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고 싶은 소쩍새 울음소리 ]유 안 진 작성자초록장미|작성시간09.04.27|조회수204 목록 댓글 0 글자크기 작게가 글자크기 크게가 듣고 싶은 소쩍새 울음소리 / 유 안 진 6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 더러 이상기온으로 여름같은 봄날씨가 있긴 해도 여름은 6월부터다. 그래서 6월부턴 신록아닌 녹음이며 시퍼렇게 우거진 사방 어디서나 방아깨비나 여치, 문둥메뚜기는 말할 것도 없고 풍뎅이며 잠자리에다 물웅덩이를 맴도는 소금쟁이떼도 연상되지만 이런것들은 고사하고 때없이 눈에 띄던 거미줄구경조차 까마득하다. 아니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에서조차도 이것들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듯하다. 이지경에 이른 무감각증에 큰소쩍새가 발견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은 욕심대로 큰소쩍새의 희소식에 문득 소쩍새 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저 50년대의 「낭랑18세」라는 유행가는 회생되어 「소쩍꿍 소쩍꿍∼」하는 노래는 애창되어도 정작 여름밤새인 소쩍새소리는 못들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렇다. 여름밤엔 여름새인 소쩍새가 「소쩍 소쩍쩍∼」하고 울어줘야 귀가 아닌 가슴이 시원해진다. 철철 소리내며 흐르는 냇물소리보다 더 시원하게 씻기는듯 여유로워진다. 유난히 청각에 유정했던 우리조상들은 눈으로 보거나 몸소 만져보기보다는 귀로 듣고 상상하기를 더 좋아했을까. 그래서 봄밤에는 두견이울음을, 여름밤엔 소쩍새울음을 즐겼고 가을밤에는 섬돌밑의 귀또리소리에 돌아눕고 싶어했으며 겨울 한밤중엔 부엉이울음으로 텅비어 시린 동굴가슴안의 일반근심 거미줄을 쓸어내고 싶어했다. 「…봄부터 소쩍새는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라는 시구가 있긴해도 소쩍새는 여름새이지 봄새는 아니다. 봄밤에는 두견새가 제피를 뽑아내어 온 산천에다 피칠하여 울고울어서 진달래가 붉게 피는것으로 상상했지 여름새인 소쩍새가 운다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실제로 울지도 않는다. 올빼미과에 속하는 소쩍새가 간혹 두견새로 오인되어설까. 아니면 모름지기 시구에서는 이렇듯 새울음조차 고증과는 상관없어도 무방한지는 문학평론가들의 몫이지만 6월부터 시작되는 여름밤엔 소쩍새울음소리에 홀연 잠이 깨고 싶다. 늘 배고픈 서러움으로 봄날의 높고높은 보릿고개를 넘겨야했기로 무논바닥같이 질펀하고 흥건하게 가슴적시는 듯한 소쩍새울음으로서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었으니, 즉 「소쩍다 소쩍다」하는 듯이 들리면 풍년이 들고 「소쩍 소쩍」하는 듯이 들리면 흉년이 든다고 전해졌다. 그래서 진종일 고된 농삿일이나 그 뒷바라지에 뼛골이 녹착지근한 잠자리에서조차도 두귀는 소쩍새울음에다 열어놓아서 그해 농사의 흉풍을 점쳐왔던 조상들에 비하면 왠지 우린 모두 죄인같다. 긴긴 봄 내내 허기져 올라붙은 배를 소쩍새울음으로나마 상상해가며 배부르고 싶었던 조상들은 병든 노부모님이나 굶주린 처자식을 위해서나 막가는 도둑질을 했지만 요즘의 억억 기가 막히는 부정부패사례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차라리 안쓰럽다 느껴지고 내버리지 않는강한 책임감이니 오히려 가상할 일(?)이었지않나 잠깐 헷갈리기도 한다. 소쩍새울음소리로 여름 한밤의 잠을 설쳐보고 싶다. 어린시절을 감미롭게 추억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하물며 그 시절처럼 겸손해지고 싶어서도 아니다. 왠지 한껏 웃어보고 싶어지는 때가 있듯이 한껏 울어보고싶은 때도 있어설까. 아니면 진정 웃음다운 웃음은 사라지고 다만 안면근육만 헤프게 실룩거리는 잘 웃는 웃음시대의 외로움 탓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울음다운 울음이 울어지지 않는 냉혹한 가슴을 대신해서 울어적셔주는 울음이 진정 필요해서일까. 지금이 어느시대라고 서울 한복판에서 소쩍새울음따윌 그리워하느냐고 비웃어도 좋다. 첨단공학이 아무리 발전되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초고층빌딩들이 수목속에 어우러진 도시를 꿈꾸는 것은 사람도 자연이지 첨단기계는 아니니까. 「내 님을 그리자와 우니다니 산접동새 난 이슷하요이다…」라고 노래했던 고려적의 우리조상 못지않게 우리도 좀 유정해진다면 배고파서가 아니라 너무 배불러 겪게되는 죄악은 줄어들거라는 가정은 어리석은 착각에 불과할까. 소쩍새가 운다해서 도시가 뒷간냄새나는 농촌으로, 현대가 원시시대로 되돌아가진 않을테니 제발 큰소쩍새여 번식하고 번창하여 도시까지 날아들기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북마크 공유하기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0 댓글쓰기 답글쓰기 댓글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