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바람의 페달을 밟는다
박수현
저녁 무렵 자주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린다.
몸을 고추 세워 페달을 밟으면 수런대는 억새들, 풀벌레들,
강물 소리들이 바퀴에 팽팽하게 감겨든다.
이 소리들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살아 있음을 말해주는 바람과 만나게 한다.
바람은 사람들의 갖가지 이야기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절망을 풀어내는 마법 주머니처럼 늘 신선하다.
때론 성산대교 붉은 교각 밑에 자전거를
세워 둔 채 어두워지는 강을 바라본다.
시시각각 바람이 부는 강도와 방향에 따라 출렁이는
몇 겹 물빛 위로 바람은 제 그림자를 슬쩍 내비치다 빠르게 몸을 숨긴다.
그러나 가만히 둘러보면 시드는 풀잎에도,
낙엽을 떨구는 나무에도 그것은 자신이 지나간 자국을 남기고 있다.
詩를 찾아 가는 길도 이처럼 바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예감하며 또한 바람과 시간을 견뎌 낸,
存在들의 자유로운 정신을 잡으려는 안타까운 작업이 아닐까?
“바람이 인다! .... 살려고 애써야 한다.????라는 폴 발레리의 시 구절처럼..
. 詩를 쓴다는 것은 얼마간의 외로움을
견디며 또 그 외로움을 즐기는 일이다.
등단 전엔 그 외로움을 견뎌내는데,
또 詩를 다양하게 습작하는데 급급했다면
이젠 그 외로움도 조금은 즐기며 내 詩의
향방도 어렴풋이나마 가늠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새봄의 연한 감잎이나 감꽃도 아름답지만
11월의 감 같은 광채를 지닌 詩人이 되라.
잠시 즐거워하고 오래 고통 하길,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날마다 신생하라.”
한 스승께서 늦은 등단의 내게 주신 말씀이다.
날마다 신생하는 詩를 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위태로운 말의 은륜 위에서 存在의 이글이글 타는 들끓음,
또는 빽빽한 침묵들이 담긴 마법 주머니인 바람을 쫒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