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란 족속들이 생리 구조상 눈물로 남자를 유혹하게 되어 있고, 남자란 족속들이 아둔하게 여자의 눈물에 넘어가 주어야 인류는 종족 번식을 한다. 좋다. 흐흐… 이걸 구실로 짝짓기 한 번 하면 손해를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음흉하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냈다. 여자는 남자와 오래 전에 헤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 임자 없는 여자인데 수작 좀 부린다고 누가 탓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70만원을 선뜻 내놓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걸로 우선 밀린 월세를 내세요.”
나는 모질게 마음을 먹고 여자에게 7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네?”
여자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선 월세부터 내고 쌀이라도 한 포대 사세요.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마누라 시늉을 하고 있는 복순에게 들키면 맞아죽을 각오를 해야 하지만 눈물 앞에 약한 것이 사내대장부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잘하면 작은 마누라 얻어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조경숙, 이름도 예쁘지 않은가. 그래. 너는 오늘부터 내 작은 마누라다.
“모르는 분한테 신세를 질 수는 없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벌써 봉투를 받아듣고 있었다. 영악하고 교활한 것이 여자라더니 이 여자도 보통은 넘지 싶었다. 하기야 여자 혼자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유혹을 받았겠는가. 어쨌거나 수작을 부리기 시작한 이상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여자의 손으로 넘어간 봉투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한 달이나 찾아왔는데 모르기는요. 이것도 인연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감사하게 쓸게요. 죽어도 은혜는 잊지 않을래요.”
당연히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 은혜를 잊으면 내가 어떻게 작은 마누라를 삼겠는가. 나는 새삼스럽게 여자의 아래 위를 살피면서 입맛을 다셨다. 약간 통통하긴 해도 균형 잡힌 몸매다. 체구가 작아서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해 보인다. 흐흐. 이 정도면 작은 마누라 감으로 손색이 없겠군. 살결도 희고 뽀얗지 않은가. 눕혀 놓으면 물침대처럼 출렁출렁할 거다.
“커피 한 잔 드릴게 편히 앉으세요.”
여자가 언제 울었느냐는 듯싶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쌀은 떨어졌다면서 커피는 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가스레인지에 주전자를 올려놓는 여자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집에서 입는 검정 주름치마를 입고 있어도 여자는 엉덩이가 탱탱해 보였다. 위에는 하늘색 블라우스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공과금 밀린 것도 산처럼 쌓여 있고… 그렇다고 술집에 나갈 수도 없고….”
설마 전기요금 가스요금까지 내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그러나 여자에게 수작을 걸기 시작했으므로 끝장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술집에는 나가지 마세요.”
“왜요?”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여자의 눈이 깨물어주고 싶도록 예뻤다. 나도 여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작은 마누라를 삼으려는데 술집에 나가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술집에 나가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작은 마누라라도 마누라인데 술집에 내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글:이고운그림:김선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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