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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정통무협 단장기 249회

작성자마나슬루|작성시간26.05.25|조회수48 목록 댓글 7

방백린 역시 다시 잔에 술을 따르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사형과 상의했었다."

"이번 대전을 앞두고 구체적인 전략이라도 세우신 것이오?"

기대하는 표정으로 전월헌이 묻자 방백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다. 이번 무림인들과의 혈전은 아무래도 대사형께서 생각하신대로 처리하시게 도움만 드릴 작정이다. 대사형께서도 내가 나서는 것을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계신 것도 같고… 운령이 아마 대사형께 많은 조언을 드린 모양이더구나."

"운령도 별 말을 하지 않고 있소. 대체 사형제들 간 비밀로 해야 할 일이 뭐가 있다고 입을 다물고 있는지도 불만이오."

"다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 여하튼 네가 조속히 할 일이 생겼다."

방백린은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 모서리 쪽의 서탁으로 다가가 주지(周紙, 두루마리) 하나를 집어 들어 다시 탁자로 돌아왔다. 주지를 집어 든 방백린의 얼굴 표정은 그리 썩 유쾌한 것은 아닌 듯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오?"

"너 역시 내일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 곡을 나가도록 해라. 이것은…."

방백린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가지고 있던 주지를 전월헌에게 건넸다. 전월헌이 그것을 풀어 펼치기 시작했다. 주지 안에는 문파와 명호, 그리고 이름들이 써 있었다. 그것을 읽다가 전월헌이 힐끗 방백린을 바라보았다.

"죽어야 할 놈들이오?"

전월헌은 사형제 중 살수조직인 사영천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의 본래 역할이 중요인물들을 은밀하게 처리하는 것인 만큼 명단을 받아 든 그로서는 당연한 물음이었다.

"되도록 빨리…."

모두 서른일곱 명이었다. 바로 서른일곱 개 목숨에 대한 생사부(生死簿)였다. 명단 안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들어있었다. 개방의 방주인 철골개(鐵骨丐) 구한(具漢) 등 구파일방의 인물들은 물론 각 파의 문주들, 심지어는 만박거사 구효기도 기재되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 인물의 이름을 보던 전월헌이 기이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담천의… 이 자도 죽여야 하는 것이오?"

맨 마지막 장에 기재되어 있는 인물이 담천의였다. 방백린은 고개를 끄떡였다.

"네가 본 곡을 떠나자마자 제일 먼저 죽여야 할 대상이 그다."

전월헌은 의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자는 대사형께서 제외시켰던 자가 아니오. 운령 역시 그 뒤로…."

"사정이 바뀌었다. 그 자가 드디어 우리가 우려하던 힘을 가지기 시작했어."

말하는 방백린의 얼굴은 추호도 미동이 없는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냉랭한 표정에 미세한 살기마저 흐르는 것 같았다. 그것은 전월헌의 의혹을 아예 자르는 태도였다.

"균대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혼령이 다시 중원에 모습을 보였다는 말이다. 물론 과거 균대위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아니라 그들이 키운 후인들이지만 만만한 자들이 아니다."

전월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도 가짜이지만 초혼령을 가지고 있었다. 비원을 경동시켜 모습을 드러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양만화에게 초혼령을 발동한 것은 자신이었고, 훌륭하게 본래의 초혼령으로 인식시켰다. 만일 담천의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가진 초혼령으로 지금까지 죽여야 할 인물들을 처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자요? 그 자가 초혼령을 행사했소?"

방백린은 고개를 끄떡였다.

"천지회의 회주인 손가장의 장주가 그 대상이었다."

"손불이를 죽였소?"

"아니… 죽이지도 않았고, 천고문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초혼령의 행사도 과거와 달리 매우 비밀스러웠다."

전월헌은 미간을 좁혔다. 규칙은 바뀌는 것이지만 무너지지 않을 신화를 쌓아 올리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본래의 위엄과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다. 초혼령의 발동에 있어 천고문이 걸리지도 않았고, 그 행사를 널리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초혼령의 위엄을 저버리려는 것일까?

초혼령은 직접 당해보지는 않았어도 중원의 무림인들, 특히 백련교도들에게 있어서는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전대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말조차 꺼내는 것을 금할 정도로 금기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한 초혼령을 역으로 이용하자고 운령이 말했을 때도 전대 어른들은 싫은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 아니오?"

"바로 그것이다. 균대위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 아니 그 아이는 균대위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구나."

그렇지 않다면 초혼령의 행사가 그리 맥없게 끝났을 리가 없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 해도 그러한 모습은 초혼령의 전통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밖에 안된다. 물론 과거의 균대위와 현재의 균대위는 전혀 다른 성질의 조직이다. 과거에는 명분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사실 움직일 명분이 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비밀스럽게 움직인 것은 그런 이유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시일이 흐르면 과거와 같은 조직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가 힘을 키워왔듯 균대위 역시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후인들을 키워왔으니 방심할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네가 나가면 누구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자가 바로 그 자라는 말이다."

"이 일은 운령도 알고 있소?"

방백린은 고개를 저었다.

"운령은 모른다. 너도 운령에게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구나. 이번 일로 문제가 생긴다면 이 우형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 대업(大業)을 이룰 시기에 균대위가 그 자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전 무림인들과의 이번 혈전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당연한 말이었다. 백련교도들에게 있어서는 천적(天敵)과도 같은 존재가 균대위였다. 술을 훌쩍 들이 킨 전월헌이 고개를 끄떡였다.

"사형의 뜻은 충분히 알겠소."

전월헌이 아는 방백린은 결단력이 있는 사형이었다. 치밀하고 세심한 부분까지 재차 되짚어 보는 바람에 결정을 내리는데 매우 조심스럽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추호도 흔들림이 없이 냉정하게 밀고나가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하고자 결정한 일은 대부분 이루어냈다.

이번 일도 매우 고심했을 것이다. 한번 결정한 일은 좀처럼 번복을 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대사형과 상의했다고 하니 아마 대사형을 설득하기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운령까지 반대한다면 아마 담천의란 자를 명단에 넣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운령에게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조심하거라. 담천의란 자는 태극산수(太極散手)와 만검(卍劍)을 익혔다고 하더구나. 아직 완벽한 경지에 오른 것 같지는 않으나, 일전에 강사제 말로는 일년만 지나면 자신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소제 역시 들었소."

전월헌은 목이 마른 듯 술잔에 술을 따라 다시 들이켰다. 은근하게 손 안으로 땀이 느껴졌다. 몸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본능과도 같은 가벼운 흥분이 일고 있었다. 승부욕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넘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했던 강명사형의 오른팔을 자른 인물. 이제 그 인물은 자신이 노려야할 먹이였다.

"내일 새벽에 본 곡을 떠나겠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더구나 답답함으로 인해 불만을 가진 전월헌으로서는 기다렸던 일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네가 하는 일은 본 곡 안에서 벌어질 혈전을 얼마나 유리하게 만드느냐는 하는 중요한 일이다. 사영천 전원을 데려가거라. 대사형께는 내가 대신 말씀드리마."

방백린은 말과 함께 전월헌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의 말은 운령은 물론 대사형까지도 만나지 말고 은밀하게 떠나라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모처럼 투지가 솟아나는 승부에 대한 기대로 말아 쥔 주먹 속으로 땀이 축축하게 느껴지는 전월헌은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은 본래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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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적송 | 작성시간 26.05.25 new 즐 독.. 감사합니다...
  • 작성자남외 | 작성시간 26.05.25 new 감사합니다 .
  • 작성자시골사f랑 | 작성시간 26.05.25 new 감사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매일행복하자 | 작성시간 10:02 new 즐독합니다.
  • 작성자일일구오 | 작성시간 10:39 new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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