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前]
연리지(連理枝) / 느티나무
우리는 일란성일까요, 이란성일까요?
아니에요, 답은 후란성(後卵性)이에요
사람들은 암수로 보지만
사실 형제이거나 자매일 수 있어요
생김새가 딴 판인 경우도 있고요
처음에는 많이 다퉜어요
비끼라고, 여긴 내 자리라고
심지어 꺼져버리라는 말까지 했죠
지금은 서로 껴안아서 센 바람도 이겨내고
차가운 눈보라도 함께 견뎌요
갈수록 주변에서 시샘을 많이 하고
사람들의 축축한 눈빛이 부담스러워
밤엔 붙어 있다가도 낮엔 떨어지고 싶어요
뜨거움만 같이 나누면 되잖아요
이름이 어려워 다른 걸 생각해 봤어요
사랑나무가 좋긴 한데 밋밋하고
포옹나무나 서로주는나무는 어떨까요
금실좋은나무? 그건 좀 군내가 나고
붙어있는나무? 그건 너무 노골적이에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편하게 가야죠
떨어져 살면 홀가분해지고
가끔 딴전도 피우고 싶은데 그럴 순 없잖아요
운명처럼 껴안고 살다가
딱, 한날한시에 가고 싶어요
[後]
연리지(連理枝) / 느티나무
일란성일까요, 이란성일까요?
답은 후란성(後卵性)이에요
살다가 이렇게 된 거죠
처음에는 다퉜어요
비켜, 여긴 내 자리야
심지어 꺼지라는 말까지 했죠
지금은 서로 껴안고 태풍도 이겨내며
눈보라도 함께 견뎌요
그런데 쳐다보고 만져보는 눈길 때문에
밤엔 붙어 있다가도 낮엔 떨어지고 싶어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다른 이름을 생각해 봤어요
사랑나무가 좋긴 한데 다른 데 있고
포옹나무나 함께있는나무는 어떨까요
금실좋은나무요? 그건 좀 옛스럽고
붙은나무? 그건 너무 노골적이에요
이쯤 되었으니 편하게 가야죠
가끔 한눈도 팔고 싶지만 그럴 순 없잖아요
운명처럼 붙어 살다가
한날한시에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