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여인들은 한 달에 한번씩
붉은 눈물 젖물 배게 몸서리치며
새 각시로 태어난다
전쟁통에서도 여인들은
피눈물 나도록 자식들을 부여잡고
제 목숨과 맞바꿀 듯 살기에
새 각시로 태어났다
마을에 빨간 간땅꾸에 양산 받치고
신여성 하나 대갓집 첩으로 오던 날
동네 여인들은 논바닥 깨구락지처럼
조잘거리던 입 옥물고 조용
그러다가
모두는 신여성이 되었다
세월속에 뽀뿌링 치마
나이롱 빤따롱 월남치마
미니스커트 배꼽티 몸부림 속에
여인들은 탈바꿈을 꿈꾸었다
여인들은 옛 것을 잘 잊는다
옛 나라에서 새 나라로 월경하며
밴 몸에서는 늘 새로움이 태어난다
인류 역사의 뒤안
가늠자 하나 잡고 줄타기 하며
여인들은 오늘도
월경을 한다
- 최범영 -
간땅꾸=간땅후꾸=간단복, 간편복, 캐주얼의 일본 말
뽀뿌링=p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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