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증상과 음성증상
조현병의 다섯가지 정신병증상은 다시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은 적합한 치료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환자들에 따라서는 양성증상만 보이는 환자도 있고, 음성증상만 보이는 환자도 있으며, 두 가지를 다 보이는 환자도 있다. 양성증상은 흔히 몇 달 사이에 또는 수일만에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수개월 내에 경미한 수준으로 경감된다. 음성증상은 수년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된다. 이때 가족들은 환자가 바보스럽고 둔해보이고 게을러 보여서 속상해 하지만, 그것이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성증상은 또한 양성증상으로 인한 병이 만성화됨에 따라 2차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만성조현병 환자들 중 상당수는 양성증상보다는 음성증상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가지를 겸해 있는 경우에, 발병초기에는 가족들의 신경이 온통 양성증상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음성증상이 있더라고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양성증상은 ‘해’에 비유할 수 있고, 음성증상은 ‘달’에 비유할 수 있다. 가족들이 음성증상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해와 달이 함께 있으면 달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다.
입원치료후 환자의 양성증상이 가라앉으면 가족들은 그때에 가서야 환자가 음성증상을 겸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 그것이 원래부터 있던 음성증상인지 발병 이후에 2차적으로 음성증상이 시작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1) 양성증상(positive symptoms)
양성이란 ‘더하기(+)’라는 의미이다. 즉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존재하거나, 일반인들에게는 경미한 정도로 나타나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심하게 나타날 때 이를 양성증상이라 한다. 정신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양성증상은 그것이 증상임을 쉽게 눈치챈다. 대표적인 4가지 양성증상은 망상, 환각, 횡설수설, 이상한 행동이다.
① 망상(delusion)
이것은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생각을 사실로 믿는 것이다. 망상의 종류는 망상의 내용에 따라 구분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피해망상과,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을 자신과 관계된 것으로 생각하는 관계망상이 가장 흔하다. 그 다음으로 자신이 특별한 임무를 지닌 위대한 인물이라고 믿는 과대망상이 흔하다. 그 외에 신체망상, 조종망상, 피조종망상, 사고전파, 사고주입, 색정망상 등도 흔하다. 망상은 대화나 설득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② 환각(hallucination)
아무런 감각자극이 없는데도 어떤 감각을 경험하는 것을 환각이라 한다. 환각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우리가 지닌 다섯가지 감각기관에서 모두 가능하며 그것이 느껴지는 기관에 따라서 환시, 환청, 환후, 환미, 환촉이라 한다.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환청이 가장 흔하며, 그 다음으로 환시가 흔하다.
③ 횡설수설(incoherence)
환자의 말에 조리가 없고 두서가 없어서 환자와 대화를 나누어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전문가들은 지리멸렬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가족들이 이해하기 쉽게 “횡설수설”이라고 풀이하였다. 환가가 말을 횡설수설하는 것은 말하는 그 순간에 생각이 뒤죽박죽 혼란되어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환자에게 사고장애(생각의 장애)가 있음을 의미한다.
④ 이상한 행동(bizzare behavior)
환자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괴한 행동, 기이한 행동, 와해된 행동, 혼란된 행동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바보같이 혼자 실실 웃거나,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거나, 똑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거나, 부적절한 자세로 뻣뻣하게 가만히 있는 행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환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망상, 환각, 심한 불안감이나 공포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2) 음성증상(negative symptoms)
음성이란 ‘빼기(-)’라는 의미이다. 즉 일반인들에게는 있는 사고, 감정, 또는 행동이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경미한 정도로만 나타날 때 이를 음성증상이라 한다. 음성증상은 가족들이 조현병 증상임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가 우울해졌다거나 게을러졌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증상들을 음성증상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간에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책에서는 미국 아이오와(Iowa) 대학의 앤드리슨(Nancy Andreasen)이 제안한 분류방식에 따라 음성증상을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구분방식은 Mueser & Gingerich의 책에서 재인용함).
① 감정표현의 결여(blunted affect)
얼굴표정이나 목소리에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동의 둔마’라 한다. 얼굴표정이 경직되어 있고 무덤덤하며, 목소리는 높낮이가 없이 단조롭다. 신나는 이야기를 할 때나 슬픈 이야기를 할 때에도 무덤덤한 표정과 단조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가족으로서는 환자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마치 환자의 감정이 얼어붙었거나, 황량하게 메말라 버린 듯한 느낌이며, 환자가 아무런 감정변화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② 언어의 빈곤(alogia)
말이 전혀 없거나, 한두마디로 끝낸다. 새로운 화제를 꺼내지 못하며, 화제를 꺼내더라도 계속 이어가지 못한다. 상대방의 질문에 대하여 예, 아니오 정도로 대답하고, 간신히 한두마디를 덧붙일 수 있는 정도이다. 대화 도중에 종종 말이 끊어진다. 말하다 말고 환자가 갑자기 말이 없다. 종종 상대방이 무슨 질문을 했는지, 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다 말았는지 잊어 버려서, 재차 질문하곤 한다. 타인들로서는 말이 이어지지 않아서 환자와의 대화가 재미가 없고,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③ 무감동(apathy)
환경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개인적 경험이나 정신병적인 경험) 등에 무관심하다. 일에 대한 동기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세수, 양치질, 머리빗기, 옷갈아입기, 목욕, 이발 등 일상적인 간단한 일도 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잠만 잔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TV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있는 자리를 피한다.
④ 무쾌락(anhedonia)
즐기려 하지 않는다. 아무런 취미활동이나 놀이도 하지 않는다. 이전에 좋아하던 일들도 하지 않는다. 영화보기, 노래하기, 게임하기, 운동, 산책, 친구만나기, 전화하기 등 흔히들 하는 오락이나 취미생활, 여가생활을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TV보기처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활동만 한다. 환자가 즐기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로서는 억지로 어떤 활동을 같이해 봐도 재미가 없다.
⑤ 주의집중 결함(inattention)
보통사람들도 주의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따라서 다소의 주의집중 부족을 음성증상이라 하지는 않으며, 심한 주의집중 결함만을 음성증상으로 본다. 주의집중에 결함이 생기면 한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며,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따라서 환자는 몇 분 이상 대화를 유지하지 못하며, 책을 읽어내지 못하고, 수업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다. 한가지 일을 십분이상 계속해서 하도록 하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며, 혼자서 엉뚱한 짓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결국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거나 방에서 나가 버린다. 주의집중에 결함이 있는 환자는 흔히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기억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이 경우 환자의 주의집중에 결함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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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3.09 "정신분열병과 가족" 책의 84-88쪽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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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징가 작성시간 16.06.20 환자가 저련 증상을 보이는것은 다른곳에 신경을 써서 그 다른것과 자아의 현실과의 간극에서 오는 현상이라 생각 됩니다.
창조주는 피조물이 본인 스스로 (본인만의 신념, 주장 등등) 만든 세상을 허용치 않읍니다. 여기서 오는 현상이라 생각 됩니다. 힘들지만 자기만의 신념, 믿음 등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세계를 파괴해야 합니다. (피조물은 어떤 정신적 신념과 관념등을 본인걸로 할만한 존재가 못됩니다, 생각은 할수 있으나 본인한테 강제로 적용 할수 없읍니다) -
답댓글 작성자촛불 전북익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7.13 좋은 의견입니다.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