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팔공산 모임에서 마르티노를 만났습니다.
대뜸 "교수님! 요즈음 조증 아니세요? 지역방 만든다고 일을 엄청 벌리시던데요." 하곤 웃습니다.
"응, 맞아. 요즈음 조증 기간이야. 그러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지."
이렇게 대꾸하고,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제가 요즈음... 조증 기간 맞습니다.
다행히 경조증입니다. 현실감이 유지되고 있지요.
그것도 매우 건설적인 쪽에 필이 꽂힌... 바람직한 경조증입니다.
에너지도 넘쳐나고, 자신감도 있지요.
내내 지금만 같으면 살만 할 겁니다.
되짚어 보면, 매우 다행인 건,
올해 들어서
경조증 기간은 6~7개월 정도로 길어졌고,
우울 기간은 2~3개월 정도로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제 스스로 진단하기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이런 현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조울증이 있을 때, 보통은
우울기간이 6~7개월 정도로 길고,
조증 또는 경조증 기간은 2~3개월 정도로 짧은 게
통상적입니다.
제 짐작으로는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사니까, 우울 기간이 긴 게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면, 조증 기간이 길어지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조울증을 안 좋게 생각하기보다는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좋은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갖지 않은 강점이 될 수 있지요.
물론 안 좋은 면도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고, 때로는 삶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좋은 점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평소에는 놓치고 살았던 많은 점들을 느끼고 깨닫게 되지요.
제 경우에는 다행히
조증기간이라 해도 현실감을 심하게 상실할 정도는 아니어서
경조증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이 기간을 종종 생산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스스로, 저 자신을
양극성 장애 II형이거나, 또는 순환성장애일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조증 시기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이 시기에
공부에 필이 꽂히면, 성적이 몇 달만에 다락같이 올라가고,
논문에 필이 꽂히면, 논문이 뚝딱 나옵니다.
일에 필이 꽂히면, 남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단기간에 이뤄내기도 합니다.
창의력이 충만한 시기이지요.
물론 이 시기에
연애에 필이 꽂혀서, 매일처럼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고,
사업에 필이 꽂혀서, 엉뚱한 투자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별 일 아닌 일로 지나치게 화를 내서 인간관계가 완전히 끝장난 적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경조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 마음 자리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가 있던 시기에는,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왔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곳에 가 있던 시기에도,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이게 경조증 기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긍정적인 결과든, 부정적인 결과든
경조증은 단지 그것을 엄청나게 증폭시킬 뿐
긍정적일지 또는 부정적일지의 방향을 정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방향은 스스로의 마음 자리에 달려있는 것이지요.
요즈음 저는 끊임없이 저 자신을 경계합니다.
이게 내 욕심인지? 아니면 남 잘되게 하자는 건지?
내 욕심 차리지 않고, 남 잘 되게 하는데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남 잘 되게 하려고 애썼던 시기에는 항상 좋은 결과가 나왔고,
스스로가 자신에게 속아서, 개인적인 욕심을 부렸던 시기에는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저는 저 스스로에게 많이 속았습니다.
이제,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려 경계하고,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조심한다면,
저는 제 경조증을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온 제 경조증을 귀한 선물로 받아들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낳는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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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진짜수호천사 작성시간 16.02.23 월차수당은 커녕 년차수당도 하나도 못받아 갑니다! 그나마 년월차 다 까먹고 결근 안하는 것만도 다행 이니까요! 그러니 가족에게는 미운털이지요! 가장이 그러니 가정이 오죽 하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약으로 정상인 보다는 약간어눌한 평균치로 유지되도록 약으로 조절을 하는데 간혹 약을 이겨내고 조증이 올라가면 식구들을 피곤하게하고 나대니까 빨리 병원에 강제입원시켜 약으로 다스린뒤 2~3 개월후 퇴원을 시키면 온순한 양이되어 돌아오니 가족들은 편안하겠지요!!! 반대로 우울증일때 입원된적은 한번도 없어요! 가족들을 피곤하게 안하니까요! 교수님 깊은판단은 안되시겠지만 제가 입원수준인가요??? 실례되지만 참고하고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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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진짜수호천사 작성시간 16.02.23 하오니 어떤 과목을 강의 하셨나요??? 혹시 조울증과 연관이 있는 과목인가요??? 교수님의 조언 한마디가 저를 죽일수도있고 살릴수도 있을수 있으니까요??? 17년의 오해가 풀릴수도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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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진짜수호천사 작성시간 16.02.23 하오니!!! 아 미안합니다!!! 글이 또 날라갔네요!!! 아 힘드네요!!! 6번은 넘는 헌상을 당하니 약간은 짜증이 나네요! 300밖에 글용량이 안되나요!!! 교수님의 강의과목을 알고싶어서요! 딴뜻은없고 제병과 연관이 있는 과목인가 해서요!!! 참고 적으로 물어본 것입니다!!! 교수님이 보시기에 저를 바로 판단하시기는 어럽겠지만 제가 남들이보는것처럼 조울병이 심해보이나요??? 묻고싶습니다!~~~^^^!!! 어!!! 앞글이 살아났네용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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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2.23 댓글은 글자수 300자 제한이에요. 글을 길게 쓰고 싶으면 답글(새 게시글)로 올리셔야 해요. / 지금 글 올리시는 것만 보자면 입원하셔야 할 상태는 아닙니다. 그러나 얼굴도 보지 않고, 자세한 얘기도 들어보지 않고,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 제가 가르친 과목들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과목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상심리학(=정신병리학), 임상심리학, 심리검사, 진단평가, 심리치료(=심리상담), 성격심리, 정신재활(=정신사회재활) 등입니다. 이러한 과목들은 정신질환을 모두 포괄하지만, 저는 특히 조현-조울-우울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강의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조울증은 제 전공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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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진짜수호천사 작성시간 16.02.23 예!!! 항상 정성이담긴 답글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쓰다보니 장황하게 늘어져 300자가넘어버리네요! 앞으로는 요약해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글만보고 판단하신 그 일부판단만에서 엄청난 큰 기쁨을 맞이했습니다! 현재 저는 조증이 심하다고 입원하는대신 평상시 복용하던 약의 약3배 까지 올리고 매주마다 주치의가 병의 진행사항을 파악하는 요주의 인물 수준입니다! 시간과 기회가 되시면 카페지기촛불님을 뵈옵고 저의 심리상담을 받고싶습니다! 만나날을 학수고대 하겠습니다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