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다양한 문화권의 건축 양식과 복식, 문화적인 요소들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개발자의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패러디도 많죠. 예를 들어 줄아만과 회색 구릉지에서 만날 수 있는 해리슨 존스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 + 인디아나 존스인 것처럼 말이죠.

보석상인 까르띠에와 티파니, 사교계 유명인 해리스 필튼처럼 유머감각이 넘치는 작명 외에 WoW에는 신화적인 요소도 녹아 들어 있습니다.
숄라자르 분지에서 본 거대한 프레이야 여신을 기억하십니까? 프레이야(Freyja)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입니다. WoW에는 숄라자르 분지의 생명체들을 스컬지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로 구름몰이 여울목에서 스컬지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북유럽 신들의 이름은 프레이야 외에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부 역병지대에 있는 《티르의 손》수도원은 유명한 티르(Tyr)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북유럽 신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계수의 아래에 있는 노른 3자매(울드, 베르단디, 스쿨드)가 "광포한 늑대 펜니르가 신들을 멸망시키는 선봉에 서리라" 예언함에 따라 신들은 펜니르를 묶어 가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난쟁이들에게 부탁해 펜니르를 묶을 수 있는 사슬을 만들기는 했는데, 정작 묶으려고 하니 신들이 들고 있는 사슬이 뭔지 펜니르가 의심스러워 합니다.
펜니르는 "나를 속이는 게 아니라면 증거로 누군가가 내 입 속에 한쪽 손을 넣어라" 말합니다. 신들이 난처해하자 티르가 나서서 펜니르의 입에 오른팔을 집어 넣습니다. 티르의 행동에 펜니르는 안심했고 신들은 펜니르를 재빨리 사슬로 묶어 가둡니다. 놀란 펜니르는 화나서 티르의 오른팔을 물어 뜯어 버렸죠. 이렇게 티르는 오른팔이 없는 외팔이 신이 되었고, 티르의 손은 "정의를 위한 용기"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북유럽 신화 마지막 장인 『라그나로크 : 신들의 황혼』에 티르는 지옥의 사냥개 가름과 싸운다고 되어 있는데, 가름이라는 이름도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일일퀘를 열심히 하신다면 낯익죠.

| 폭풍우 봉우리를 관통하는 북유럽 신화 |
WoW에서 북유럽 신화의 모티브가 가장 많이 차용된 이야기는 무엇일까? 폭풍우 봉우리의 유명한 43연퀘 [남자가 모자라]의 등장인물인 토림과 로켄, 시프, 아른그림의 이야기가 북유럽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영미 문화권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만큼 게르만 신화가 널리 알려져 게임 내에서는 특별한 설명없이 얘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나 북유럽 신화를 잘 모르는 국내 유저에게 이 퀘스트는 그저 '짜증나는 호디르 평판 퀘스트'일뿐이라 많이 아쉽죠. 그런 의미에서 [남자가 모자라] 연퀘에 차용된 북유럽 신화의 모티브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어느날 폭풍우 봉우리 K3에 시프렐다르 마을의 힐드니르들이 쳐들어 와서 고블린 남자들을 잡아 갔습니다. 그레첸 피즐스파크는 남자들을 구해달라고 하죠. 그레첸의 부탁을 받은 여러분은 K3 북쪽에 있는 시프렐다르 마을에 가서 고블린 남자들을 구해왔는데, 정작 그레첸의 남동생인 지브 피즐스파크가 없습니다!

동생을 찾아 달라는 그레첸의 눈물에 못이겨 다시 시프렐다르 마을에 갔다가 광산에서 마녀 로크리라를 만납니다. 로크리라는 지브가 어디 있는지 알려 줄테니 감독관에게 열쇠를 얻어 구해달라고 합니다.

탈출한 로크리라를 브룬힐다르 마을에서 다시 만나 아그네타 티르스도타르에게 잡혀 있던 지브를 무사히 집으로 돌려 보내 줍니다.

시프렐다르 마을과 브룬힐다르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시퍼런 여자들은 누구인가? 이 종족을 힐드니르라고 하는데, 설정상 힐드니르들은 모두 여자이며 이유는 모르지만 계속 전투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브룬힐다르 마을의 발키리온쪽 퀘스트를 하다보면 힐드니르가 곧 발키리가 될 자들이라는 걸 알게 되죠.
힐드니르라는 종족 이름은 북유럽 신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북유럽 신화 속 최고신인 오딘(Odin)은 전쟁에서 죽은 용감한 전사의 영혼을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 발할라 궁전으로 데려오게 하기 위해 처녀를 전령으로 파견합니다. 이 인도자들을 발키리(valkyrie)라고 하는데, 힐드(Hild)란 발키리를 일컫는 또다른 이름입니다. 니르(nir)는 종족을 의미합니다. "바니르의 오른 갈퀴" 같은 이름을 기억하시죠?

신화의 설정대로 힐드니르들은 모두 여자이며, 호전적이고, 무엇인가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힐드니르의 마을 이름인 시프렐다르는 북유럽 신화 속 금발머리 여신 시프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브룬힐다르는 가장 유명한 발키리인 브룬힐드(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여주인공)의 이름을 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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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용인 파프니르를 처치한 시구르드는 파프니르의 심장을 먹고 새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어느날 새들의 대화를 듣고 배신자에 대해 알게된 시구르드는 자신에게 대항하는 일족을 평정하고 주인을 불행에 빠뜨리는 저주가 걸린 안힐드의 반지(첨탑 영던 드랍 -_-;)를 얻습니다. 한편 오딘의 명령을 어겨 핀달 산 꼭대기에서 영원한 잠을 자게된 발키리 브룬힐드는 우연히 찾아온 시구르드와 키스해 깨어납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시구르드는 안힐드의 반지를 청혼의 선물로 건네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시구르드가 규키 왕을 만나러 가면서 일이 꼬입니다. 왕궁에서 망각의 약을 마신 시구르드는 브룬힐드를 잊고, 군나르(규키 왕의 아들)의 동생인 구드룬과 결혼해 왕궁에 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군나르 왕은 아름다운 브룬힐드에 대해 알게 되어 시구르드를 보내 청혼합니다. 자신을 잊고 군나르 왕의 전령으로 찾아온 시구르드를 본 브룬힐드는 화가 나서 군나르 왕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시구르드에 대한 미움을 떨치지 못하고 왕을 충동질하여 시구르드를 죽게 합니다. 이후 안힐드의 반지를 가진 군나르와 구드룬, 아틀리, 스반힐드 등이 모두 반지의 저주에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주의)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와 영화, 게르만 신화의 내용과 이름이 약간씩 다릅니다. |
| 북유럽 신화의 혼합체, 토림과 로켄의 사연 |
마녀 로크리라는 "누가 토림의 곁에서 군림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힐드니르 대 힐드니르의 경쟁"인 힐드스미트에 참여하라고 합니다. 1차 대전에서 승리한 도전자들을 꺾고, 여러 힐드니르의 도움을 받아 곰을 장만해 힐드스미트에서 이깁니다. 이 중간에 힐드니르와 대적하고 있다는 서리 거인인 호디르의 후예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힐드스미트의 최종 승자가 된 플레이어는 폭풍의 신전 꼭대기에서 토림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듣습니다.

NPC들이 말하는 토림과 로켄, 시프, 그리고 아른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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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조자인 티탄은 토림과 토석인(=서릿결부족)에게 울두아르를 지켜 달라고 합니다. 서릿결부족은 토림을 섬기고 따를테니 토림도 울두아르의 수호자로서 열성을 다하라는 계약을 맺습니다. 토림에게는 로켄이라는 동생과 시프라는 아내, 아른그림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로켄은 토림의 아내인 시프를 죽이고(이유는 안 나옴), 토림에게 '서리 거인의 왕인 아른그림이 죽였다'고 거짓말합니다.
화난 토림은 서리 거인의 왕인 아른그림을 찾아가 〈폭풍망치 크롤미르〉를 던져 죽여 버립니다. 아른그림 왕을 따르는 '호디르의 후예'들, 특히 아른그림의 아들인 요쿰은 분노했습니다.
서리거인들은 날뛰는 토림을 천둥 골짜기에서 막으려 했으나 토림을 보좌하겠다고 맹약을 맺은 서릿결부족(토석인)이 토림을 도와 양쪽 모두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이 싸움으로 서리거인(=호디르의 후예)은 토림을 미워하게 되었고, 토림의 아내이자 힐드니르의 지도자인 시프를 잃은 힐드니르들은 서리거인과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던 니펠럼과 브룬힐다르 마을을 잇는 "고대의 겨울 계곡"에서 양측은 끝없는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토림이 어떻게 로켄의 거짓말을 알아챘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토림은 시프를 죽인게 아른그림이 아니라 로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생의 속임수에 넘어가 친구 아른그림을 죽여 버린 토림은 좌절하여 폭풍의 신전 꼭대기에 숨어 버립니다.
울두아르의 수호자인 토림이 잠적해 버리자 서릿결부족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울두아르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강한 힘을 가진 토림을 잃은 토석인들은 결국 로켄에게 패배하고, 울두아르는 로켄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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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로켄은 어떻게 시프를 죽이고 아른그림이 죽인 걸로 토림을 속인 걸까요?
WoW 게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두 가지 북유럽 신화를 합쳐 놓은 것입니다.
■ 토르와 로키, 시프, 그리고 아른삭사
토림의 모델인 토르(Thor)는 천둥의 신으로서 신 중에 가장 덩치 크고 힘이 센 신입니다. 토르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시프(Sif)이며 다른 한 명이 바로 아른삭사입니다.
힘세고 우직한 토르와 달리 로켄의 모델인 우트가르드 로키(Loki)는 요툰하임(얼음왕관에 같은 이름의 지역이 있죠?)의 왕이면서, 불과 수수께끼의 신이고, 신들의 세계에서 각종 말썽을 일으키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신화상 두 사람의 관계는 '말썽쟁이 로키 vs 로키가 그나마 무서워하는 몇 안되는 신 중 하나인 토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WoW에서는 [로켄이 토림의 아내인 시프를 죽였다]라고 표현된 이야기의 원형은 [로키가 토르의 아내 시프의 금발머리를 자른 사건]입니다. 어느날 심심했던 로키는 풍성한 금발머리를 늘 자랑하고 다니던 시프를 화나게 하려고 몰래 낮잠 자는 시프를 찾아가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몽땅 잘라 버립니다. 잠에서 깬 시프가 놀라서 울고불고 난리치자 남편인 토르는 로키에게 "시프의 금발머리를 원래대로 해놓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라고 협박합니다.

토르가 무서웠던 로키는 드워프의 나라로 가서 최고의 대장장이로 이름난 이발드를 찾아 갑니다. (울부짖는 협만에서 "이발드 폐허" 곳이 있죠?) 로키는 이발드에게 시프의 머리카락을 만들어주면 토르를 비롯해 신들과 드워프의 사이가 개선될거라고 설득하여 머리카락을 받습니다. 이발드와 두 아들은 시프의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황금배 '스키드블라드니르'와 '궁니르(Gungnir : 번개의 창)'라는 이름의 창을 더 만들어줍니다.
이발드가 선뜻 좋은 물건을 만들어주자 '옳거니!' 싶었던 로키는 또다른 대장장이 형제 브로크와 에이트리를 찾아가 이발드와 아들들이 만든 3가지 물건(시프의 머리카락, 스키드블라드니르, 궁니르)를 보여주면서 약올립니다. 자존심 상한 브로크와 에이트리는 훨씬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으면 로키의 머리를 베어 버리기로 내기를 합니다. 조금 걱정된 로키는 보물을 만드는걸 약간 방해하지만 결국 만들어지죠.
브로크와 에이트리는 황금 돼지, 황금 반지 드라우푸니르(Draupnir : 9일마다 똑같은 반지 8개가 생겨 황금을 만드는 마법의 반지) 뿐만 아니라 '묠니르(Mjollnir : 천둥의 망치)'를 만들어 선 보입니다. 이 무거운 망치는 힘센 토르만 들 수 있어 토르가 갖게 되었으며, 이발드가 만든 궁니르는 오딘이 갖습니다.

묠니르는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원하는 목표에 반드시 적중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적에게 명중한 후 주인의 손으로 되돌아 오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녔습니다. 토르는 망치가 마음에 들어 브로크와 에이트리가 이겼다고 선언합니다.
시프의 머리카락을 무사히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드워프들을 꾀어 궁니르, 묠니르라는 천상의 무기를 덤으로 선물했음에도 불구하고 로키는 내기에 졌습니다. 브로크는 토르에게 내기에 진 로키의 머리를 잘라 달라고 합니다. 로키는 다시 꾀를 내어 위기를 모면했지만 결국 브로크를 위해 토르가 로키를 잡아줬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입술을 꿰매게 됩니다.
이외에도 토르와 로키가 수수께끼 대결을 벌인 이야기 등 조금 어리석은 힘 vs 경솔한 지혜로 대변되는 두 신은 많은 문학작품과 게임, 만화 등에서 대립하는 세력으로 등장합니다. WoW에서도 토림 vs 로켄이라는 이름으로 두 신은 대립하고 있죠. 기본적인 성격도 변함이 없군요.
■ 호디르를 속여 발데르를 죽인 로키
시프를 죽인 로켄은 어떤 거짓말로 토림을 속여 "아른그림이 시프를 죽였다"고 믿게 만들었을까?
WOW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지만, 북유럽 신화에서 어떻게 된건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모든 신 중에서 가장 말썽쟁이인 로키는 따지고보면 신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구박 받았습니다. 잔꾀를 내어 천상의 무기인 뇌창 궁니르와 천둥망치 묠니르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토르가 나몰라라 하여 수모를 당했던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죠. 묠니르 사건 이후 로키는 토르를 죽이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하여 신들의 믿음을 잃게 됩니다.

[빛의 신 발데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폭풍우 봉우리 퀘스트의 원형입니다]
늘 미움받는 로키와 달리 오딘과 프리그의 아들인 빛의 신 발데르(Baldr)는 모든 신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발데르의 어머니인 프리그는 거인족의 예언자 앵거보다(게임에서는 이미르의 왕비로 나오지만, 신화속에서는 로키의 두 번째 아내)에게 "발데르가 곧 죽는다"는 예언을 받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프리그는 아홉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들을 다 찾아 다니면서 발데르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습니다.
프리그의 노력 덕에 발데르는 불사신이 되었습니다. 돌을 던져도 돌이 발데르를 피해서 날아가니 발데르가 죽을 걱정은 없었습니다. 신기하게 여긴 신들은 발데르에게 돌, 창, 칼 등등 이것저것 막 던지면서 놀기 시작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로키는 심술이 나서 프리그에게 넌지시 "정말 세상의 모든 것에게 맹세를 받았나?"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던 프리그는 문득 "아스카르비 문틈에 자란 작은 겨우살이 가지는 자기는 너무 작고 이 겨울이 지나면 죽을 보잘 것 없는 처지라 맹세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는 말을 합니다.
장난기가 발동한 로키는 당장 그 겨우살이를 뽑아 발데르의 형인 호디르(Hodur)를 찾아 갑니다. 호디르는 눈이 멀어 다른 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로키는 호디르에게 "발데르는 결코 상처를 입지 않아서 신들이 그에게 아무 물건이나 던지며 놀고 있으니 함께 하자"고 말하며 겨우살이 가지를 쥐어 줍니다.
로키를 철썩같이 믿었던 호디르는 발데르에게 겨우살이 가지를 던졌는데, 유일하게 맹세를 하지 않았던 겨우살이는 발데르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발데르는 죽습니다.

비록 구체적인 이야기는 게임 내에 나오지 않지만, 토림이 말한 "로켄이 시프를 죽였으나, 나는 아른그림이 죽였다고 생각했다"는 말은 바로 이 발데르의 죽음에 관한 신화에서 따왔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유래한건지 설명되지 않은《호디르의 후예》라는 이름은, 로키에게 속아 발데르를 죽인 호디르를 뜻합니다. 정말로 '호디르의 후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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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원제목은 "토림과 로켄을 둘러싼 북유럽 신화 이야기"여서 '왜 호디르라는 이름을 썼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제목이 바뀌면서 호디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져서 추가하는 부분입니다. 지적해주신 마스터오비완님 감사합니다. [리치왕의 분노] 설정상 호디르는 창조주의 감시자 중 한 명입니다. 폭풍우 봉우리 창조주의 거처에는 4개의 감시자의 신전이 있습니다. 호디르는 이 중 "겨울의 신전"을 지키던 감시자였으나 로켄의 배신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생명의 신전을 지키던 프레이야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생명의 신전은 폐허가 되었고 프레이야 역시 사라졌습니다. 미미르 역시 작업장 등은 남아 있지만 사라졌습니다. 신전의 수호자들이 로켄에게 패배해서 토림처럼 잡혀간 것인지 아니면 죽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
| 당신이 끼어들어 벌어지는 오늘의 이야기 |
드라켄스리드에 이겨 토림을 만난 여러분은 토림과 로켄, 시프, 아른그림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토림은 아른그림을 죽인 일을 후회하며 호디르의 후예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합니다. 호디르의 후예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일단 모루를 차지해 버린 피오른을 처치하죠.

피오른을 처치함으로써 제왕 요쿰은 여러분이 던 니펠렘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해줍니다. 그렇지만 토림을 용서할 수는 없다고 하죠. 여러분은 일단 호디르의 후예들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 있도록 모루도 되찾아 주고, 커다란 요르무타르도 처치해주고, 투구도 걸어 주고, 선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천둥벌판에서 뿔피리도 불어 줍니다.

요르멜드는 호디르의 후예들이 토림에게 지녔던 호의를 다시 불러오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노력해보자며 토림의 갑옷을 고쳐줍니다. 요르멜드의 친절에 감복한 토림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베라누스를 부르고, 요쿰에게 폭풍망치 크롤미르에 대해 묻습니다.

요쿰은 선뜻 내어주지 않지만, 여러분이 호디르의 후예들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토림이 무릎 꿇고 사과하자 아른그림의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폭풍망치 크롤미르를 돌려 줍니다. 이 망치는 앞서 이야기한 묠니르(로키가 드워프를 속여 만들어온 북유럽 신화 속 천둥의 망치)를 상징합니다.

호디르의 후예와 화해한 토림은 오랜 시간 묵인했던 형제 로켄과 부하들을 벌하러 나섭니다. 울두아르의 남쪽 지혜의 신전에 있던 로켄과 싸우는 토림. 정정당당한 승부였다면 힘센 토림이 이겼을지 모르나, 처음부터 토림을 폭풍의 신전 밖으로 끌어내려는 로켄의 꾀에 넘어가 토림은 울두아르로 끌려 가고 맙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하는 당신에게 로켄이 말합니다.
힐드니르 광산에서 만난 마녀 로크리라는 나였다. 너는 나를 위해 토림을 폭풍의 신전에서 끌어내어준 것이다라고요. 여러분은 그 옛날 아른그림처럼 로켄의 잔꾀에 이용 당하는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되었군요.

로켄이 마녀 로크리라로 모습을 바꿔 토림과 여러분을 곤경에 빠뜨린 이야기의 원형은「로키가 호디르를 속여 발데르를 죽인 사건」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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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가 눈먼 호디르를 속여 발데르를 죽이자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모두 경악합니다. 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발데르를 죽여 벌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로키는 도망가 버리고, 남아있는 신들은 슬퍼하면서 발데르를 살려낼 방법을 찾습니다. 예언자 앵거보다의 예언에 아홉 세상을 돌아 다니며 약속을 받아냈던 발데르의 어머니인 프리그는 "누군가 저승의 여왕 헬(Hell)을 만나 발데르의 몸값을 지불하고, 그를 아스가르드로 데려올 수 있도록 부탁할 자가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오딘의 아들 헤르모드(Hermod)가 자신이 가겠노라고 하죠. 오딘은 크게 기뻐하며 발이 8개 달린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를 타고 가게 합니다. 멀고 힘든 길을 지나 헤르모드는 겨우 헬을 찾아을 수 있었습니다.
헤르모드는 헬에게 발데르를 잃은 신들이 얼마나 크게 슬퍼하고 있는지 열심히 이야기하며 설득하려 했습니다. 헬은 이야기하죠. "정 그렇다면 그대가 말하는 것처럼 발데르가 아홉 세상의 모든 이에게 사랑 받았는지 시험해보자. 아홉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이 발데르의 죽음에 슬피 운다면 아스가르드로 돌려 보내주겠다. 그러나 누구 하나라도 거절한다면 발데르는 죽은 자의 세계에 남아야 한다." 헬의 약속을 받은 헤르모드는 발데르의 팔찌(=드라우프니르 : 브로크와 에이트리가 묠니르와 함께 선물했던 팔찌)를 받아 아스가르드로 돌아 옵니다. 드라우프니르를 받아든 오딘은 온 세상에 전령을 보내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이 발데르를 위해 울어 달라고 합니다. 흙도, 나무도, 돌도, 불도, 숲의 새와 깊은 바다 속 물고기도 모두 발데르를 위해 울어 줍니다. 그러나 토크(Thokk)라는 거인족 여인에게 '발데르를 위해 울어 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토크는 발데르를 위해 흘릴 눈물이 없다. 살아 있을 때도 좋은 일이라고는 조금도 안해주던 발데르는 죽어서도 온 세상을 귀찮게 하는구나. 헬은 스스로 손에 넣은 것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녀는 바로 노파로 변신한 로키였습니다. ^^; 저승의 여왕 헬은 로키의 딸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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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족의 여자로 변장하고 나타나 프리그를 속이고, 발데르의 부활을 막은 로키.
로키를 본따 만들어진 로켄은 똑같이 마녀 로크리라로 변신해 여러분을 속이고 토림을 함정에 빠뜨렸군요.
| 여러 신화에 바탕을 둔 WoW, 우리에게는 설명이 필요하다. |
비록 간단히 폭풍우 봉우리 중심 퀘스트에서 생략된 토림과 로켄(토르 & 로키)의 이야기를 알려 드렸지만, 읽으시면서 WoW에서는 미처 다 나오지 않는 이면적인 이야기들이 있다는걸 아셨을 겁니다. WoW는 여러 문화권의 많은 요소를 흡수해 하나로 융화시킨 게임이기 때문에 때로 낯선 문화권의 요소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수 놀드랏실(Nordrassil)과 회색구릉지에 있는 "세계수로 만들려다가 쓰러진 볼드랏실"의 이야기를 아시죠? 세계수의 이야기는 Warcraft에서, 그리고 WoW의 하이잘 산 정상에서, 더 나아가 회색구릉지에서도 계속 나오는데, 세계수라는 건 대체 뭘까요?

놀드랏실의 이름은 마찬가지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수 이그드랏실(Yggdrasil)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며, 둘러싼 이야기의 컨셉은 다른 많은 문화권의 이야기의 복합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진행됨에 있어서 회색구릉지에서 세계수를 세우려했다가 불태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정작 세계수가 뭐고 왜 세계수를 세우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기본 설명은 상당히 생략되어 있습니다.
토르, 로키, 시프의 이름을 듣고 "호디르의 후예"라는 명칭을 보았을 때 북유럽 문화권의 많은 사람들은 쉽게 발데르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호디르가 뭐야? 울두아르 가면 나오나?"라며 전혀 짐작하지 못합니다.
"폭풍우봉우리 퀘 다했는데, 호디르가 뭔지 안 나오던데..
토림이 죽인 왕 이름은 아른그림 아니었나? 걔 이름이 호디르인줄 알았다."
라고 묻는 친구를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비유적인 멋진 이름이지만, 다른 문화권의 신화 같은 건 잘 알기 어려운 대중을 위해 이야기꾼 NPC나 책을 보강하여 설명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탄탄한 이야기가 최고 강점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니까요.

[불타는 성전, 배경 NPC들의 대사는 상황 설명과 이야기 이해에 크게 기여했다]

[리치왕의 분노, NPC들의 대사는 압도적으로 늘었으나.. 이야기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아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