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개미 56호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생긴 네 날개를 움직이고있을
때, 뒤에서는 새떼들이 열한 번 째와 열 두 번째로 날아오를 암개미
떼에게 몰려들고 있었다. 불쌍한 자매들! 이제 다섯 차례 더 암개미
들이 날아오를 것이다. 그러면 벨로캉은 미래를 향한 모든 희망을
다 내보내는 셈이 된다.
56호는 더 이상 그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무한한 창공 속에
서 심호흡을 한다. 모든 것이 너무나 푸르다! 땅 속의 삶밖에 모르
던 개미에게는 공중을 비상하는 일이 너무나 황홀하다. 또 다른 세
계에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다. 56호는 좁은 통로들을 떠나 이제
모든 것이 3차원으로 드러나 있는, 현기증 나는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56호는 본능적으로 모든 비행 방법을 알아낸다. 오른쪽으로 돌 때
는 오른쪽 날개에 체중을 싣는다. 올라갈 때는 날갯짓의 각도를 조
절한다. 내려가보기도 하고 속도를 내기도 한다.... 완벽하게 회전
을 하려면 날개 끝을 중심 축에 박고 지체없이 45도 이상으로 몸을
돌려야 한다는 것도 깨닫는다.
56호는 하늘이 텅 비어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기는 커녕
공기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기류는 '펌프'처럼 56호를 밀
어올린다. 반대로, 진공 상태로 되어 있는 곳에서는 추락하게 된다.
그것을 알아내는 방법이 달리 있는 것은 아니고 앞에 가고 있는 곤
충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56호가 한기를 느낀다. 높이 올라올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것이다.
이따금 회오리바람이 일기도 하고, 훈훈한 기류나 찬 기류의 돌풍이
몰아치기도 하면서 56호를 팽이처럼 뱅그르 돌려버린다.
한 무리의 수개미들이 56호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암개미 56호가
속력을 낸다. 가장 빠르고 가장 끈질긴 자들만 따라오라는 뜻이다.
보다 좋은 유전 형질을 골라내려는, 일차적인 선별 방식이다.
무엇인가가 56호의 몸에 와닿는다. 수개미 한 마리가 56호의 배에
올라타더니 기어오른다. 수개미 몸집은 작은 편이지만, 56호의 날갯
짓을 중단시킨 걸 보면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 듯하다.
56호가 조금 아래로 위에 탄 수개미는 암개미의 날갯짓 때문에 떨
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가는 완전히 평형을 잃고, 침처
럼 생긴 제 생식기를 암컷의 생식기에 닿게 하려고 배를 구부린다.
56호는 어떤 기분이 들는지 호기심을 느끼며 기다리고 있다. 기분
좋게 따끔거리는 느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문득 하나의 생
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56호는 갑자기 앞으로 움직이더니 급강하하
기 시작한다. 숨막힐 듯한 기분이다! 엄청난 황홀감이다! 속도감과
교미의 쾌감이 어울려 이제껏 맛보지 못한 환희의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수개미 327호의 영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눈에 난 털 사이
로 바람이 빠져 나가면서 소리를 낸다. 톡 쏘는 듯한 나뭇진 냄새가
56호의 더듬이를 짜릿하게 만든다. 56호의 내부에 있던 혼들이 사나
운 파도가 되어 요동친다. 56호의 모든 분비샘에서 이제껏 분비되어
본 적이 없는 체액이 흐른다. 그 체액들이 섞이어 끓어오르는 수프
처럼 되더니 56호의 뇌 안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풀밭 위에 이르자,
56호는 다시 힘을 모아 날갯짓을 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화살처럼
다시 올라간다. 암개미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음에 반해, 수개미는
이제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수개미가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의 위턱이 마냥 벌어져 있다가 저절로 오무라든다. 심장이 멎는
다. 그런 다음엔 추락만이 남아 있다....
곤충의 세계에서, 대개 수컷들은 교미를 하고 나면 죽게 되어 있
다. 수개미들에게는 단 한 번의 사랑을 할 권리만 주어져 있다. 정
자들이 수컷의 몸을 빠져나오면서 주인의 목숨도 앗아가는 것이다.
개미의 세계에서도 수컷들은 사정을 하고 나면 죽는다. 어떤 곤충
의 암컷은 제 몸에 정자가 가득 차면 정자를 제공한 수컷을 죽여버
리기도 한다. 격한 감정 상태가 암컷의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곤충의 세계는 전체적으로 볼 때 암컷의 세계이
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홀어미들의 세계이다. 수컷들은 부차적인 지
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두 번째 수컷이 벌서 56호에게 달라붙고 있다. 수컷 하나가 떠나
기가 무섭게 다른 수컷을 받아들인다. 세 번째 수개미가 오고, 다시
여러 수개미들이 거쳐 간다. 암개미 56호는 그 수를 더 이상 헤아릴
수가 없다. 적게 잡아도 열일곱이나 열여덟 마리의 수개미들이 번갈
아가면서 56호의 저정낭을 싱싱한 생식 세포로 가득 채워주었다.
56호는 제 뱃속에서 살아 있는 액체가 부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장차 자신이 건설한 도시에서 살게 될 거주자들을 저장하고 있는 것
이다. 수컷들이 넣어준 수백만 개의 성세포들이 있기에 56호는 15년
동안 매일 알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56호 주위의 암개미 자매들도 56호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하늘 가득히 암개미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한 마리 또는 몇 마리의
수개미들이 암개미 위에 올라타서 똑같은 암컷을 상대로 교미를 한
다. 한데 뒤엉킨 사랑의 행렬이 구름처럼 공중에 걸려 있다. 암개미
들은 피곤에 지치고 행복에 취해 있다. 암개미들은 이제 공주가 아
니라 여왕이다. 반복되는 사랑의 즐거움이 몸을 녹초로 만들어 암개
미들은 이제 날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하기조차 힘겹다.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꽃이 만발한 벗나무에서 제비들이 위풍
당당하게 튀어나온다. 제비들은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층과 층
사이를 미끄러져 내리는 듯하다. 그 태연 자약한 모습에 소름이 돋
는다. 제비들이 부리를 활짝 벌리고 날개 달린 개미들에게 달려들어
차례차례 삼켜버린다. 이번에는 56호가 당할 차례이다.
103683호는 탐험 개미들의 방에 있다. 동쪽 흰개미 도시에 잠입해
혼자서라도 조사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차에, 일단의 탐험
개미들이 '용 사냥'을 하러 가는데, 함께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
의를 받았다. 알고 보니 주비주비캉이라는 도시의 초원 지대에서 도
마뱀 한마리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주비주비캉은 전 연방에서 가장
중요한 진딧물 목장을 가진 도시로서, 분비꿀을 짜낼 수 있는 진딧
물만도 900만 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도마뱀 한 마리가
나타나서 목축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주비주비캉은 연방의 동쪽 경계, 즉 벨로캉과 흰개미 도시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103683호는 그 원정대와 함께 떠나기
로 했다. 그렇게 되면 그가 흰개미 도시로 떠난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103683호의 주위에서 다른 탐험 개미들이 꼼꼼하게 원정 준비를
하고 있다. 탐험 개미들은 각자 갈무리 주머니에 당분이 많은 식량
을 가득 채우고, 개미산도 가득 장전해 둔다. 그러고 나서 추위도
막고 알테르나리아 홀씨에 대한 방비도(이제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
는 것이다) 할 겸 몸에다 달팽이의 끈끈물을 바른다.
도마뱀 사냥에 대한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혹자는 도마뱀이 도룡
뇽이나 개구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탐험 개미
서른 두 마리 가운데 다수가 사냥하기 어렵기로 말하자면 도마뱀이
최고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어떤 나이 많은 개미가 주장하기를, 도마뱀은 꼬리가 잘리면 그것
을 다시 자라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다들 그 개미의 말을 비
웃는다. 또 한 개미는, 도마뱀 한 마리가 기온 10도 때의 시간 동안
을 돌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주장한
다. 모두들, 개미산의 사용이 그리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벨
로캉 선조들이 위턱 하나만으로 그 괴물들을 상대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다.
103683호는 소름이 오싹 끼쳐오는 것을 억누르지 못한다. 그는 이
제껏 도마뱀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도마뱀을 위턱이나 개미산으로
공격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 구석이 있다. 자신이
생전 처음으로 달아나는 짓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
냥에 열심히 참가하는 것보다 '비밀 무기'에 대한 조사를 하는 쪽이
겨레의 생존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탐험 개미들의 준비가 끝났다. 그들은 도시 외곽의 통로를 올라가
7번 출구, 즉 '동쪽 출구'를 통해 빛 속으로 나아간다.
우선 도시의 변두리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
다. 벨로캉 주변은 너나할것없이 바쁘게 일하는 일개미와 병정개미
들로 북적거린다.
몇 군데에 특히 개미들이 많이 몰려 있다. 어떤 개미들이 잎새,
열매, 알곡, 꽃, 버섯 따위를 나르고 있다. 어떤 개미들은 건축 자
재로 쓸 잔가지며 잔돌들을 운반하고 있다. 또 어떤 개미들은 사냥
물을 싣고 온다.... 냄새들의 아우성.
도마뱀 사냥에 나선 개미들이, 교통이 혼잡한 곳을 비집고 나아간
다. 그곳을 지나니 교통이 한결 원활해 진다. 대로가 점점 좁아져,
폭이 3머리(9밀리미터)가 되더니, 다시 두 머리로, 이어 한 마리로
된다. 그들은 이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집단적으로 의사 소
통을 하느라고 풍기던 냄새도 이젠 느껴지지 않는다. 그 무리는 도
시와 연결되는 냄새의 탯줄을 잘라버리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하
나의 단위가 된 것이다. 그들은 '산보'대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산
보'대형이란, 개미들이 둘씩 짝지어 행진할 때의 대형을 말한다.
그 무리는 이내 다른 무리와 마주쳤다. 역시 탐험 개미들의 무리
이다. 그들은 갖은 고생을 다했던 모양이다. 그 대열에는 몸이 성한
개미가 한 마리도 없다. 다들 몸뚱이 여기저기가 잘려나갔다. 어떤
개미들은 다리가 하나밖에 안 남아서 처참한 모습으로 기어가고 있
다. 더듬이나 배가 잘린 개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03683호는
'개양귀비' 전투 이래로 그렇게 심하게 다친 병정개미들을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은 어떤 무시무시한 것과 부닥뜨렸던 게 틀림없다....
어쩌면 그 '비밀 무기'가 아니었을까?
103683호는 기다란 위턱이 부서진 커다란 병정개미와 대화를 나누
어보려고 한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무슨 일이 있었는
가? 흰개미들에게 당한 것인가?
그 병정개미는 걸음을 늦추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얼굴을 돌린
다. 아니 이럴 수가, 눈 구멍이 텅 비어 있다! 게다가 입에서 목관
절까지 머리가 쪼개져 있다.
103683호는 그 병정개미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을 더 가더니, 그 병정개미가 쓰러진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
지 못한다. 그래도 아직 길 수 있는 힘은 남았는지 엉금엉금 기어서
길 밖으로 나간다. 자기의 시체가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암개미 56호는 제비를 피하려고 잽싸게 급강하를 시도한다. 그러
나 제비가 열 배는 더 빠르다. 커다란 부리가 더듬이 위로 덮쳐오는
가 했더니 벌써 배와 가슴과 머리를 덮어버린다. 부리가 56호보다
훨씬 빨랐다. 입 천장과의 접촉이 견디기 어렵다. 이어 부리가 다시
닫힌다. 모든 게 끝난 것이다.
희생
개미를 관찰해 보면, 저 자신의 생존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는 외부의 요구에 따라 행동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몸통에서 머
리가 잘려나가면 그 머리는 적의 다리를 물거나, 곡물 알갱이를 자
름으로써 여전히 쓸모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쓴다. 가슴이 잘려나
갔을 때도 그 가슴은 적이 쳐들어오는 입구를 막으려고 기어 간다.
자기 희생인가? 공동체에 대한 광신인가? 집단주의 때문에
생긴 미련함인가?
그 어느것도 아니다. 개미 역시 외톨이로 살아갈 줄 안다. 겨레를
필요로 하지 않고, 겨레에 반역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째서 그런 자기 희생의 모습을 보이는 걸까?
현재 내 연구가 도달한 수준에서 말한다면, 그것은 겸양에서 비롯
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미에게는 자신의 죽음이 그리 대단한 사건이
못 되는 것 같다. 즉, 개체의 죽음이 방금 전까지 하고 있던 일을
단념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