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글)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의사소통"을 소개합니다.

작성자촛불|작성시간14.09.06|조회수482 목록 댓글 6

아래의 글은 미네르바의 부엉이(http://blog.hani.co.kr/minervaowl/)라는 블로그에 올라있는 부엉이의 글(2007. 5. 3. 03:15)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인권 부분보다 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부분에 관심이 가서, 이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몇 가지 점에서 놀랐습니다. 첫째는 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오해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대안으로서 삼분법(빨간색, 파란색 + 노란색 신호등)적 사고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는데, 그 발상의 참신함에 놀랐습니다.

둘째는 이 글에서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라는 생소한 용어를 처음 접했는데, 그 용어를 주치의가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또 주치의가 부엉이에게 정신장애와 관련된 비판적인 글을 쓰도록 격려해주고 부엉이가 쓴 글을 읽고 수년간 피드백을 해주었다는 내용을 보고, “그런 주치의도 있었구나.”하고 놀랐습니다.

셋째는 제가 정신장애인을 칭하는 용어로 어떤 용어가 적합할지를 고민하여, 당사자(the first persons)라는 용어가 가장 적합하겠다고 판단하고 이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게 이제 불과 4~5년 되었는데, 부엉이는 2007년도에 이미 이 용어를 쓰고 있었다는 점을 알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구나." 반가웠고, 동시에 부엉이가 나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었구나.”하고 놀랐습니다.

넷째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언론의 악영향에 대해 조목조목 예들을 열거하며 비판하고 있는데,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언론기사를 이렇듯 당사자인권의 관점에서 놓치지 않고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부엉이의 글들이 대충 쓴 글들이 아니라, 다방면에 대한 엄청난 공부와 관찰, 그리고 고민을 바탕으로 한 글이라는 점을 알게 되어 놀랐습니다.

다섯째는 동성애단체의 커밍아웃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 놀랐는데, 그 이유는 이 대목은 미국의 정신장애인단체들이 1980년대에 소비자운동(consumer movements)의 전술전략을 수립할 때 1960년대에 미국 동성애단체들이 채택하였던 커밍아웃 전략을 차용하였다.”는 점을 알고 있을 정도로, 부엉이가 당사자운동과 관련된 해외정보에 해박함을 짐작케 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처음 이 글을 읽을 때는 의사소통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여 본 카페에 소개할까? 생각하고 발췌하기 시작했었는데, 원고를 다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발췌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자칫 저자(부엉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제가 왜곡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긴 글(30분 분량의 강의원고)이지만, 전체 글을 다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무소유의 소개로 1년 전에 부엉이를 알게 되어 12일을 같이 지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응 괜찮은 친구군.”하는 느낌이었는데, 글을 읽어보고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존경심이 드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당사자들 중에서 외국논문과 외국기사를 읽고 이해한 지식을 바탕으로, 국내 신문기사들을 분석하고,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끊임없이 고민하여, 전문가들을 압도할만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과 이론을 구축한 사람이 있는지를 몰랐습니다. 전체적인 제 느낌은 저 스스로 제가 많이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 나보다 더 앞서가는 사람이 있었네.” 하고 놀란 느낌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미네르바의 부엉이(http://blog.hani.co.kr/minervaowl/) 블로그에 올라있는 글들을 꼼꼼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많은 회원분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부엉이의 블로그를 환기시켜주고, 읽어보도록 권유해주신 청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는 제 감상평이었고, 이제부터 부엉이의 글이 시작됩니다. 긴 글이지만 꼼꼼히 읽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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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에게 짧은 강연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화성시 정신 보건 센타에서 주관하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영화제 인데요...

협성대학하고 수원대학에서 강연할 예정입니다.(5/10, 5/16)

주어진 시간이 15분인데 제가 쓴 글을 스톱 워치로 재보니 30분이 걸리네요...

그것도 속독으로 읽은건데 ㅠㅠ

그래서 실제 강연에서는 내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제가 쓴 글을 블로그에 올려서 그 내용을 살릴려고 합니다.

첫 강연 기회라서 옛날에 결혼식 사회볼 때 처럼 떨지나 않을 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책 나오기 전에 공식적인 사회 활동인데 잘 됐으면 합니다.

글이 좀 길더라도 한 번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나 떨고 있니?'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의사소통

 

김 충배(조울증 환자)

 

 

1.정신장애인의 인권

 

1.1인권의 정의

인권은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가지게 되는 고유의 권리로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뜻합니다. 인권은 인종,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국가나 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고유한 권리입니다. 또한 일정 기간에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박탈당하지 않는 권리이며, 장래에 태어날 인간에게도 인정되는 영원한 권리이며 침해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가 똑같이 존중되고 보장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인권이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어떻습니까? 아직 많은 정신장애인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입, 퇴원 과정과 치료 기간 중에 많은 인권 침해를 받습니다.

 

1.2 정신 장애인의 인권 현실

정신 장애인의 인권의 현실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절차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강제 입원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제 아버지의 동의를 받고 이루어진 일이지만 당사자로서는 강제 입원할 때 매우 억울하고 화가 나있기 때문에 어떠한 의사의 설득에도 입원 당시에는 본인이 입원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입원 이후에라도 환자 본인에게 입원 이유를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개씨, 왜 입원했는지 아시겠죠라고 물어 본 후 환자가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환자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인물 아래에 인터넷주소를 적어 놓았지만은 카페에 많은 환우 가족들이 어쩔 수 없는 강제 입원에 많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상담 내용이 많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다수의 환자가 강제 입원 시에는 가족들 원망을 많이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가시면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종종 신문에 보도되듯이 배우자의 재산을 노리고 강제 입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119와 정신과로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없다고 간주하는 환자 당사자의 진술보다는 환자의 보호자인 가족의 말을 더 신뢰합니다. 불행하게도 가족간의 불화와 재산 다툼의 이유로 장기간 가족들에게 버려져 정신병동에 수 십 년간 수용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신보건법에 보면 환자가 입원 후 의사가 판단하여 외출 및 전화를 제한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말 안 듣고 반항하는, 즉 치료에 협조를 안 하는 환자에게 보복이나 벌칙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만성 환자의 경우 장기간의 입원 보다는 적절한 통원 치료와 정신 보건 센타와 같은 지역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의 인권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이 역시 가족과 지역 사회의 인권 의식이 살아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국내의 대학 병원이나 전문 병원 등에서는 장애인의 인권이 많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 백 명을 수용하는 장애인 수용시설의 형편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만성 정신 장애인들의 경우 정신병을 치료하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첫 입원은 대학 병원에서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 사정으로 정신장애인 수용 시설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대학 병원과 전문 병원에 입원해 보았습니다. 거기서는 다양한 상담 치료와 레크레이션 치료가 있습니다. 비싼 입원비만 해결된다면 모두 대학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달에 백 만원이 넘는 입원비 때문에 대부분의 만성 환자들은, 20년 넘게도 입원하는 사례가 있듯이, 수 백 명을 수용하는 수용 시설에 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수용 시설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한 환우의 수기를 통해서 그리고 환우들의 증언을 통해서 대강 그곳의 인권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떤 500여명을 수용하는 병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의사 한명이 500명을 회진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소상히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실은 침대도 없고 매트리스를 깔고 잔다고 합니다. 그리고 샤워실에도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환자들의 수치심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수기를 쓴 환우의 표현을 빌자면 약으로 조진다고하는데 만약에 간호사나 보호사의 말을 안들을 때는 진정제나 약을 투여하여 환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강박을 일주일가량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도 강박을 당해 본 적이 있는데 강박을 당하면 대 소변도 자신의 뜻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고 인격적으로 모독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적은 정부 지원금 때문에(물론 수용소의 이사장이 착복하는 경우도 있겠고 많은 수용소는 기업과 같아서 경우 정부 지원금을 더 타내기 위해 환자들의 퇴원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수용소의 식사의 질은 형편없고, 많은 사람들이 배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줄지어 기다리기가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실 마다 방장 제도를 두어 군대와 같은 군기와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학 병원과 같은 상담치료도 없이 담배내기로 고스톱을 치며 수많은 해를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고발하기 위해 쪽지를 넣었는데 알고 보니 병원의 보호사가 쪽지함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고 수기의 환우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같은 정신장애인이라도 가정 형편과 가족의 이해에 따라서 올바른 치료와 인권이 보장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용소에서 가족과의 연락도 못하고 장기간 방치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환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실습을 나가는 대학 병원이나 전문 병원을 보고 아 환자들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구나.’라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아직도 지방 변두리에는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인권 교육도 필요하고 인권 영화제도 필요한 것입니다.

 

 

2.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

 

2.1의사소통의 필요성

<인권은 주장하는 것이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천부 인권을 말하지만 불행하게도 정신과 환우들은 하늘로부터 정신병을 얻었습니다. 오늘 여기 우리가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논하기 위해 모인 것도 현실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의 권익이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반증합니다. 인권은 사람이 나면서 저절로 갖는 권리라고 말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은 지금의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시되고 짓밟히고 있습니다. 만약 다수가 소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비장애인이 정신장애인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잠정적으로 동의가 된다면 우리의 얘기는 한 걸음 나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헌법적 질서에서 보장된다 하더라도 힘 있는 자의 인권보다는 힘없는 소수자의 인권은 현실상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인권 단체도 있고 인권 변호사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인 생각으론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정신과의사나 사회복지사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주장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나 사회복지사가 곁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지켜 낼 수는 있겠지만 정신장애인의 인권의 문제는 바로 당사자의 몫입니다. 좀 전에 정신장애인의 인권의 현실에 대해서 잠시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를 당하고 있는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자기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이들이 정신장애가 있어 자신의 권리를 모른다기보다는 일반일들과 마찬가지로 법적, 사회적 인권 옹호의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실생활에서 법적 도움을 받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전공한 사람을 빼고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입니다. 그러기에 다산 인권센타 같은 인권연구소에서 정신보건센타에서 인권 교육을 하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겁니다. 정신장애인들이 사고 장애로 인해서 자신의 인권을 보호 못하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처럼 제반 법률지식이 없어서 자신의 인권을 못 챙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라든지 다산인권센타라든지 이와 같은 기관에서 사회적 약자이며 소수자인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려줬으면 합니다. 인권 교육이 강화될 수로 비장애인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 남용이 줄어들고 정신장애인 스스로 인권을 주장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겁니다.

 

2.2의사소통의 어려움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인 구분 (신호등)>

그러나 비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비장애인들이 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능력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정신장애인들의 말들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고 알아듣기 힘들며 그들만의 언어로 얘기한다는 편견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미친놈, 지랄하네.’라고 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이 서툴거나 말을 잘 못하면 애자 (장애자의 준말)’라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정상인이 보기에는 도저히 미친 사람하고는 얘기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학교생활 중 정신병원에 다닌다는 소문이 나면 그 친구를 왕따 시키기도 합니다. ‘미친 사람은 진실을 얘기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입니다. 만약 미친 제가 여러분들을 보고 , 이 미친놈들아!”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미친 걸까요? 안 미친 걸까요? 농담을 하자면 미친놈은 자신이 미쳤다고 고백해도 안 믿어주고 안 미쳤다고 주장해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미친 사람은 헛소리만 할 뿐 진실을 얘기하지 못한다는 편견 때문에 비장애인과 정신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입니다. 저 또한 조울증환자이기 때문에 속된 말로 미친놈입니다. 이런 제 말을 오랫동안 경청하고 계시는 여러분의 정신상태도 의심스러운데,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정신장애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걸 까요? 왜 일까요? 물론 정신장애인들이 환청과 망상에 빠져 증상이 있을 때는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의 환청과 망상도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환우는 차가 씽씽 다니는 8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고 다녔답니다. 왜 그랬느냐고 물으니까 그 당시에는 자신이 신이라는 망상이 들어서 자신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 오는데 머리에 꽃 꽂고 노래 부르는 미친 여자도 내면에는 너무 즐거운 생각이 들어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같은 환우거나 아니면 정신과의사 또는 사회복지사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번 반성해 봅시다. 우리 내부에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의미한 것을 두고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여러분은 건강한 대학생들입니다. 그러기에 합리적이고 평화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합니다. 여러분은 정상의 영역에 서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이기에 혹시라도 이해하기 힘들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소외시킨 적은 없습니까? 반성해 보면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에 익숙해 있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이분법처럼 효율적이고 단순한 것도 없습니다. 20세기의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인 산물이었습니다. 우파와 좌파, 남과 북, 남과 여, 오른 쪽과 왼쪽, 정상과 비정상인 이렇게 우리는 이분법적으로 사물을 구분하고 편 가르기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쉽고 간단한 이분법에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분법에 다수와 소수라는 힘의 정치가 개입하면 차별과 줄서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힘이 있는 쪽에서는, 정상인의 편에서는 사회의 기준이 되고 모범이 됩니다. 힘이 없는 비정상인들은 미친 놈들이라서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무관심과 무언의 폭력 속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생각한 것은 정신장애인은 비정상이 아닙니다. 정신장애인은 정상이며 동시에 비정상입니다.’ 신호등을 생각해 봅시다. 빨간불이 비정상이고 파란불이 정상이라고 해봅시다. 이것 또한 이분법적 질서입니다. 그런데 노란불은 어떨까요? 노란불이야 말로 정상이며 동시에 비정상을 뜻합니다. 이것은 3분법인데요 모순어법이기는 하지만 말이 모순이라고 해서 존재가 모순인 것은 아닙니다. 아직 정상이며 비정상인 정신장애인을 오롯이 담아낼 언어가 없을 뿐입니다. 정신장애인들도 휴대폰을 사용하며 인터넷을 할 줄 알고 사랑도 할 줄 알고 야동도 즐겨봅니다. 대다수의 만성장애인들은 이처럼 비장애인들과 못지않게 정상적인 때가 많습니다. 다만 증상이 있을 때 환청과 망상 때문에 병원 신세를 잠시 질뿐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 번 미친 놈은 영원한 미친 놈이라는 비장애인들의 선입견을 깨고 정신장애인들은 많은 시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상인과 비정상인,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의사소통은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씻고 가급적이면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갖고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보세요! 얼마나 말 잘 합니까?

 

2.3 의사소통의 가능성

<프로슈머(prosumer)로서의 피드백(feedback) >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주장하기 위해 비정애인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화는 굳이 병원 상담실에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가족, 친구, 환우, 의사, 사회복지사 등 사람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정신장애인들도 의사소통 능력이 비장애인들 못지않습니다. 다만 음성증상이 있다든지 아니면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는 양성증상이 있을 때만 의사소통이 어려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정신장애인들에게 많은 발언권을 주어야 합니다.

권력 이동이나 부의 미래를 쓴 미국의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도입한 경제학 용어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프로슈머라는 용어입니다. 이 말은 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인데 현대 경제 시장에서는 더 이상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소비자가 생산에도 관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분유를 사는 엄마들이 매일유업에 항의 편지나 의견 개진을 하면 매일 유업에서 그 의견을 제품에 반영하겠죠. 이렇듯 소비자가 프로슈머로 거듭나서 생산자에게 피드백하는 의사소통 구조가 건강한 의사소통 구조입니다. 회사가 물건을 팔기만하면 그만이고 그 제품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현명한 소비자들은 그 제품을 외면할 것입니다. 정신과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게 프로슈머라는 말을 알려주신 분은 제 주치의인 용인 정신병원의 김성수 과장님인데요. 정신의료서비스의 소비자인 정신장애인들이 기꺼이 의사나 병원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드백하는 것을 프로슈머라고 가리키는 겁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제게 프로슈머가 되어 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제가 인터넷에 글을 쓴지 8년째 되어 가는데요. 처음에는 저는 주로 제 히스토리에 대해서 많이 썼습니다. 되지도 않는 시도 쓰고요. 중요한 것은 제가 쓴 글을 의사선생님에게 보여드렸고 의사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뒤로는 제 개인의 얘기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의사소통이라든지 인권에 대한 칼럼을 정신보건센타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만든 지는 20053월이니까 만 2년 정도 되는데 8년 동안 카페에 올린 글들을 모아 놨습니다. 인쇄물의 아래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라고 제 블로그 주소가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제가 조울증을 앓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놨습니다. 많이 찾아주세요. 그리고 아주대 이영문 교수님의 도움으로 블로그의 글이 올해 안에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많이 사주세요...

 

제 자랑하느라고 애기가 딴 데로 흘렀네요. 아무튼 정신장애인들이 개인의 얘기를 조리 있고 감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얘기를 넘어서 사회적인 정신장애인의 인권이라든지 의사소통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인 프로슈머의 역할까지 한다면 당사자 운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정신장애인들은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통해서 사회에 적극적인 피드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의 가능성

 

3.1 당사자 운동의 어려움

<언론과 지식인의 정신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폭력성 확대 해석>

당사자 운동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당사자 운동이란 의사나 사회복지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정신장애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하는 운동을 말합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의 필요성은 다른 소수자인 신체 장애인이나 동성애자들의 당사자운동의 성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체 장애인은 이동권 투쟁을 통해서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모든 인도에는 노란 점자 안내 블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동성애자들 역시 젊은 층을 상대로 많은 동정적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가 다른 비장애인들이나 일반인들의 도움이 아닌 당사자 스스로 투쟁하여 얻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신장애인들은 무엇을 하였을까요? 솔직히 정신장애인들 내부에서는 프로슈머라든지 당사자 운동이라든지 하는 움직임이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신체 장애인들과 동성애자들이 해내는 것을 정신장애인들이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일정부분 언론과 지식인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편견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정신장애인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용의자의 정신 병력이나 정신 감정을 확대 해석해왔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씨 총기 난사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는 우파의 경우 이 사건으로 한미 동맹이 깨질까 오바 하였고 좌파의 경우 이 사건은 조승희씨 개인의 문제인데 우리나라가 미국에 사과한 일은 쪽팔린'일 이라도 자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로는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은 조승희씨가 정신과적 문제로 강제 입원을 한 적이 있고 카운슬러와의 상담을 통해 하루 만에 풀려났다는 것을 보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때 조승희씨가 감금되었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습니다. 미국 언론의 경우에도 조승희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그가 어떻게 총기를 구입하였는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기 구입의 경우 미국에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입하는 것을 합리화하고 있는데 정신장애인이라고 해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총기를 구입 못하게 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조승희씨 사건을 보는 데는 민족주의에 따라서 달리 보이지만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정신장애인 밖에 없다는 이분법적인 편견을 공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승희씨의 사건 얼마 뒤 한 중국계 미국인이 교수에게 제출한 레포트에서 폭력성이 보인다고 교수가 그를 검찰에 기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인데요. 그 레포트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쓰도록 지도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글이 폭력적이라도 그것이 의식의 흐름이고 자유로운 생각이라면 이번 기소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권문제입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지난 4월 달이 장애인의 달이었고 44일이 정신장애인의 날인 데요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사건이 9시 뉴스에 연이어 나왔습니다. 부모를 죽인 정신과치료를 받던 용의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잡혔다는 보도와 역시 부모를 죽인 조울증 환자가 전철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보도입니다. 마치 정신병이 모든 잔인한 범죄의 원인이 되는 냥 언론은 보도 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때도 범인은 뇌변병장애로 후천적으로 우울증을 앓던 사람이었는데 언론은 정신병자라는 용어를 쓰며 모든 정신장애인을 매도하고 뭇매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언론은 정신장애인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격리를 옹호하고 우리 정신장애인이 겪는 비인권적인 사건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소위 사회적 지식인들의 태도는 어떨까요? 제가 강의를 듣거나 신문을 통해 교수님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는 많은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정신병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모르면 가만있으면 되는데 오히려 그 무지 속에서 자신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비합리적인 데에 정신병을 은유나 직유를 통해서 폄하하고 있습니다. 좌파적 지식인 진중권씨는 우리나라 국민이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신분열과 같다고 논평했고 경희대 교수 도정일씨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미쳤다는 말을 썼습니다. 이렇듯 정신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 없이 그리고 정신장애인과의 진정한 만남 없이 상상력과 억측에 기반을 둔 언론과 지식인들의 보도태도가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은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를 포함한 국민들이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며 펼친 현수막에는 국회는 미쳤다라고 써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정신과 여의사가 국회는 미쳤다라는 칼럼을 한겨레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국회가 미쳤다니요? 한나라당 의원들이 망상과 환청 속에 비이성적인 탄핵소추를 했다는 말입니까? 만약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친 상태에서 탄핵 소추를 했다면 정상참작이 됩니다. 정신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 갇히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탄핵소추를 한 것입니다.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범죄가 되고 총선에서 심판을 받은 것입니다. 아무런 자각 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는 미친놈들의 소행이 되었습니다. 언론이나 지식인들만이 미친놈을 차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국민들도 알게 모르게 정치적,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정신장애인들을 폄하하고 소외시킵니다. 우리들이 까닭 없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분노를 조금만 애정과 관심으로 바꾼다면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은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신체장애인이나 동성애자들을 폄하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당사자들이 모여서 힘을 합쳤기에 가능합니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정신장애인을 소외 시키면서 일반 국민들의 정신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은 사라질 줄 모릅니다. 물론 당사자 운동은 비장애인이나 일반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들은 의사나 사회복지사가 주도로 된 운동만 있어왔지 진정한 당사자 운동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3.2 커밍아웃(coming out)과 아웃팅(outing)

그런데 본질적으로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을 막는 가로 막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정신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당사자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데 당사자 운동이 가능할까요? 모든 운동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는데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신체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그들은 용감할지 모릅니다. 동성애자들도 숨겨도 될 자신의 성정체성을 사회에 드러냅니다. 그런데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병이란 숨기면 티가 안 나고 만약에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면 자신이 소외되고 도태될까봐 두려움에 떱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의 정신병을 부끄러워하고 열등감을 느껴서 이를 숨긴다면 장애인 인권운동의 출발점인 당사자 운동은 더욱 힘들어 집니다. 그래서 저는 주장합니다.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의 출발점으로서 정신장애인들의 커밍아웃 운동의 활성화를 주장합니다.

 

여러분 커밍아웃이라는 말 아시죠? 잘 아시듯이 이 말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데 씁니다. 그러나 이 말의 연원을 아시는 분들은 적을 듯 한데요. 커밍아웃(coming out)이란 말은 영어로 come out of the closet에서 유래합니다. closet이란 벽장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동성애자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벽장 속에 숨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벽장에 숨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을 겁니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생각해보니 동성애자들의 잘못은 없습니다. 문제는 사회의 삐뚤어진 편견어린 시선이 잘못된 거지요.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벽장에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에 알립니다. 비로소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겁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 정신장애인들도 동성애자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우리도 더 이상 정신병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정신병을 커밍아웃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같은 환우들에게 커밍아웃을 권유하면서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올해 나올 책에 제 병인 조울증을 밝힐 것입니다. 제 글에는 제가 병에 걸린 이후에 생각의 변화가 적혀 있습니다. 또 책 선전을 했습니다...하지만 정말 정신장애인들의 커밍아웃은 힘들어 보입니다. 그 이유를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은 정신병에 대한 사회, 문화적인 차별과 편견이 심하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 병을 먼저 사회적으로 밝히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현실적인 계산입니다. 현실적으로 친한 친구에게 병을 커밍아웃한 이후에 친구와 연락이 끊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두 번째로는 정신병은 유전병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병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결혼하는데 장애가 됩니다. 세 번째는 정신장애인 스스로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장애인들이 병을 얻기 전에 정상인이었을 때 스스로 가졌던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병을 얻고 나서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마치 나도 병 걸리기 전에는 미친놈 보고 또라이라고 그랬는데 남들은 더 하겠지.’라고 자조하며 차마 자신의 병을 밝히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의사들은 환자들이 병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할 때 그냥 밝히지 말고 지내라고 조언을 합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가 정신병을 곱게 봐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유명한 교수나 사업가, 정치가들 중에도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이상이 우리 정신장애인들이 커밍아웃하기 힘든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유명한 교수나 사업가, 정치가들은 왜 커밍아웃을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들도 정신병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자신의 병을 부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백수인 저로서는 당당히 커밍아웃 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가진 힘 있고 권력 있는 정신장애인이 커밍아웃 하기란 정말 힘들 것입니다. 커밍아웃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정신장애인들 조차 자기 같이 아무 힘없는 사람이 커밍아웃 해봤자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이고 오히려 슈퍼맨 같은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이 먼저 커밍아웃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슈퍼맨은 죽었습니다. 평소에 커밍아웃에 대한 소신이 없던 자가 나중에 크게 되면 커밍아웃할 용기가 생길까요? 아닙니다. 그는 더 철저히 자신의 과거를 숨길 것입니다.

 

이야기를 잠시 돌려서 아웃팅(outing)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회복지분야에서는 아웃팅이라는 말을 외출정도로 의미하는 것 같은데요. 동성애자들의 용어로 아웃팅이란 쉽게 말해 원치 않는 커밍아웃입니다. 자신이 커밍아웃할 의도가 없는데 제 삼자가 그의 병이나 성정체성을 소문내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말합니다. 동성애자 사이에는 아웃팅은 범죄와 같이 매우 고통스런 일이라고 합니다. 그럼 정신장애인의 아웃팅은 어떨까요? 우리는 가십거리로 누구누구 연애인이 우울증 환자래, 조울증 환자래 얘기를 합니다. 이는 전자 바이올리스트인 유진 박 같은 경우는 언론에 커밍아웃을 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학창 시절 주변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급우를 두고 그것을 소문내고 따돌림을 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을 위해서 커밍아웃 운동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한 아웃팅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정신장애인의 날에 정신장애인들에게 노란 티셔츠를 입히고 시가행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은 정신장애인들에게는 많은 자신감을 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것이 자발적인 커밍아웃일까요? 아니면 원치 않는 커밍아웃일까요?

 

3.3 당사자 운동의 전망

이제는 제 얘기를 마무리 져야 할 때입니다. 오늘 우리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 논하고 생각해 보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제 나름대로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들은 바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오늘 제 주장의 요지는 인권이란 표현하고 주장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그것이 외부적 이유든 개인적인 이유든 자신의 인권을 지켜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러한 어려움의 대안으로 프로슈머 운동이나 당사자 운동 얘기를 꺼냈고 이러한 열망이 커밍아웃운동의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제가 유인물에 적은 인터넷 카페에 가보시면 많은 정신과 환우와 가족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오늘 저는 이러한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축복받은 정신장애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세상의 일부를 소개한 것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과 휴대폰 없이 친구 한 명 없는 정신장애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은 많은 기회와 가능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자신이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드렸듯이 정신장애인들도 일반 비장애인들처럼 법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러기에 장래의 사회복지사가 될 여러분 들이 열심히 정신보건법을 공부하고 유엔의 장애인 인권협약을 살펴봐야 합니다. 비장애인들 중에서도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시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정신장애인의 인권 지킴이요 당사자운동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정신장애인의 인권의 문제는 해결책이 보일 것입니다. 오늘 제 얘기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라도 줄였으면 합니다. 더 이상의 말은 제 블로그를 통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신장애인의 당사자 운동은 미래의 사회복지사인 여러분의 손에도 달려있습니다. 공부 열심히들 하시고요 그리고 정신장애인의 믿음직한 벗이 되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끝으로 정신장애인의 인권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다산인권센타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화성시 정신보건센타 직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재미없고 부족한 말, 끝까지 들어주신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참고 싸이트>

파란마음 하얀마음~ (http://cafe.daum.net/imissu486) :분열증 환우 모임

아름다운 동행* (http://cafe.daum.net/blueskyap) :정신장애 환우 가족 모임

미네르바의 부엉이(http://blog.daum.net/minervaowl) :조울증환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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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얀눈빛 | 작성시간 14.09.06 센터에 다닐 때 김충배님의 글이 교재에 실려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그 분의 글을 읽고 많이 느끼고 배웠더랬죠.. 블로그에 가끔 가는데 요즘에는 글을 안 쓰시는 것 같아 아쉽네요.
  • 답댓글 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9.06 그러셨네요. 이런 글을 쓴다는 것도 대단하고, 그걸 알아봐주고 교육교재에 수록해주는 전문가들도 대단한 거죠. 좋은 전문가들이 이끌어주는 센터에 다니셨던 것 같네요. 혹시라도 블로그에서 보셨던 글들 중에 감동을 받았거나, 참 괜찮다 싶었던 글이 있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가장 좋기는 퍼다가 여기 게시글로 올려주면 더 좋고요, 그게 아니라면 제목 알려주시면 제가 읽어보고 퍼 올게요. 김충배님의 블로그에 좋은 글들이 꽤 있을 것 같아요.
  • 답댓글 작성자청계 | 작성시간 14.09.06 낮에 혹시 김충배님과 통화했습니다,
    그 동안 재발해서 입원했다가 얼마전에 퇴원하였고,
    일년간 글을 못 썼는데,
    이제 회복이 잘 되어서 글을 쓰려고 준비중이라 하였습니다.
  • 작성자옥다리 | 작성시간 14.09.07 인권, 의사소통, 프로슈머, 커밍아웃 전략도입, 그리고 우리의 미래. 저에게 절대적 통찰을 하도록 합니다. 깊이 새기겠습니다.
  • 작성자마르티노 | 작성시간 14.10.03 역시 부엉이님 제가 일전에 오셧을 땐 대접이 소홀햇죠.......죄송해요......값을 기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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