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추리 소설방

개미 제1부 제 1장-9

작성자검은 눈동자|작성시간22.01.17|조회수109 목록 댓글 0

그 문지기 개미들은  유전자에 어떤 이상이 있어서  그렇게 만들어
졌는지도 몰라도, 머리가 커다랗고 둥글넓적하다.  그래서 그들이 구
멍을 막고 있으면,  마치 그 구멍과 둘레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못을
박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살아있는 문이라고 할 만한 이 개미들은  옛날에 벌써 자신들이 쓸
모있는 존재임을 입증한 바 있다. 780년  전 '딸기나무 전쟁'이 일어
나 노랑개미들이  도시에 쳐들어왔을 때의 일이다.  벨로캉의 생존자
들이 모두 금단 구역으로 대피하고, 문지기  개미들이 안으로 후퇴해
들어가 금단 구역의 모든 입구를 밀봉해버렸다.
  노랑개미들이 그 살아  있는 빗장을 푸는 데 이틀이  걸렸다. 문지
기 개미들은 단지 구멍을 막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위턱으로
적을 물기도 했다. 마침내 노랑개미들이 키틴질로  된 문지기 개미들
의 머리를 파내고  입구를 통과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문'들의 희
생은 헛되지 않았다.  동맹 관계에 있는 다른 도시들의  원군을 꾸려
달려올 시간을 그들이 벌어 준 것이었다. 그리하여  몇 시간 후에 도
시는 해방되었다.
  수개미 327호는 단  한 마리의 문지기 개미도 마주치지  않기를 간
절히 바라면서 어쩌다가 문 하나가 열리는  때를 이용할 요량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낳은  알을 싣고 나오는 유모  개미를
내보내기 위해 문이  열리는 틈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문이  다시 닫
히기 전에 재빨리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듯도 하다.
  방금 머리 하나가 막 움직였다. 그러더니  통로가 열리고, 파수 개
미 하나가 나온다. 이번엔 안 되겟다!  파수 개미가 곧바로 되돌아와
서 그를 죽일 것이다.
  문지기 개미의 머리가 다시 움직인다. 그는  뛰어오를 채비를 하느
라고 다리를 구부린다. 아니다! 잘못 생각한  것이다. 문지기 개미는
그저 자세를 바꾸었을 뿐이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문지기 개미라
지만, 나무 테두리에  그렇게 목을 찰싹 붙이고 있노라면  경련이 일
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낭패다. 더  이상 참고 있을  수가 없다. 수개미가 장애물을  향해
돌진한다. 그가 더듬이의  감지 능력이 미치는 거리에  들어오자, 문
지기 개미는  그에게 통행 허가  페로몬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문지기 개미는  구멍을 더 잘  봉쇄하려고 다시 뒤로 물러서서  경보 
냄새를 발산한다.
  '금단 구역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금단 지역에 침입자가  나타났
다!'
  사이렌을 울리듯  문지기 개미가  되풀이해서 냄새 분자를  뿜어댄다.
  문지기 개미는 달갑지  않은 침입자를 겁주려고 위턱을  빙빙 돌린
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그를 공격할 수도 있지만,  우선은 가로
막는 것이 문지기의 공식적인 수칙이다.
  서둘러야 한다.  수개미에게는 문지기 개미에게 없는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 문지기  개미는 어둠 속에서 장님이 되지만  수개미는 볼
수 있다. 수개미가  달려든다. 겨냥하지 않고 마구  휘들러대는 위턱
의 공격을 피하면서,  위턱의 밑부분을 잡으려고 파고  든다. 수개미
가 문지기 개미의 턱을 하나하나  잘라버린다.맑은 피가 흘러나온다.
턱의 남아 있는  부분이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이젠  솜방망이에 지
나지 않는다.
  문지기 개미를  쓰러뜨리기는 했으나 327호는 여전히  입구를 통과
할 수가 없다.  상대의 시체가 입구를 꽉 틀어막고 있는  탓이다. 문
지기 개미의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반사적으로 구멍 둘레의  나무를
꽉 누르고 있다.  어떻게 한다? 그는 문지기 개미의 이마에  배를 대
고 개미산을  쏜다. 문지기 개미의 몸뚱이가  울찔거리더니 개미산에
쏘인 키틴질이  회색 연기를 내면서  녹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리는
두껍기 때문에 쉽게  녹지 않는다. 그는 문지기 개미의  넓적한 머리
를 뚫고 길을 내느라고 네 번이나 개미산을 쏘아야 했다.
  이제 지나갈 수가 있게 되었다. 건너편에  쪼그라든 문지기 개미의
가슴과 배가 보인다.  저 개미는 그저 문일 뿐이다. 하나의  문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자들
  그로부터 5천 만  년이 지나 개미들이 처음으로 지구  위에 나타났
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생존 방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독
립 생활을 하던  원시적인 벌의 하나인 티피과 벌의  먼 후손으로서,
개미들은 턱도  침도 타고나지를 못  했다. 개미들은 작고  보잘것이
없었다. 그러나  어리석지는 않아서 흰개미들을 흉내내는  것이 도움
이 된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들은 단결하지 않을  수가 없
었던 것이다.
  개미들은 촌락을  만들고 열치기로나마 도시를 건설하였다.  곧 흰
개미들이 그  경쟁자에게 불안을  느끼게 되었다. 흰개미들은,  지구
위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 곤충은 자기들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세계의 거의 곳곳에서, 섬이든
나무든 산이든 가리지  않고, 흰개미 도시의 군대가 갓  만들어진 개
미 도시의 군대를 상대로 싸웠다.
  동물의 세계에서  그런 일은 처음이었다. 수백만의  위턱들이 나란
히 늘어서서 칼 싸움을 벌이는데, 그 싸움은  먹이를 위한 것이 아니
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훨씬 경험이 많은 흰개미들이 매번  이겼다. 그러나 개미
들도 싸움에 이골이 나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흰개미와 개미 사이의
전쟁이 줄잡아 5천 만 년에서 3천 만  년 동안 지구를 뜨겁게 달구었
다. 개미들이  개미산을 발사하는 무기를 개발해서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오늘날에도 그  적대적인 두 종  사이에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
다. 그러나 흰 개미 군대가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선생님께서는 아프리카에서 그분과 알게 되셨지요. 그렇지요?"
  그 질문에 교수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에드몽은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 부인
이 죽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네. 그는 곤충 연구에  모든 신
명을 바쳤다네."
  "왜 하필이면 곤충을 연구하셨을까요?"
  "왜, 곤충을  연구하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곤충은  예로부터
인간의 관심을 끌어 왔지. 아주 오랜 옛날  우리 선조들은 파리가 열
병을 옮긴다 해서  무서워 했고, 벼룩은 몸을 가렵게  하니까 싫어했
고, 거미는 늘  사람은 문다고 두려워했으며, 바구미는  갈무리해 둔
식량을 먹어버린다고 싫어했다네. 그런 생각들이 대대로 이어졌지."
  조나탕은 국립 과학 연구소 풍텐블고 곤충하고  센터 326호 실험실
에서 다니엘 로젠벨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교수는, 뒤
로 넘긴 머리털을 뒤통수 위쪽에서 묶어  말 꼬리처럼 길게 내려뜨린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웃기도 잘 웃고 입심도 좋았다.
  "곤충이 인간을 성가시게  해 왔지. 곤충은 우리보다  작고 연약한
데도 우리를  업신여기고 우리를 위협하기까지 한다네.  어디 그뿐인
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이야,  우리의 육신이 결국은 곤충의  위
속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지. 무슨  얘기인고 하니, 구더기 있잖은
가? 파리의  애벌레 말일세.  그놈들이 우리의  시체를 포식하는  거
지...."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해 봤습니다."
  "곤충은 오랫동안 해로운  것의 대명사로 생각되어 왔지.  예를 들
어 사탄의 앞잡이 중의 하나인 벨엘제불은  파리 머리로 표현되는데,
그렇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지."
  "개미는 그래도 파리보다 좋은 인상을 주고 있잖아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말하고  있지. 탈
무드에서는 개미가  정직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네.  티벳 불교에서는
개미가 물질적인  행위를 조롱하기 위한 상징으로  사용되지.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  상아 해안의 바울레  부족 사람들은 임신한  여자가
개미에게 물리면 개미  머리를 가진 아이를 낳는다고 믿고  있고, 폴
리네시아의 어떤 부족들은 오히려 개미를 작은 신처럼 생각한다네."
  "에드몽 삼촌이 그 전에는 박테리아를  연구했다고 들었는데요. 왜
박테리아 연구를 그만두셨을까요?"
  "그가 박테리아에  열중했던 게  사실이지만, 곤충에 대한  연구에
열중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지. 특히 개미에  관한 연구에
비하면 말이야. 내가 그저 '연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연
구에 국한된 게 아니라 다각적인 사회 참여이기도  했지. 거 왜 장난
감으로 만든 개미집  있잖은가, 여왕개미 한 마리에  일개미 600마리
를 플래스틱 상자  안에 넣어가지고 대형 잡화점 같은 데서  파는 거
말이야. 그것들을 팔지  못하게 하자고 청원했던 사람이 바로  그 친
구라네. 그는  개미를 '살충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실용화하기 위해
서도 애를 썼지. 그의 구상은, 숲속에  불개미 집들을 체계적으로 들
여앉혀서 해충들을 말끔히 없애버리자는  것이었다네. 터무니없는 생
각은 아니었지. 과거에도 벌써 송충이를 물리치기  위하여 개미를 활
용했고 폴란드에서는 전나무의 납작잎벌을 몰아내기  위해 개미를 활
용한 적이 있다네. 둘 다 삼림을 황폐하게 만드는 곤충이지."
  "곤충끼리 서로 맞서 싸우게 하자는 거로군요?"
  "음, 그 친구는  그것을 '곤충들의 외교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라
고 말했지. 지난  세기에 사람들은 화학 살충제로 어리석은  짓을 너
무나 많이 했어.  곤충에게 정면으로 공격을 가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되지. 또  곤충을 과소 평가해도  안 되고, 우리가 포유류를  정복한
것처럼 곤충을 정복하려고  해서도 안 돼. 예를 들어  화학적인 독극
물로 곤충을 박멸하려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지.  곤충은 모든 독극물
에 대해 방어 수단을 갖고 있거든. 다시  말하면 독극물에 면역이 되
는 거지. 우리가  여전히 메뚜기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도, 그놈들이 모든 살충제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고 무엇이겠
나. 메뚜기에게  살충제를 잔뜩 뿌려대면, 99퍼센트는  죽어버리지만
1퍼센트가 살아남는다네.  살아남은 그 1퍼센트는 스스로  면역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살충제에 대해 완벽하게 '예방 접종  받은' 새끼들
을 낳게 되는 거지. 그런식으로 우리는  200년 동안 끊임없이 살충제
의 독성을 증가시켜  왔지. 그 결과 살충제는 곤충보다도  사람을 더
많이 죽였고, 우리는 아무리 해로운 독극물을  먹어도 끄떡없을 만큼
저항력이 강한 종자들을 만들어낸거지."
  "우리에게 곤충에  맞서 싸울 이렇다  할 방도가 없단  말씀이신가요?"
  "자네가 직접 확인해 보게. 모기, 메뚜기,  바구미, 체체파리가 여
전히 있고  개미도 있네. 개미들도  모든 것을 견디어 내지.  1945년
핵 폭발이 있었을 때, 개미와 전갈만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사람들
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다네.  개미는 그것에조차 적응을  했던거지."

  수개미 327호는 겨레의  세포 하나가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자기
가 속한 유기체를 상대로 가장 저열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 사
실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자면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닌가? 그
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겨레 전체에 알려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다.
  그가 겨레의 구성원을 죽인 것은 다른  자들이 그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암과도  같은 인종의 연쇄 반응이었다.  겨레가 그
에게 비정상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도 어쩔  수 없이 마찬가지로 행
동한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는 동료 세포  하나를 죽였다. 어쩌면 다른 세포들을  또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