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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소설방

정통무협 단장기 266회

작성자마나슬루|작성시간26.06.03|조회수73 목록 댓글 7


제 66 장

낭구가(娘舅家)는 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강남의 신안상인(新安商人) 중에는 전당업(典當業)으로 큰 돈을 번 인물들이 꽤 되었는데 낭구가는 단일 점포로서는 꽤 큰 축에 속했다. 더구나 찾아오는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작은 밀실을 수십 개 마련해 반드시 밀실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꽤 고가(高價) 물건들이 들어오는 편이었다.

더구나 낭구가는 살천문의 청부를 받는 곳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이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게 되고 누가 청부하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사내는 겨우 기지개를 켤 정도의 좁은 방에 와 있었다. 방의 중간에 벽을 세우고 그 벽에는 창문과도 같이 사방 두 자 크기만큼만 뚫려있었는데 그것마저 격자무늬로 뼈대를 만들고 망사 같은 천으로 막혀 있어 같은 방안이라도 완전하게 공간을 달리하고 있는 형태였다.

다만 그 아래 무릎 높이 정도에 사방 한 자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고, 밑받침이 있어 물건이 들어가거나 나오기 쉽게 만들어 놓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사내가 들어가 의자에 앉은 지 채 일다경이 지나기 전에 건너편에 한 사람이 들어오는 듯 했다. 사내는 망사를 통하여 보는 상황이라 상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안력을 돋궈 바라보다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

눈보다 코가 더 빨리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지 몰랐다. 분 냄새가 나는 것이 분명 여자였다. 가까이 오자 여인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안력을 돋구자 여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름한 얼굴형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것이 꽤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법 했다.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오셨나요?"

여인은 삼십을 넘긴 듯했다. 화장을 해서 언뜻 봐서는 모르겠더니 눈가의 잔주름이나 여유 있는 태도에서 나이를 짐작하게 했다.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서 낭자가 제대로 가치를 파악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사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인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가끔 저런 부류의 인간들이 찾아온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 물건을 가지고 여자라 해서 깔보는 경우도 있었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밀실이다 보니 농을 걸거나 심지어 희롱하려 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 문제는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첩이 못한다면 총관 어른을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손님이었다. 일단 예의를 갖추어 대접을 해 주어야 했다. 돈을 빌리러 온 주제에 저렇듯 건방을 떠는 경우는 두 가지다. 정말 값비싼 가보(家寶)를 훔쳐왔거나, 아니면 청부를 하러 온 경우다.

"좋소. 어차피 총관을 불러야 될 것 같지만 나는 그리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사내는 품속에서 손바닥만한 철패(鐵牌)를 꺼내 아래 구멍을 통해 여인에게 넘겼다. 여인은 무심코 철패를 받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겨우 이까짓 철패가 뭔 돈이 된다고 큰소리람…)

하지만 철패치고 매우 정교하기는 했다. 비상하는 용(龍)이 음각되어 있고, 한 면엔 환혼(還魂)이란 글자가, 그 이면에는 멸사(滅邪)라 양각되어 있는 철패. 그 때였다. 그녀의 뇌리에 무림에 떠도는 하나의 전설이 생각나면서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초…초혼…령…?"

당황스런 그녀의 시선에는 기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사내의 표정에서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철패가 초혼령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손뿐만 아니라 온 몸을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경악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얼굴에서는 식은땀마저 흐르고 있었다.

"이…이것을…왜…?"

그녀는 이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녀의 귀로 사내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기한은 이레… 대가는 우교의 목!"

사내는 한 마디 던지고 일어섰다. 여인의 절망스런 비명이 튀어나온 것은 사내가 그 밀실의 방을 닫고 나간 바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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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적 떼가 휩쓸고 간 동네에서 부모의 시신을 지키고 있던 어린애를 하나 얻었지. 헌데 이 놈이 천하의 무골(武骨)이더군."

가문의 복수는 하공량을 더욱 더 황폐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면 묻힐수록 가슴에는 더욱 큰 구멍이 뚫렸다. 그런 그에게 다가 온 아이는 그의 전부가 되었다.

"욕심이 나더군. 그 아이라면 한번 쯤 무림을 호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 초식은 추혼수(追魂手)를 도법(刀法)으로 바꾸어 익히게 했지. 헌데 문제는 내공심법이었어. 잡다하게 이것저것을 기웃거려 편법으로 익힌 심법으로는 도저히 그 아이를 대성시킬 수 없었지."

전통을 가진 문파가 그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구한 세월 속에서 구파일방의 위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노부는 다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네. 그러다 당시 화령문(火靈門)에서 화령심공(火靈心功)이 담긴 비급을 분실했고, 그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지. 노부는 운 좋게 화령심공의 비급을 손에 넣게 되었고, 그것을 화령문에 돌려주지 않았네. 남들이 알면 공적으로 몰려 죽을 일이었지."

하공량은 말과 함께 품속에서 한권의 낡은 책자를 꺼내 들었다. 주사(朱砂)로 화령심공이라 기재된 그 비급은 겉표지가 불에 탔는지 몇 군데 훼손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글씨체는 마치 불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 때문이었지. 너무 욕심이었어. 화령심공의 마지막 단계는 용암이 끓는 곳을 찾아가 그 맹렬한 화기(火氣)를 몸으로 받아들여야 이루어지는 것이었네. 노부는 너무 조급했지."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어떠한 것도 소화해 내는 그 아이에 대해 더 이상 전해줄 것이 없다는 사실이 하공량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노부의 말에 조금도 거역해 본 적이 없는 과묵한 아이였다네. 그 뜨거운 용암의 열기를 맨몸으로 받아낸 놈이니까… 머리카락과 눈썹도 남김없이 타들어갔지만 그 녀석은 견디어 냈어.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지."

하공량은 자신의 손에 든 비급을 담천의에게 건넸다.

"부탁하네… 반드시 화령문에 그것을 전해주게. 그저 우연히 얻었다고…."

하공량이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던 모양이었다. 담천의는 고개를 끄떡였다.

"지진이 나면서 용암이 작은 폭발을 일으켰지. 그것이 그 녀석과의 마지막이었네. 노부는 운이 좋게 폭발에 휩쓸리면서 계곡 아래로 떨어졌고, 혼절한 상태에서 천지회의 인물에게 구출되었지. 노부의 내력을 안 그 인물이 유곡에게 보고를 했던 모양이야. 유곡은 괴의를 불러 치료하게 해 주었다네. 그것이 팔년 전의 일이네."

그것이 하공량으로 하여금 유곡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했던 이유였다. 이미 죽었을 목숨을 살려 준 그에 대해 보답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녀석이 살아있었으면 좋으련만… 쿨럭---쿨럭----"

하공량이 발작적으로 기침을 해댔다. 그의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다시 터져 흘렀다. 담천의가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하공량이 손을 저었다.

"필요 없네. 노부의 마지막 부탁이나 들어주게."

"…!"

하공량의 시선이 죽어있는 상화의 시신에 가 머물렀다.

"큿… 이대로 짐승 밥이 되기는 싫네. 저기 상화낭자와 함께 돌이라도 주어다 합장(合葬)이나 해주겠나?"

말하는 하공량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것이 기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주책이라 해도 상관없네. 노부의 마지막 정을 그녀에게 주었어. 그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죽을 줄 알면서도 노부와 함께 남겠다고 했네. 그것만으로도 노부는 고맙고 죽는 것에 대해 그리 억울하지 않네."

남녀 간의 사랑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 해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그저 감정일 뿐이고, 인간의 잣대로 들이댄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해서 무작정 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인간에게는 감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담천의는 고개를 천천히 끄떡였다. 그는 다른 색깔의 죽음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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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남외 | 작성시간 26.06.03 감사합니다 .
  • 작성자일일구오 | 작성시간 26.06.03 감사합니다ㅡ
  • 작성자매일행복하자 | 작성시간 26.06.04 즐독합니다.
  • 작성자등구방구 | 작성시간 26.06.04 감사합니다
  • 작성자지키미 | 작성시간 26.06.10 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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