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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벼락맞은 약장수 82

작성자마나슬루|작성시간26.01.06|조회수191 목록 댓글 6

82.사형도 좋은 인연을 만났구나. 나처럼.


 
벽운학은 기이한 눈으로 무영을 바라봤다. 그 무서운 금령의 사제로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어찌 두 사형제가 이리도 다룰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벽운학이 겪어온 금령은 한 자루 검과 같은 사람이었다.
 
언제나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물론 본인은 그게 흐트러진 거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벽운학이 보기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한데 지금 벽운학 앞에 앉은 무영은 금령과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금령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마치 바람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 거대함은 뭐란 말인가.'
 
벽운학은 천기비록을 익혔다. 물론 겉핥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익힘으로 해서 몇 가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다.
 
사람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그것인데, 지금 그가 보는 무영은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 깊은 곳에 파괴적인 힘이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벽운학의 말에 무영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벽운학은 그 미소를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금령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제가 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무영은 커다란 상자 하나를 벽운학에게 내밀었다. 벽운학은 의아한 눈으로 무영이 내민 상자를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단약이 가득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벽운학의 물음에 무영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신선단입니다."
 
"신선단?'
 
벽운학의 눈이 살짝 커졌다. 신선단에 대한 얘기는 오래전부터 자주 들어왔다.

금령과 백운학의 아버지인 벽하룡은 항상 담소를 즐겼는데, 벽운학은 그때마자 옆에 조용히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때는 그것이 내게 주는 가르침이라는 걸 몰랐지.'
 
당시에는 어렸기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의 경험이 얼마나 큰 가르침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신선단에 대한 얘기는 그때 들었다.
 
"이, 이것이 신선단이란 말씀입니까?"
 
벽운학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신선단을 바라봤다. 과연 단약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많이......!
 
얼핏 봐두 수백 개는 되어 보인다. 대충 천 개쯤 되는 듯한다. 신선단의 효능이 만일 들었던 대로라면 천 명의 고수를 양성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이것만 있다면 혈교를 물리칠 수 있어!'
 
벽운학의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용솟음쳤다. 신선단으로 키운 천 명의 고수가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이 정도면 가히 천하와도 싸울 수 있을 듯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환희 감정이 마구 차오르던 벽운학의 귀에 무영의 말이 들려왔다.
 
"내상약으로 쓰십시오."
 
벽운학은 무영의 말에 신선단으로 향하던 손이 그대로 멎었다. 그리고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아 고개를 들어 무영을 바라봤다.
 
무영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 아마 꽤 효과가 괜찮을 것입니다."
 
무영의 말에 벽운학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자 뚜껑을 닫고 그것을 자신의 옆에 내려놓았다.
 
"자, 잘 쓰겠습니다."
 
벽운학은 상자를 받으면서도 이것이 과연 진짜 신선단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는 신선단은 하나만 먹어도 수십 년 동안 쌓아야 하는 내공을 단숨에 얻게 해주고, 수 년 동안 막혀 있던 묘리를 뻥 뚫리게 해주는 약이었다.

이런 보잘것없는 내상약이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무영은 품에서 작은 목곽 하나를 꺼냈다. 벽운학은 얼떨떨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무영이 그것을 내밀자, 벽운학이 자신도 모르게 받았다.
 
"제 사형께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어르신께서 말입니까?"
 
금령이 주는 선물이라는 말에 벽운학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가만히 목곽을 바라봤다.
 
딸깍.
 
뚜껑을 여니 청아한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안에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구슬 하나가 들어 있었다. 새하얀 구슬이었는데, 은은한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야명주를 보는 듯했다.
 
벽운학은 잠시 홀린 듯한 눈으로 그 구슬을 바라봤다. 새하얀 광채가 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값어치가 상당해 보였다.
 
'이런 기보를 주시다니, 돈에는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꽤 대단한 부주이신 모양이구나.'
 
벽운학은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사실 금령이 지금까지 그들 부자(父子)에게 해준 거라고는 말상대와 몇 수의 무공을 지도해 준 것이 전부였다.

금령이 이렇게 물질적인 선물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벽운학의 아버지인 벽하룡은 금령의 친구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훨씬 어렸다. 그래서 별 거부감 없이 금령의 지도를 받아들였다.
 
금령이 뭔가 새롭고 강력한 무공을 전수해 준 것은 아니지만 대련을 함으로써 부족한 점을 보강해 주었고, 장점을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것은 벽하룡이나 벽운학에게는 정말로 큰 도움이었다.
 
벽운학은 금령이 자신에게 주었다는 선물을 다시 한 번 살폈다. 보면 볼수록 대단한 물건이었다.
 
'내다 팔면 적어도 금 만 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구나.'
 
금 만 냥이라면 정말로 큰 돈이다. 앞으로 무림맹을 이끌어 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벽운학이 목곽 뚜껑을 다시 닫으려 할 때, 무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드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영의 말에 벽운학은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무영을 바라봤다. 일순 무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설마 이 보주(寶珠)를 먹으라는 얘끼는 아닐 것이고, 그럼 내상약을 지금 먹으란 뜻인가? 내상도 입지 않았는데, 왜?'
 
벽운학은 멍한 눈으로 무영을 바라봤다. 무영은 눈짓으로 벽운학의 손에 들린 목곽을 가리켰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 목곽 안에 든 구슬을 가리켰다.
 
"이, 이걸 말입니까?"
 
벽운학이 목곽을 살짝 들어올리며 묻자, 무영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마 지금 드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도움을 조금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무영의 말에 벽운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 구슬이 무엇이기에......"
 
"하하, 구슬이 아니라 신선단입니다."
 
"예에?"
 
벽운학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방금 전에 내상약이라고 준 것을 신선단이라 하지 않았는가. 한데 이번에는 이것이 신선단이라니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벽운학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다시 구슬, 아니 신선단을 살폈다.
 
여전히 방 안은 청량한 향으로 가득했다. 조금씩 몸에 활력이 느껴지는 게 그 향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제야 벽운학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거다! 이게 바로 그 신선단이다!'
 
벽운학은 내심 금령의 마음이 느껴져 짠했다. 금령은 비록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을 생각해 줬다. 그 마음은 언제나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이런 귀한 선물을 주시다니......'
 
무영은 신선단을 눈앞에 두고 감격하고 있는 벽운학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서 드시지요. 사형께서 아주 특별히 준비하신 것입니다."
 
신선단을 만든 것은 무영이지만, 무영은 끝까지 자신이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이번 신선단은 금령의 부탁을 받아 정말로 특별하게 만들었다.
 
벽운학은 천기비록이라는 것을 익혔는데, 그 성취가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해서 그것에 도움이 되도록 약을 만들었다. 신선단에서 새하얀 광채가 흐르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만일 예전의 실력 그대로였다면 못 만들었겠지.'
 
무영은 내심 뿌듯했다. 왠지 스승님의 경지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번 신선단은 하늘의 기운으로만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경지였다.
 
벽운학이 천천히 신선단을 들어 다시 한 번 눈에 깊이 새긴 후, 그것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무영은 그 광경을 눈도 깜빡하지않고 바라봤다.
 
화아악!
 
벽운학의 몸에서 은은한 서기(瑞氣)가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하늘로 쭉 솟구쳤다. 마치 정수리에서 서기가 뿜어져 하늘을 찌르는 듯한 광경이었다.
 
벽운학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선기(仙氣)를 다스리느라 놀랄 겨를도 없었다.

신선단에서 비롯된 선기가 온몸을 휘돌며 혈도를 자극했다. 그 기운은 마치 폭주하듯 거침없이 사지백해를 돌아다녔다.
 
벽운학은 그 기운을 다스리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선기는 그가 다스리기에는 너무나 까다로운 기운이었다. 조금 잡한다 싶으면 어김없이 도망가 버렸다.
 
"크윽."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 듯했다. 지나칠 정도의 영약은 오히려 독이나 다름없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어쨌든 깨달음은 깨달음이라고 지금은 살아야 했다. 벽운학은 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한 줄기 따스한 기운이 등을 통해 스며들었다. 등에 누군가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벽운학은 대번에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도와준다고 했었지.'
 
벽운학은 그제야 무영이 지금 신선단을 복용하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영은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측한 것이다. 어쩌면 금령이 알려줬을 수도 있다.
 
'아니, 분명히 어르신께서 알려주셨겠지. 그런 분이니까.'
 
벽운학은 온몸에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금령을 떠올리니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졌다.
 
벽운학은 무영의 도움으로 순식간에 선기를 다스릴 수 있었다. 자신 혼자서 했다면 어림도 없을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한 번 다스리고 나니 훨씬 수월해졌다. 방금 전 곤욕을 치르면서 의지가 한 단계 높아진 듯했다.
 
벽운학은 등에서 손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더이상 따스한 기운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선기를 다스릴 수 있었다.
 
온몸을 휘돌던 선기는 단전에 자리를 잡더니 몇 번이고 온몸의 혈도를 자극하며 돌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중단전과 상단전에 자극을 주었다. 그 순간, 벽운학은 마치 뇌리에 벼락이 내리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번쩍!
 
벽운학이 눈을 뜨자 강렬한 섬광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섬광이 사라지고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는 벽운학의 눈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무영의 모습이었다.
 
벽운학은 자리에서 벌떡 일너나 무영에게 절을 올렸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큰 기연을 얻었습니다."
 
벽운학의 행동에 무영이 크게 당황했다.
 
"이, 이러지 마십시오.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영은 그렇게 말하며 급히 손을 뻗었다. 순간 벽운학은 무형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운기를 해서 저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벽운학은 경악이 가득한 눈으로 무영을 바라봤다. 어느새 그는 앉아 있었다.
 
벽운학이 놀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는 방금 전 신선단을 복용한 덕분에 천기비록의 성취가 대폭 높아졌다.

그동안 막혀서 전혀 진전이 없던 부분이 대부분 뚫려 버렸다.
지금까지 겉핥기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천기비록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의 한계는 딱 여기까지였지만.
 
그렇게 천기비록의 성취가 높아진 덕분에 그의 무공도 한층 대단해졌다. 지금 심정으로는 십대고수 중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사 혈교의 교주가 오더라도 물리칠 수 있을 듯했다.
 
한데 그런 자신이 아무리 용을 썼는데도 무영의 힘을 거스르지 못했다. 무영은 직접 손을 쓴 것도 아니고 주변의 기운을 이용해 자신을 옭아맸을 뿐이다. 그것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말이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졌기에.......'
 
이렇게 겪고 나니 무영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과연 금령의 사제라 할 만했다.
 
'어르신의 나이가 이제 백 세쯤 되셨을까? 아니, 더 되시려나? 그럼 이분도 그에 못지 않다는 뜻......'
 
벽운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영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스무 살 정도로 보였다.
 
"아무튼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앞으로 큰 수고를 해주실 분 아닙니까."
 
무영의 말에 벽운학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생각해 보니 이런 큰 힘을 얻었지만 아직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혈교가 보유한 철강시는 정말로 무서운 존재였다.
 
"과연 제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벽운학의 말에 무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분명히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뇌룡장도 한 팔 거들게 될 테니까요."
 
그 말에 벽운학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뇌룡장에는 십대고수가 셋이나 있고, 금령이 있다. 그들이라면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어르신만 도와주셔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벽운학의 말에 무영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형은 아마 힘들 겁니다. 저와 함께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벽운학은 그제야 얼마 전 금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도 금령은 혈교와 싸울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대체 무슨 일을 하시려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벽운학의 물음에 무영이 입을 다물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한참이나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생각에 잠겼던 무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든 일이 원흉과 싸워야 합니다."
 
벽운학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제야 상황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금령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어르신께 전해주십시오."
 
벽운학은 그렇게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영은 가만히 앉아 벽운학의 방에서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의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사형도 좋은 인연을 만났구나. 나처럼."

 
무림맹으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십대고수인 벽운학을 중심으로 구대문파와 오대세가가 모였으니, 여타의 문파나 무가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림맹에 모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교를 물리치는 것보다 그 이후의 일에 관심이 있었다. 이렇게 결성된 무림맹이 혈교를 물리쳤다고 사라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남아 세력을 공고히 다지게 될 것이고, 향후 무림의 평화를 지킬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숨낳은 이권이 따라붙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권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원했다.
 
사람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모이든 벽운학은 그들을 크게 환영했다. 목적이야 어찌되었건, 결국은 혈교와 싸우기 위해 모인 자들이다.

혈교와 싸우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평화를 쟁취했는데 그 정도 이익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벽운학은 무림맹의 힘과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 혈교와 싸울 준비를 착착 해 나갔다.

 
북해빙궁의 심처, 한 사내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였기에 사내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다. 만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성과는 좀 있소?"
 
"다행히 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오, 대단하구려. 약왕문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이라더니 과연 그렇구려."
 
사내는 빙철룡이었고, 여인은 양선화였다.
 
양선화는 빙궁과의 거래가 틀어진 후, 망연자실했다. 이대로라면 약왕문은 크게 흔들릴 것이 자명했고, 자신은 파문까지 각오해야 했다.
 
그러던 차에 나타난 것이 바로 빙철룡이었다. 빙철룡은 양선화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빙혼단을 모두 구입한 것이다.
 
빙철룡은 아버지인 빙궁주를 설득해 빙혼단을 구입하도록 만들었다.
 
양선화는 그에 고마움을 느끼고 빙철룡과 가까워졌다. 대충 약왕문과의 일을 마무리지은 후, 빙철룡의 부탁으로 아예 빙궁에 눌러앉아 버렸다.
 
고마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빙철룡도 꽤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빨리 사랑에 빠져들었다.
 
빙철룡은 양선화에게 빙혼단의 개선을 부탁했고, 양선화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사실 빙혼단에 들어간 약재는 대단한 것들이다. 물론 약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거만 극복한다면 빙궁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연구를 한 끝에 빙혼단을 어느 정도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약왕문에서도 꽤 재능을 가진 제자 중 하나인 양선화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요. 빙혼단을 복용한 사람은 일정 시간 동안 큰 힘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완전히 탈진해 버릴 거예요."
 
빙철룡은 조금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 외에 다른 문제는 없소?"
 
"당연하지만 빙공을 익힌 사람이 아니면 독을 먹는 거나 다름없을 거예요. 또한, 한 사람이 빙혼단을 여러 번 사용하면 위험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위험하단 말이오?"
 
"예전의 가치처럼 될 수 있어요."
 
양선화의 말에 빙철룡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건 완전한 폐인을 의미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상태다.
 
"알겠소. 일단 최대한 단점을 없애 주시오. 그대의 손에 우리 빙궁과 나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하오."
 
양선화가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에요. 저만 믿으세요. 가가."
 
양선화는 달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한없이 달콤했다. 빙철룡은 그녀에게 한 발 다가가 허리를 끌어 안았다.

지금은 상을 줘야 할 시간이다. 일을 했으니 그에 걸맞은 상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내 약향이 가득한 방 안에 거친 숨소리와 교성이 가득해졌다.

 
혈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혈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질주했다. 천 구가 넘는 철강시가 한꺼번에 움직였다. 그 철강시들의 가장 앞에는 혈강시가 된 남궁무학이 있었다.
 
혈교에 처음 당한 문파는 소천문이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문파였다. 그들은 일천 구의 철강시를 맞아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전멸하고 말았다. 단 한 명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문파 하나를 박살낸 다음, 혈교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다시 움직여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소천문에서 출발할 혈교는 가장 가까운 문파로 향했다.

이번에는 천 구에서 십여 구의 철강시가 더 늘어 있었다. 소천문에서 시간 끈 것은 그 시체를 이용해 철강시를 더 늘리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혈교를 늘리지만 학실히 세를 불려가며 무림을 향한 야욕을 드러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새로 구성된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천은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둘러봤다.
 
현재 맹주와 집무실에 모인 사람들은 무림맹의 장로와 새로 만든 무사단의 단주들이었다. 장로들은 물론이고 단주들도 은연 중 세 패로 나뉘어 있었다.
 
무림맹은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그리고 중소 문파와 무가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세 세력은 은연중 세력다툼을 벌였다.
 
그들은 상당히 자신감이 넘쳤다. 일단 이렇게 힘을 모은 이상 혈교를 이기는 건 당연하다 여겼다.
 
벽운학은 그런 그들의 힘겨루기를 적절히 조절했다. 도를 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경쟁을 유발해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으려 했다.

벽운학은 그런 쪽으로는 상당히 뛰어났다. 그것은 천기비록을 익힌 자가 가지는 능력 중 하나였다.
 
"이대로라면 늘어나는 철강시를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혈교의 힘은 두려울 정도였다. 벌써 세 개 문파를 몰살시켰다. 현재 철강시의 수는 대략 파악한 것만으로도 천백여 구에 달한다. 아마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벽운학은 장로들과 단주들을 쭉 둘러봤다. 상당히 믿음직했다. 비록 뇌룡장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이렇게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모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일단 철강시의 수를 좀 줄여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별동대를 조직해 그들을 습격하는 건 어떻습니까?"
 
벽운학의 말에 모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일단 저들은 훤히 드러나 있다.
 
그러니 습격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철강시의 수를 아무리 늘려도 계속 습격을 해 수를 줄인다면 한 번 싸워볼 만하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일단 별동대를 어떻게 구성할 지 논의를 해야겠군요."
 
제갈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벽운학이 말했다.
 
"내가 직접 가겠소."
 
모두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맹주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혹시라도 벽운학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이후로 무림맹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 벽운학은 어디에서 소식되지 않았기에 무림맹의 모든 사람들은 아우를 수 있다.
 
"맹주님, 재고해 주십시오. 맹주님께서 직접 움직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갈천의 말에 장로들이 저마다 나서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맹주께서 움직이다니 아니 될 말이오. 차리리 내가 가겠소."
 
"아니, 내가 가겠소. 그러니 맹주께서는 자리를 지켜 주시오."
 
장로들과 단주들이 분연히 일어나 말했다, 벽운학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요. 하면......"
 
벽운학이 막 누군가를 지목하려던 찰나, 좌중의 끝부분에 앉아서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일어선 사람은 남궁상룡이었다.
 
그는 남궁세가의 대표로 무림맹에 참여해 청룡단의 단주가 되었다.
 
남궁상룡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탐탁지 안흔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남궁상룡은 너무 어렸다. 현재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가장 어렸으니 미덥지 못한 게 당연했다.
 
"청룡단주에게 맡기기에는 사안이 너무 어렵다고 여기오만."
 
장로 중 한 명이 말하자 남궁상룡이 그를 살짝 노려봣다. 하지만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실력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증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남궁상룡의 말에 장로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너무나 건방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남궁상룡은 가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설치는 애송이였다.
 
하지만 벽운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벽운학은 기감을 느끼는 능력이 탁월했다.
 
이 역시 천기비록 덕분이었다. 그가 보기에 남궁상룡은 정말로 강했다. 다만 그 강함 가운데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져 조금 염려되었다.
 
"상당히 위험한 임무가 될 것입니다."
 
벽운학의 말에 남궁상룡이 씨익 웃었다.
 
"성공하면 공고 그만큼 크지 않겠습니까?"
 
벽운학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최고의 적임자였다. 꺼림칙한 느낌만 없었다면 그가 판단하기에 자신의 뒤를 이어 맹을 이어받아도 될 듯했다.
 
'노파심이겠지.'
 
벽운학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꼭 성공해 주십시오. 최종적으로 우리의 전열을 정비해 그들과 맞붙었을 때, 철강시의 수가 오백을 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기습으로 철강시 오백을 없애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명인데도 남궁상룡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대답을 마친 남궁상룡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그때까지 싸늘히 식어 있던 방 안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저마나 자신의 생각을 떠들기 시작했다. 남궁상룡을 불신하는 말에서부터 일단 맡겼으니 믿고 기다리자는 말, 그리고 맹주의 성급한 결정에 대한 불만까지.
 
벽운학은 그런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남궁상룡은 무림맹을 떠나면서 크게 웃었다.
 
"으하하핫! 드디어 내가 기회를 잡았구나!"
 
처음 세가를 떠나 무림맹으로 왔을 때만 해도 단숨에 무림맹주를 누르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무림맹주인 벽운학을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벽운학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 통찰력과 사람을 끌어들이고 다스리는 능력은 남궁상룡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맹주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야 했다. 그 첫 번째 방법이 바로 무림맹에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 공을 세워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후, 나중에 어떤 방법을 써서든 지금의 맹주를 죽이면 된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새로운 맹주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 사람 역시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서하린...... 너도 내게 올 수밖에 없을 거다.'
 
서하린을 떠올린 남궁상룡은 웃음을 멈췄다. 무림맹으로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서하린이었다.

서가장이 정협맹에 합류했고, 그래서 서하린이 정협맹으로 갔다는 얘기는 폐관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한으로 오며 서하린과 서가장에서 자신을 물 먹인 약장수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로 처단하려 했지만 결국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뇌룡장이라......'
 
남궁상룡은 무영을 다시 만나면 처참하게 죽여 버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있는 자들이 너무나 대단했기 때문이다.
 
'십대고수라니.'
 
벽운학을 만나기 전까지 십대고수에 대해 막연히 강한 정도로만 여겼다. 자신도 충분히 강해졌으니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구룡신검 정도로 강한 자가 함께 붙어 있다면 쉽게 생각할 수 없다. 더구나 한 명도 아니지 않은가.'
 
남궁상룡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혈교를 물리치고 자신이 무림맹주가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좋아, 최대한 빨리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그놈을 죽인 후, 서하린을 취한다.'
 
남궁상룡은 그렇게 결심하며 눈을 빛냈다. 섬뜩할 정도의 핏빛이 그의 눈에서 쏟아져 나왔다.

 
마철령은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자신이 만든 철상시들을 바라봤다. 그의 뒤에는 다섯의 그림자와 다섯의 흑령이 서 있었다.
그림자와 흑령의 역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철령이 강시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다른 하나는 마철령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마철령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시들뿐이었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후인까지 만들어뒀다.
 
강옥조의 심령을 완전히 장악해 그녀가 직접 혈교주가 되지는 못하도록 만들었다. 아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새로운 혈교주가 나타날 것이다.
 
마철령은 은왕곡이 세상을 완전히 장악했을 때, 새로운 혈교주가 나오길 바랐다.
 
그렇게 된다면 은왕과 혈왕을 몰락시킬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자신은 힘이 없지만, 새로운 혈교주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준비를 할 테니까 말이다.
 
"흐으으. 이제 천이백 구가 되었군. 혈강시의 재목은 없었지만."
 
마철령의 말에 흑령 중 하나가 공손히 말했다.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하셨으니 이제 슬슬 다음 문파로 이동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철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으. 그러지. 모두 출발한다."
 
마철령의 명에 철강시들이 일시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철령은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느긋하게 뒤를 따랐다. 그림자와 흑령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철강시들이 막 밖으로 나갔을 때, 갑자기 폭음이 울렸다.
 
꽈과과광!
 
마철령의 눈살을 찌푸렸다.
 
"흐으으. 무슨 일인지 알아봐라."
 
그림자 하나가 신속하게 장원 밖으로 나갔다. 상황을 살핀 그림자는 금세 사태를 파악했다. 누군가 화탄을 터트려 공격한 것이다.

철강시들이 모인 한가운데에 화탄을 던졌는데, 그것이 터지면 난 소리였다.
 
그림자는 재빨리 철강시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옷가지가 조금 찢어지고 살점이 나갔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다만 화탄이 터지며 연기가 심하게 나와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물론 화탄이 터진 곳을 중심으로 반경 삼 장 정도만 그랬다.
 
"누군가 화탄을 터트렸습니다!"
 
그림자는 일단 그렇게 외치고 흉수를 찾기 위해 몸을 날렸다.
 
쉬익!
 
쩡!
 
그림자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암기를 검으로 쳐내고 고개를 돌려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누가 정신없이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림자는 피식 웃으며 그를 뒤쫓았다.
 
그림자가 그렇게 움직이는 사이 마철령을 비롯한 나머지 그림자와 흑령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의 태도는 여전히 느긋했다.
 
철강시는 결코 기습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철강시는 인간과 같은 사각이 없다. 그들은 눈으로 사물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쩌저저저정!
 
그 순간 격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쇠를 박살내는 듯한 소리였다.

마철령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누군가 정신없이 철강시의 머리를 부속 있었다. 철강시의 약점을 정확히 안다는 뜻이다.
 
"갈!"
 
마철령의 입에서 내력을 가득 담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의 파동은 고스란히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복면을 뒤집어 쓴 채로 씨익 웃더니 옆에 있던 철강시 한 구의 머리를 박살내고 쏜살같이 도망갔다.
 
그의 손에 쓰러진 철강시의 수가 무려 열 구가 넘었다. 마철령은 분노했다.
 
"흐으으으. 저놈을 당장 잡아와라. 내 직접 철강시로 만들어줄 테니까."
 
마철령의 말에 그림자들이 움직였다. 다섯 흑령은 염려스러운 눈으로 사라지는 그림자와 마철령, 그리고 철가이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았다.
 


벽운학은 남궁상룡으로부터 온 서찰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중이라는 보고서였다.

벽운학은 새로 서찰을 하나 써 전서구의 다리에 묶어 날렸다. 그 서찰에는 새로운 계책이 적혀 있었다.
 
남궁상룡은 지금 신출귀몰한 계책으로 철강시를 앞세운 혈교 무리를 농락하고 있었다.
 
그 계책의 상당 부부는 벽운학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물론 남궁상룡도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계략을 짜냈지만 벽운학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혈교의 예봉을 꺾는 데는 성공했다.

여전히 혈교가 지나는 곳의 문파들이 몰라하고 새로운 철강시들이 만들어졌지만, 만들어지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철강시들이 폐기되었다.
 
게다가 혈교도 전처럼 쉽게 문파들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목표가 된 문파에 남궁상룡이 은근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이끄는 별동대가 연계해서 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계책들이 사용되었다.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니 혈교는 점점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행적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며 계속 같은 일을 반복했다.
 
벽운학은 서찰을 날려 보낸 후,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혈교가 행적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무림맹으로서도 상대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덕에 너무도 쉽게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뭔가 석연치 않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지금 상대라면 혈교는 계속되는 기습에 두들겨 맞을 대로 맞은 후, 무림맹의 본대와 대결하게 된다.
 
지금 무림맹에는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혈교의 잔혹함과 무자비함을 아는 무인들은 어떻게든 무림맹에 한 손을 거들어 주려 했다.
 
벽운학은 자신이 무너가 간과한 것은 없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하지만 기껏 생각할 수 있는 거라야 혈교가 또 다른 힘을 숨겨두고 있다는 정도뿐이었다.
 
철상시를 동원해 무림의 전체적인 힘을 좀 빼두고 나중에 진짜 힘을 드러내 무림에 피바람을 일으키는 계획은 오래전의 혈교들도 가끔 썼던 전법이었다.
 
'이대로 가면 혈교는 지리멸렬한다. 감춘 힘이 온 세상을 뒤엎을 정도의 크지 않다면 이런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텐데, 대체 무엇을 노리는 거지?'
 
벽운학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혈교와 은왕곡이 한통속이라는 점이었다. 은왕곡에 대해서는 이미 무영으로부터 얘기를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지만 어르신이 나서신 이상, 별 문제는 없을 테고......'
 
은왕곡 쪽은 뇌룡장이 해결해 주기로 했다. 무림맹은 그저 혈교만 상대하면 된다. 혈교의 기반이 고작 강시뿐이라면 그들은 결코 무림맹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알 수 없구나. 알 수 없어. 대체 그들이 노리는 게 무어란 말인가."
 
벽운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에 든 붓을 움직였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였다. 지금까지 힘을 모았으니 한 번 쯤 터트려 줘야 했다.
 
상당한 피가 흐를 것이다. 하지만 적의 선봉을 무참히 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혈교가 숨겨 놓은 또 다른 힘을 분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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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무혈 | 작성시간 26.01.06 즐~~감!
  • 작성자지어농조 | 작성시간 26.01.06 감사합니다
  • 작성자다리위에서 | 작성시간 26.01.06 즐독합니다
  • 작성자시골사f랑 | 작성시간 26.01.06 잘보고 겁나다,감사
  • 작성자엉생 | 작성시간 26.07.0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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