밤이다. 어디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못이 되어 내 고막을 긁어댄다. 들판에 하얀 눈송이가 날개털처럼 하늘하늘 흩날리며 망각의 피안으로 달려갔으면 하는 꿈을 꾼다. 전염병이 휩쓸고 간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햇살처럼 언제쯤 나의 머리가 개운하고 맑아질까 ? ( 아침 ) 미루나무 이파리가 가을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낀다. 달마사 오르는 길에 까치들이 아침인사를 하느라 숲이 요란스러우며 청설모 두 마리가 잣나무위에서 사랑놀음을 하는지 부리나케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사람들을 놀래킨다. 달마사 대웅전에서 아침예불을 하는 스님의 목탁소리가 들리며 간간이 염불소리도 들려온다. 대웅전을 향하여 가만히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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