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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작품방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작성자거타지|작성시간23.05.12|조회수53 목록 댓글 3

꽃 - 꽃이라면 벌 나비고 님이라면 이내 마음
이 - 이슬 맺힌 풀 이파리 눈물 맺힌 내 두 눈가


피 - 피어나는 그리움에 난 오늘도 멈추었네
고 - 고독 하늘 이고지고 발길따라 헤매 돌 제

새 - 새 한 마리 휘어돌며 내 가슴을 찢는구나
가 - 가슴 가득 고여있는 붉은 연정 지우련 듯


울 - 울음소리 처량하니 봄아 아직은 가지 마라
고 - 고운님을 잊기에는 그리움이 너무 크다

 

 

- 꽃이 진다 하고

- 송순(宋純)

 

꽃이 진다 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워 무엇하리요

 

*

아까운 꽃이 다 진다고

새들아 슬퍼하지 말아라.

 

제가 지고 싶어서

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못이겨

흩어져 내리는 것이니,

결코 꽃의 탓이 아니로다.

 

떠나가느라고

짖궂게 훼방놓는 봄을

미워한들 무엇하랴.

 

을사사화(乙巳士禍,명종 원년-1545년)로

많은 선비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꽃에 비유한 것인데,

 

인간 사회의 일을

자연의 현상에 은유(隱喩)한 시상과

표현 솜씨가 대단하다.

 

"꽃이 진다"는

죄없는 젊은 선비들의 죽음이고,

 

"새들"은 세상되어가는 꼴을 바라보는

뜻있는 사람들이며,

 

"바람"은 을사사화의 소용돌이,

"희짓는 봄"은 사화를 꾸며 득세한

집권 세력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을

"새워 무엇하리요"라고 했는데,

 

이것은 방관,

체념이라기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는 일종의 신념,

 

건전한 인생관으로 보는 것이

한결 건설적, 긍정적이다.

 

이제 봄도

한고비를 넘어가는가 보다.

 

보리누름이니

뻐꾸기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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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장돌뱅이 | 작성시간 23.05.12 꽃이 피고 새가 웃고

    꽃망울 이슬담아
    투명한 미소

    이파리 숨소리에
    생기 넘치니

    피어나는 꽃자락
    뜨락 채우고

    고개든 웃음으로
    향을 피운다.

    새롭게 다가오는
    실핏줄 따라

    가지마다 푸르름
    넘실거릴 때

    웃음소리 전하는
    뻐꾸기 한쌍

    고운노래 뽐내며
    인사를 한다.


    장돌뱅이
  • 작성자소 담 | 작성시간 23.05.12 와아~~~
    아름다운 행시
    감상을 하면서 놀람도 함께 합니다
    멋짐~~~엄지척 합니다 ..
  • 작성자베베 김미애 | 작성시간 23.05.12
    거타지 선생님의 멋진 글들에는
    한참 쉼표가 필요합니다
    울림을 주시는 모든 글들에
    감사합니다
    특히 행시에도 말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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