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와 신경과학의 만남*
송현주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본 글에서는 최근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미래 학문인 신경과학을 심리치료 분야에서 어떻게 받아들여 통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하였다. 전통적인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꿈이나 자유연상을 통해 일부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보다 현대적인 심리치료적 개입으로 인지행동치료적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 관찰되는 사고나 행동상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이전에 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증명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심리치료 분야에도 파급되고 있다. 본문에서 태생기에 있는 심리치료와 신경과학의 학문적 접목과 관련된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고 신경과학적 지식을 임상 치료 장면에 활용한 몇 가지 접근들 중 정신분열병을 중심으로 한 인지재활과 학습 장애와 주의문제에 대한 인지교정치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0년대 이후 언급되고 있는 전통 심리치료와 신경과학의 통합 혹은 신경 심리치료(Neurotherapy)에 대해 기술하였다. 결론에서는 신경과학적 입장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 현대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며 동시에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고유한 긍정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균형잡힌 통합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Q 왜 신경과학을 심리학 분야에서 다룰까?
1.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역사
전통적인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어려우며, 꿈이나 자유연상기법 등으로 일부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후 인지행동치료의 발달로 표면적으로 관찰되는 사고나 행동의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하여 마음에 대해 이전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증명이 가능해졌다.
2.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한계
대표적인 심리치료 학파인 정신분석적 입장을 예로 들면, 치료자와 내담자는 정신분석적 치료를 통해 내담자가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다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할 수 없어 무수한 비판을 받아왔다.
3. 신경과학이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신경영상학의 발전으로 뇌 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심리치료로 인해 뇌가 변화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Kandel(2000)은 뇌 가소성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으며, 2004년에 의식과 무의식처리과정 간에 편도체에 있는 뉴런 모둠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2001년 UCLA에서 한 연구에서는 대인관계 심리치료를 받은 우울환자들이 치료 후 전두엽 뇌 활동이 정상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변화되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fMRI를 통해 심리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심리치료는 뇌의 회로를 재배선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신경과학 연구방법을 무의식을 과학적으로 탐색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4. 신경과학이 심리분야에 왜 수용되어야 하는 이유
신경과학의 발전은 심리치료의 가장 큰 제한점, 즉 치료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제한점을 극복하는데 핵심이 되는 방법론을 제공하였다. 심리치료 분야에서 신경과학적 접근은 치료 효과 검증뿐만 아니라 새로운 혹은 보완적 치료기법을 제공할 수 있다. 심리치료라는 분야에서 다루는 ‘마음’을 움직이는 기제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통합해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심리치료 분야의 미래는 제한적이 될 것이다
.
5. 신경과학이 심리분야에 수용되는 방법
신경과학을 등한시 한다면 신경과학의 빠른 발전에 심리치료자들이 뒤쳐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으로 지나치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에 치중한다면 심리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서적 측면이 간과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심리치료 분야의 고유한 긍정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신경과학적 접근을 적절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예상질문/반박에 대한 답변>>
1. 심리치료 분야에서 마음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심리학은 실험실에서 출발했으며,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실만이 의미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점차로 자극과 반응에 관한 연구가 발달해 인지심리학이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심리학도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왜 ‘예전에는 객관적으로 마음을 볼 수 없다’고 발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맞습니다. 1879년 독일의 심리학자 빌헬름 분트가 심리학 실험실을 열며 과학적 연구에서 출발했고, 구성주의와 기능주의에 이어서 행동주의와 형태심리학이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심리치료에 대한 연구보다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관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있었고, 행동주의도 주로 행동수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심리치료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널리 영향력을 끼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전통적인 심리치료 분야로 선택했습니다.
(또한 초기에는 ‘과학적 분석법’만을 강조했지만, 현대에는 인간의 정의적인 부분인 ‘마음’과 객관적이고 과학적 연구방법인 ‘뇌 연구’를 동시에 강조하며, 심리치료 과정과 관련된 주요 사실들을 신경과학적 용어로 변경하여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신념 형성과 관련하여 여러 개의 초기 경험들이 결합하여 신념을 형성한다고 보는 것이 그동안의 전통적인 설명이었다면 신경과학적으로는 여러 개의 자극들이 모여서 하나의 뉴런을 발화시키는 형상으로 바꾸어 설명이 가능합니다. 또, 뇌 연구가 더욱더 발달했다는 점이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 관련 도서 및 내용
- Cozolono(2002)의 <심리치료의 신경과학> -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게 해 주는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다.
-최근 심리치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증거 기반 심리치료 연구이다. (현 미국 심리학회의 회장인 Carol Goodheart는 증거 기반 심리치료 특별 전문위원회 task force의 회장이었다.)
- 사실 1890년대 프로이트는 ‘뉴런들은 작은 접합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우면 동시에 두 개의 뉴런이 발화해서 보다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하였다.그 당시 프로이트의 목표는 마음 및 의미의 과학과 뇌 과학을 통합시키는 것이었으나 그 당시 뇌 과학 발전 수준으로 프로이트의 목표를 성취할 수는 없었다.
전통적인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치료효과검증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하기 어려워서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예를 들면,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 하지만 최근 신경과학을 심리치료분야에 접목시키니까 치료효과검증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 만약 심리치료자들이 신경과학을 무시한다면, 빠르게 발전하는 신경과학에 눌려 심리치료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 심리치료의 긍정적 특성에 신경과학의 장점을 균형있게 수용해야한다.
출처 – <심리치료와 신경과학의 만남>, 송현주, 서울여자대학교 특수치료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