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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정신재활 (손명자, 배정규, 정신분열병과 가족, 2003, 저서의 1장)

작성자촛불|작성시간15.04.20|조회수630 목록 댓글 1

첨부파일 개정판(조현병과_가족).hwp

1장. 정신재활

(손명자, 배정규, 정신분열병과 가족, 2003 저서의 1장)



우리는 아직도 조현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이 있고, 그 진행과정도 사람마다 다를 정도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예후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조현병은 병이므로 그 원인과 진행과정을 알지 못하고는 완전한 해결책이 없을 것 같이 생각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우리는 오직 원인을 알기 위해 대부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약물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증상으로부터 수월해졌다. 그러나 알다시피 병의 뿌리는 뽑히지 않고 있으며, 쉽게 재발하고, 그 와중에 환자들은 더욱 더 무기력해지고 가족은 점차 희망을 잃어 간다.


물론 병의 원인에 대해 계속 연구해야 하고 보다 나은 약물이 나타나도록 간절하게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고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약물이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며 아무런 대책 없이 있을 수만은 없다. 세계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조현병을 포함한 심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것은 원인론적 치료법에 더하여 재활법이라는 다른 방법으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을 도와주고자 하는 것이다.


소위 정신재활(Psychiatric Rehabilitation)이라고 하는 분야인데, 이것에 의하면 이전과는 달리 정신장애의 회복을 위해 환자자신이나 가족, 그리고 그들에게 종사하는 전문가들, 심지어 친구들까지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노력의 성과는 희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1. 정신재활모형


정신재활법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정신보건 의료전달체계 속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사용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모든 나라에서 이 방법을 받아들이기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5년 정신보건법이 만들어지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는데, 크게는 지역사회정신건강모형을 채택함으로서 정신장애와 관련된 예방과 치료 그리고 재활의 세 가지 활동들을 모두 실시하도록 하였다. 그 중 재활활동은 바로 조현병을 포함하는 만성정신장애인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따라서 정신보건법 제정이후 제도적으로 병원과 요양시설에서도 재활서비스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귀시설들이 지역마다 설립되고 있다. 더욱 반가운 일은 일반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법적 혜택을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을 다루는 전문가의 개념에도 변화가 왔는데 정신과의사 이외에도 정신보건전문요원 제도를 만들어 정신간호사, 임상심리사, 정신의료사회복지사가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로 네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정신사회재활협회를 만들었으며,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모여 정신보건가족협회를 결성하여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는 이러한 제도적인 것만이 아니다. 실제 환자나 가족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정신보건센터나 사회복귀시설은 물론 기존의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원 등 모든 시설에서 정신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거나 최소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말하자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환경이 이전과는 전연 다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환자나 가족이 이러한 서비스를 받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자 자신이나 가족은 이와 같은 국가의 정신보건정책이나 임상현장의 변화를 알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병의 치유와 회복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와 해야 할 역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신재활법이 기존의 치료법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표 1-1>의 정신재활모형은 재활적 관점을 가장 간단하게 제시해준다.


<표 1-1>. 정신재활모형(정신장애가 일으키는 부정적 영향)

단계

손상

(Impairment)

기능결함

(dysfunction)

역할장애

(disability)

불이익

(disadvantage)

정의

심리적, 생리적 혹은 해부학적인 구조나 기능이 상실되거나 어떤 이상이 생긴 상태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방식과 범위 내에서 활동수행 능력이 제한되거나 부족한 상태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방식과 범위 내에서 역할수행 능력이 제한되거나 부족한 상태

어떤 개인이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일에 제한과 방해를 받는 불이익 상태

환각, 망상, 우울,

무감동

직무적응 기술부족,

사회기술부족,

일상생활기술 부족

학교를 다니지 못함,

취업을 하지 못함, 거주지가 없음

차별화, 편견, 가난

대표적

개입법

약물치료

정신치료

재활상담

기술훈련

환경지원

직업재활상담

역할훈련

환경지원

제도변화

권익옹호

편견일소하기



<표 1-1>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 모형에서는 한 개인에게 정신질환이 발생하면 네 가지 단계로 그 영향이 진행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를 살펴보면, 이 단계에서는 심리적, 생리적 기능에 손상이 일어나거나 해부학적 구조에 손상이 일어난다. 이것은 환각이나 망상, 우울증, 무감동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경험한다. 이 단계에서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약물치료나 정신치료가 사용된다. 하지만 아직도 증상을 뿌리뽑는 약물이 없기 때문에 항상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증상은 다음단계에 영향을 주어 정신장애는 증상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게 된다. 그 영향력은 개인의 인생 전체에 미치기 쉽다. 따라서 증상이 약물치료를 통하여 아무리 최적의 상태로 안정이 되었다 해도 다음 단계들에서 일어나는 이차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증상은 생활상의 기술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환자는 잦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가운데 친구도 없어지고 사회적 접촉이 결여되므로 보거나 배울 기회가 없으며, 배운 것도 잊어버린다. 또한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니 적절한 행동을 한 후에 보상받는 경험도 가지지 못한다. 나아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하여 사회적 상황을 피하게 되며, 이것은 스트레스를 더욱 가중시킨다. 이것이 바로 두번째인 기능결함 단계인데, 여기에서는 직업기술이나 사회기술 그리고 일상생활기술의 결함이 드러난다. 그들은 병 전에 잘하던 활동들도 하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재활상담이 필요하며, 부족한 기술을 가르치고 훈련하며 환경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 요구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역할장애가 일어난다. 즉 학생이나 직업인이 되지 못하거나 독립적인 생활을 해내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에서 할 일이 있어야 삶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상인이면 모두 갖게 되는 사회 속의 역할이 없다. 즉 학생이거나 직업인으로서의 구실을 해내지 못하므로 그들에게는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실제 역할을 해내는데 필요한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필요한 재활법은 직업재활 상담과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역할훈련, 그리고 역시 이를 지원하는 환경지원이다. 그러나 세 번째 단계에서 아무리 역할수행 능력을 갖추었다 해도 사회가 그들을 낙인찍고 그들에게 일할, 혹은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역할수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역할장애 단계는 다음의 네 번째 불이익 단계와 밀접히 관계된다. 이 단계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화가 그들을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게 하고, 경제적인 가난은 그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학업을 계속하거나 직장에 나갈 능력이 있어도 현장에서 거절을 당한다. 더 심하게는 이웃에 살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경제적 빈곤은 가중되고 상황이 더 어렵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가족이나 사회가 나서서 정신보건 관련 제도를 개선시키고 정신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과 편견해소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신장애가 일단 일어나면 네 단계로 진행되면서 개인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각 단계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즉 증상은 사회적 기술을 떨어뜨리고, 사회기술이 없으면 증상이 악화된다. 또한 사회기술이 없으면 역할수행을 하기 어렵고, 반대로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사회 속에서 할 일이 없으면 기술은 떨어진다. 역할수행능력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낙인과 편견을 불러일으키고, 되돌아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직장에서 고용하지 않거나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면 가지고 있는 능력도 무너진다. 따라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진실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단계의 모든 측면에서 도움을 필요로 한다. 즉 네 가지 서비스가 서로 보완하며 협동할 때 환자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므로 정신보건 전문가들은 각 단계에 포함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가지 분명하게 구분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즉 치료법과 재활법은 다른 것이라는 것이다. 치료는 첫 번째 손상단계에 해당하는 것이고, 나머지 세 가지 단계는 모두 재활에서 하는 일이다. 물론 치료와 재활은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상호 보완적이어서 양자가 모두 필요하다. 또한 그 경계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며 연속적인 특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재활을 치료의 연장, 혹은 치료의 확장으로 보고 재활치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양자를 개념상 구분하는 것이 정신보건 전문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자를 위해 바람직하다.


최근에 우수한 치료약물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환자의 증상이 크게 감소되고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잊어버린 기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더구나 학교로 돌아간다든지 취업을 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 되고 있다. 왜 그런가? 우선 임상현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측면에서 볼 때, 위의 재활모형에서 제시한 네 가지 서비스 중 재활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오랫동안 첫 번째 단계의 증상에 집착해 왔으며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 환자를 돕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나머지 단계들에서 환자에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증상이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간과해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증상에 대한 치료약물의 개발에만 주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다음 단계들에 대한 재활서비스들은 개발되지 못하였고 당연하게도 임상현장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재활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회복을 위해서는 약물치료에만 의존하여 증상만 다스려서는 재발을 막기 힘들다. 약물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지만 그가 어떻게 걸어가며, 또한 무엇을 향해 걸어 갈 것인가를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약물자체는 친구와 대화하는 기술, 직업을 구하는 기술 등의 사회적 대처능력을 직접 가르치지 못하며, 더구나 불리한 사회적 제도와 조건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재활법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네 가지 측면의 모든 서비스를 다 받는다고 해서 재발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약물에 더하여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약물치료만을 받았을 때는 40%가 1년 이내에 재발되었지만, 재활서비스를 함께 받은 사람들의 경우는 재발율이 8%로 낮아졌다. 더욱이 재활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만족감과 자신감을 느끼며, 취업 비율도 높아졌다.


가족들은 정신장애에 대해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한 희망이 없으며, 깨끗이 병이 낫고 난 후에 기술을 배우거나 직업을 갖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증상이 아주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증상이 있어도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직장도 다닐 수 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저자들의 경험으로 볼 때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또한 수많은 조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가족이 환자에게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정신장애가 완전히 물러가서 자식이 옛날의 모습을 되찾는 것인가? 만일 자식이 100%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고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는 것인가?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한쪽다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인간이 아닌가? 그들은 의족을 하고 살 수 있을 것이고, 더한 경우 휠체어에 의지하고 평생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직업을 갖고 즐겁게 일하며, 산을 정복하고 운동대회에서도 열심히 뛴다.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렸을 때 그들은 그것을 수용하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한다. 그들은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새로 배워서 생활 기술을 습득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직업세계에 뛰어들어가 직업인으로서 사회인 역할을 해낸다. 물론 이 때 본인의 의욕이 중요하지만 이 의욕을 불러일으키거나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위 사람들의 힘, 특히 가족의 격려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도 스스로 희망과 의욕을 가져야 하며, 가족은 환자가 다시 일어서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가족은 환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알지 못하였으며, 또한 그들의 노력이 왜, 어떻게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재활의 관점을 토대로 하여 생각해 보면, 보다 확실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 노력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이 바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알리는 것이다.



2. 정신재활의 원리


재활법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신체장애 재활과 정신장애 재활 양자에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따라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재활을 지칭할 때는 정신재활(Psychiatric Rehabilitation), 혹은 정신사회재활(Psychosocial Rehabili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정신재활의 목적은 “장기적인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능력을 높여서, 본인이 원하는 환경 속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성공적이고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며, 두 번째는 그 기술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환경적 자원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이 두 가지 절차는 정신재활의 기본원리를 토대로 하여 실행되는데, 기본원리들을 살펴보면 <표 1-2>와 같다.


정신재활법의 원리를 설명해보면, 우선 재활법은 환자가 가진 기능결함과 역할장애를 극복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있다. 따라서 재활은 환자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능이나 유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이러한 능력은 개인의 현실적 세계에 기반을 두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활과 같은 자연적인 환경 속에서 개인이 생활하고, 일하고,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환자의 능력과 실제 세계에 대해 초점을 두게 되면, 당연히 성과지향성을 강조하게 되는데, 즉 전문가들로 하여금 자신의 서비스활동이 성과를 어느 정도 높이고 있는가를 항상 평가하도록 촉구한다. 나아가 평가할 때는 어떤 이론을 따르느냐 보다 실제환경에서 나타나는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표 1-2>. 정신재활 절차의 원리

기능력

환자의 일상생활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둔다.

환 경

환자가 생활하고, 배우고, 일하는 실제 세계에 초점을 둔다.

성과 지향성

환자의 성공적 결과를 평가하고, 전문가의 책임성, 환자의 성과에 미친 효과를 기준으로 서비스 방법의 효용성을 판단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환자의 참여

성공과 만족에 대한 환자의 기준과 목적을 정할 때, 재활절차의 방법을 선택할 때, 또한 재활절차의 실시과정에서 환자가 참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포괄성

환자의 여러 측면과 주위환경에 관련된 모든 필요한 요인들을 포함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지원

환자가 필요로 하는 한 도움과 강화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성장 잠재력

개인이 가진 향상과 성장의 타고난 능력, 주어진 기회와 자원, 변화가능성과 희망적 태도에 초점을 둔다.

개별화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는 것, 개별성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개인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초점을 둔다.



정신재활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재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본인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어떠한 서비스도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필요한 도움을 포괄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전문가나 가족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능결함이나 역할장애를 가지고 있든지 간에 환자가 가진 성장 잠재력을 믿고 변화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을 갖는 것은 정신재활의 본질적인 요소이다. 연구에 의하면, 누가 재활법으로부터 이득을 볼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환자에 대해서도 최선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환자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가치를 두고 개별성을 존중하게 된다. 우리는 환자의 행동이나 특성을 범주화하지 말고, 그 개인을 개별적으로,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모든 환자는 각자가 성취해야 할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3. 정신재활 프로그램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환자의 어떤 측면에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점에 있어 정신재활법은 지금까지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치료법에 약물이 있듯이 정신재활법에는 정신재활 서비스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들은 재활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신재활 기술론(technology)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신재활 프로그램은 모든 관련자들, 즉 정신보건 행정가, 프로그램 운영자, 환자, 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절차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내용은 전문가들끼리만 통하는 무엇이 아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가르칠 수 있고, 제공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또한 행정가가 그것을 감찰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실시자와 환자참석자는 공동의 용어를 사용하여 서로 진행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나는가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정신재활프로그램에는 크게 나누어 환자의 기술(skill)과 역할(role)을 개발해 주는 훈련프로그램(training program)과 환자에게 필요한 자원(resource)을 개발해주는 지원프로그램(support program)이 있으며, 양자를 합쳐서 동시에 제공하거나 서로 연계적으로 운영한다.


정신재활프로그램은 실시양식의 측면으로 보면, 개인프로그램과 집단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다. 개인프로그램이란 담당 전문가가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지역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활절차를 계획하고 지도하는 것이다. 집단프로그램에는 구체적인 기술훈련프로그램들이 포함되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주로 소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실시할 수 있다. 정신재활프로그램은 또한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많은 것이 특징이다. 환자들의 여러 가지 기능영역과 역할에 따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신재활 프로그램의 효과는 많은 연구에서 검증되었다. 연구결과를 보면, 정신재활 프로그램들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약물순응을 증가시키고, 재발율과 입원기간 및 재입원율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으며, 사회기술과 친구의 수, 그리고 활동량을 높이고, 독립적인 생활정도, 지역사회 적응만족도, 학업수행,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신재활 프로그램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기술훈련 프로그램(Social Skills Training Program)


사회기술이란 인간관계 및 독립적으로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환자는 정신장애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주의력, 기억력, 집중력 등의 인지영역과 안정성, 자기통제력, 대인관계기술 등의 감정적 영역에서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기술의 결함은 교육과 훈련을 통하여 개선시켜야 한다.


사회기술훈련에서는 대인관계나 기타 생활 속에서 환자가 가진 기능결함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한 다음 구조화된 교육적인 절차를 사용하여 훈련시킨다. 방법으로는 프로그램 교육자가 작은 행동단위들에 초점을 맞추어 가면서 설명과 본보기를 통해 가르치고, 행동을 격려하고 보상해 주며 반복 연습시키면서 점차 이상적인 행동에 근접시킨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회기술 훈련프로그램들이 실시되고 있는데, 기본적인 몇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약물, 증상관리 훈련프로그램 : 환자는 자신의 조현병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조현병과 약물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다. 또한 약물부작용에 대한 대처방법, 증상에 대한 대처방법을 익히게 함으로써 재발과 재입원을 방지하도록 한다.


대인관계 훈련프로그램 : 좋은 인간관계는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여 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환자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대화기술을 가르치고, 그 다음 개별적으로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


스트레스관리 훈련프로그램 : 스트레스는 재발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개별적으로 적합한 스트레스 대처방법을 개발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기타 일상생활관리 프로그램, 인지재활프로그램, 여가관리 프로그램, 사회 문제해결 프로그램, 교육재활 프로그램 등이 있다.


2) 재활 사례관리 프로그램(Rehabilitation Case Management Program)


환자에게는 병으로부터 재기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재활 사례관리자라고 하며, 그 활동을 재활 사례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것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한가지는 환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며, 다른 한가지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고 요구되는 지원을 개발하도록 도와주어서, 환자가 가능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적게 받으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만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선 재활 사례관리자는 환자와 신뢰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한다. 즉 환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가까운 관계가 되면 환자가 자기의 특수한 문제와 서비스 욕구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재활 사례관리자는 환자가 현재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향후 1년~2년 동안 성취할 재활목표를 세운다. 그 다음 환자가 재활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환경적 자원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하여 재활진단을 하게 된다. 즉 기술 측면에서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환경적 자원 측면에서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과 환경적 지원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그 다음 개별적인 재활계획안을 수립하고 그대로 실행한다. 즉 계획안에 따라 부족한 기술을 배우도록 서비스를 받게 하며, 필요한 자원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하여 서비스 종류가 많지 않지만, 재활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환경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환자를 해당 기관들에 의뢰할 수 있다. 예로서 병원, 지역사회 기관들, 주거시설, 직업훈련 센터, 자조집단, 응급진료 센터 등이 의뢰할 수 있는 기관이다. 또한 환자가 이들 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기초생활 수급권, 취업을 위한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아가 재활사례관리자는 만일 필요한 서비스가 없거나 부적합할 때, 조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서비스 정책, 서비스제공자의 실행, 서비스제도 안에 있는 문제점에 초점을 두고 환자의 욕구를 보다 잘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체계를 변화시키는 활동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재활 사례관리 프로그램은 환자가 원하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며 원하는가를 알아내고 그러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여 재입원을 방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력이 높아지고, 사회적 고립감이 감소되고, 전체적인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3) 거주지 재활프로그램(Residential Rehabilitation Program)


거주지는 환자가 사회로 정착하는데 중요한 자원역할을 한다. 거주할 곳이 없이는 환자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오랫 동안 병원이나 시설에서 지내다가 퇴원한 환자에게는 거주할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재활 사업에 있어 최대의 과업이기도 하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나가 가족과 함께 살거나 독립생활을 할 수 있기까지는 점차적으로 생활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가 지원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거주지가 있어서 환자는 자신의 기능수준과 지원의 필요성에 맞추어 거주지를 선택하고,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적합한 다른 거주지로 옮겨간다. 이렇게 했을 때 환자들의 기능수준이 높아지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있는 환자는 대부분이 가족과 함께 산다. 하지만 가족이 없거나 포기한 환자에게는 갈곳이 없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환자의 경우도 가족들은 환자가 독립해서 살아가기를 열망한다. 이렇게 가족의 요구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거주지 재활프로그램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다. 지난 몇 년간 저자들이 자문하고 있는 주거시설들의 재활결과를 보면서, 거주지 재활프로그램이 환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를 확인하였다.


4) 직업 재활 프로그램(Vocational Rehabilitation Program)


일반인에게도 직업은 평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직업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 속에서 정상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이다. 따라서 일은 자존심을 회복시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더구나 환자가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전념하고 있을 때 오히려 증상과 스트레스를 잘 이겨낸다. 일에 대한 보상으로 받는 월급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독립적인 생활을 준비하게 한다. 그리고 오래 동안 그들을 보살피고 있는 가족의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당당한 직장인이 된 모습은 가족에게 안도와 기쁨을 안겨준다.


이와 같이 직업이 환자에게 중대한 것이므로 직업재활은 정신재활의 꽃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취업현황을 보면 전체의 15% 미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85% 이상이 실업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렇게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그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즉 “그들은 일할 능력이 없다”, “그들은 게으르다”, “그들은 위험하다”와 같은 오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용주는 그들을 직장에서 쫓아내고 가족들도 취업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런 낙인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연구들이 밝히고 있다. 물론 그들은 정신장애를 겪었거나 또는 현재에도 증상이 약간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일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기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환자 개인이 할 수 있는 기능영역 범위 내에서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개인이 가진 능력에 맞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다면, 또한 그에게 어느 정도의 편의조치만 제공해 준다면 그들도 충분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신체장애인의 경우, 신체적 조건에 맞추어 적합한 편의조치를 제공해줌으로써 성공적인 고용이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장애인을 위한 고용촉진법에는 편의조치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편의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고용을 가로막는 두 번째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고 일반인과 같이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패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세 번째의 이유로는 체계적인 직업재활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정신장애로 인해 직업세계를 경험하거나 배울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환자가 고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용 전에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욕과 직업 성숙도를 높이고, 특정 직업이 요구하는 기술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특정 직업이 선택되면 필요한 기술을 준비시키고 고용이 되도록 도우며, 고용 후에는 관리해 주는 사후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결과를 보면,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고용율이 증가하였으며 재발과 재입원율이 감소되고, 자기존중감과 생활만족감이 높아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제 정신장애인들은 단지 재발하지 않는 것만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직업을 갖기를 간절히 원하며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은 그들이 오히려 꼼꼼하고 성실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업재활 프로그램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 다행히 2000년도에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신장애인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지원고용(supported employment) 제도이다. 따라서 현재 각 지역별로 정신보건센터 또는 사회복귀시설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여 정신장애인을 취업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5) 가족개입 프로그램(Family Intervention Program)


가족은 환자의 재활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환자의 가족과 치료자간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오래 동안 치료자들이 환자의 문제 원인이 가족에게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이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었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정신보건 관련전문가들은 가족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있다. 가족은 환자의 치료와 재활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기관이 제공할 수 없는 보살핌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협조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의 가족인 환자를 도우려는 열성과 동기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없고 지원체계에 대한 정보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족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대체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즉 가족에게 환자의 증상과 약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고, 환자를 도와주는 방법, 환자와 더불어 살면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과 의사소통 방법을 가르친다. 보다 넓게는 환자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내용도 포함한다.


이러한 가족교육 프로그램들은 그 결과에 있어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 환자의 재입원율이 감소되었으며 행동문제가 줄어들고, 약물의 양이 감소되고 가족관계가 개선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더하여 가족교육 후 가족들의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의 수준이 증가되었을 뿐 아니라 가족의 주관적 고통과 부담감이 감소되므로 가족이 안정적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와서 가족교육이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6) 자조집단 프로그램(Self-Help Group Program)


자조집단이란 퇴원 후 환자들이 모여 서로의 고통과 필요를 이해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협동하기 위한 모임이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전문가가 제공하는 보살핌만 받으면서 전문가의 시간에 맞추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자신들이 필요한 때에 이용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리고 환자는 언제나 도움을 받는 자의 입장이었으며 타인을 도와주는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기능은 무시되어 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은 동료끼리 서로 관계를 맺고 지지하는 가운데 유사한 경험을 나누며 공감적 지지를 해줄 때 타인을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환자들은 필요한 때에 언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정한 장소에 모여 서로 도와주기 위해 집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조집단은 두 가지 주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구성원간에 상호지원 활동을 하며, 둘째, 환자의 권리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기구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외국의 경우, 자조집단은 자체의 센터를 운영하며 활동하고 있고, 정신보건 전문가와 연계하여 자문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한국정신장애인협회가 만들어졌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자조집단 이외 환자가족들이 만든 자조집단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 자조집단을 통해 심리적 지지와 정보를 얻고 있으며, 사회적 응집력을 만들어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사회제도의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가 있으며 지역마다 가족협회 지부가 결성되어 있다.



4. 맺는 말


좋은 약물이 계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발과 재입원을 반복하고 있다. 투병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들은 점점 더 생활기능을 잃고 정상적 생활을 해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항정신약물이 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기능결함과 역할장애 문제를 돌봐주는 후속적인 대처가 뒤따라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장애로부터 회복한 사람들, 혹은 회복과정에 있는 사람들의 말과 수기 속에서 누누이 전하고 있는 바와 같이, 관련전문가들은 이제 약물만으로 정신장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을 한다는 것은 입원기간 동안 환자의 병이 적절히 치료되고, 퇴원 후 약만 잘 복용하면 그 다음에는 생활이 그전대로 다시 회복된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재발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병으로부터 치료가 되지 않았다기보다 병의 결과로부터 재활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병의 결과인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생활 속에서의 자기역할을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약물에 의한 증상완화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증상감소만이 정신보건체계가 도달해야 할 목표가 될 수 없다. 정신재활법은 질병 그 자체보다도 질병의 결과를 다루는 것을 강조한다. 정신재활의 목적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며, 배우거나 일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아무리 심한 환자에게도 회복의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이다. 동시에 그 능력의 한계는 그에게 제공된 프로그램과 사회적 지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치료법과 재활법을 개념적으로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양자를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정신보건분야의 발전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재활법이 그들에게 제공되는 전체 서비스 프로그램 안에 전혀 포함되지 않거나, 포함된다해도 치료가 종결되고 난 후에 고려되거나, 또는 치료가 실패로 끝났을 때 대안으로 제공된다. 그래서 그 결과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 다음 정신보건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첫째로, 과제의 중요성이나 시급성에서 재활법이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 그 예로서 현재 우리의 재활프로그램 의료수가는 너무 낮아서 아무리 뜻이 있는 전문가라도 현실적으로 실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둘째로, 어떤 기관의 운영을 평가할 때 치료서비스를 위주로 평가하게 되고, 재활서비스는 부수적으로 포함시킴으로서 결과적으로 치료활동을 하는 인력만 고용하게 된다. 따라서 정신재활서비스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와 재활은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는 동시적으로 환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환자가 정신장애로부터 회복하기 위하여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목표지향적인 지지적 정신치료가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장애에 관하여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을 받아들인다면 재활 서비스가 정신보건 현장에서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장애는 한사람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정신장애인이 아니고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점차적으로 붕괴되어 가는 현상이 보이는 것은 병 자체의 결과이기보다 그 병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병원수용, 환자역할을 받아들이는 것, 기술과 지원의 부족, 경제적 기회의 감소, 낮아진 사회적 위치, 약물의 영향, 전문가들의 낮은 기대수준, 희망의 상실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의 부정적 결과와 만성화를 막고 그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정신재활이 정신보건체계 속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포함되어야 한다. 정신재활법은 이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에 그 자체의 독자적인 공헌을 한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이제 환자나 가족들이 지니고 있는 정신장애의 치료에 대한 생각 자체에 변화가 와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이제 증상을 없애는 것에만 집착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떨어진 능력을 개선시키고, 무엇인가 일을 하도록 하고, 환자가 겪는 불이익을 없애주는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물론 우리 모두는 정신장애로부터 완전히 치유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증상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몇 년씩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만족하게 생활한다면, 바로 그것이 치료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몇 년을 더 연장시켜 나가면 되는 것이다.


끝으로 정신재활의 발전에 공헌을 한 앤쏘니의 주장을 빌려 결론을 대신하기로 한다.


“첫째, 심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직업적, 사회적 기능장애를 가진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질병으로 진단되어 치료받는 만큼 동등하게 정신재활법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치료만으로 심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기능을 복구시키지 못한다는 자료들을 무시하는 것은 경험과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셋째, 능력장애가 있다고 진단해놓고 마치 그들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치료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참고문헌


김철권, 변원탄(역)(2000). 만성 정신과 환자를 위한 정신재활(Liberman, R. P., Psychiatric rehabilitation of chronic mental patients, 1987). 서울: 하나의학사.


손명자(역)(1998). 정신재활(Anthony, W. A., Cohen M. R., & Farkas, M. D., Psychiatric rehabilitation. 1990). 서울: 성원사.


손명자(2003). 정신장애인 고용주를 위한 안내서. 대구: 정신재활.


Anthony, W. A.(1993). Recovery from mental illness: The guiding vision of the mental health service system in the 1990s. Psychosocial Rehabilitaion Journal, 16(4), 11-23.


Anthony, W. A., & Liberman, R. P.(1992). Principles and practice of Psychiatric Rehabilitation. In R. P. Liberman(Ed.), Handbook of psychiatric rehabilitation. Needham Height, MA: Allyn & Bacon.


Farkas, M. D., & Anthony, W. A.(1989). Psychiatric rehabilitation programs: Putting theory into practic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Harding, C. M., & Zahniser, J. H(1994). Empirical correction of seven myths about schizophrenia with implications for treatment. Acta Psychiatr Scand., 90(suppl. 384), 14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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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4.22 본 카페의 [자료실 함께 만들어가기] 메뉴에 있는 <촛불저서> 게시판에 들어가시면, 이 책 (정신분열병과 가족) 전체를 무료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회원가입을 하셔야만 됩니다. 가입신청 즉시 정회원으로 가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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