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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을 앓으면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는데>에 대한 촛불의 답변

작성자촛불|작성시간15.06.18|조회수1,062 목록 댓글 17

얼마전 (2015. 6. 8) 고양이로소이다께서 올려주신 질문입니다.

 

"30대 중반입니다.

암기가 잘 안되고

지시한 것도 금방 까먹네요.

 

약때문인 것일까요?

노화때문인 것일까요?

병때문 인 것일까요?

 

생각이 멈추고..

암기도 정말 어렵게 하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두렵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많은 당사자들이 궁금해 하는 중요한 질문이기에, 제 댓글을 게시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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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가 잘 안되고 지시한 것도 금방 까먹는 건... 인지능력 중에 심리학에서 "작업기억"이라고 부르는 게 잘 안된다는 건데요.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장기기억, 단기기억, 작업기억으로 구분하지요. 그 중에서 작업기억이란 방금 보거나 들은 걸 10초 정도 동안 기억 속에 유지하는 건데요, 이게 잘 되면 그 내용이 단기기억으로 넘어가고, 그 다음에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요. 그러니까 작업기억이 잘 되면 학습이 잘 되고, 잘 안 되면 학습이 잘 안 되지요. 그런데 이게 잘 안되는 이유는 약 때문이거나 노화 때문이거나 병 때문일 때도 있긴 하지만 조현병의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매우 미미하고, 그것으로 인한 영향은 매우 적어요.

 

그것보다는 오히려 정서가 큰 영향을 미쳐요. 즉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주의집중도 잘 안되고 작업기억도 잘 안되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경험"이예요. 작업기억은 근육과 비슷한 것이어서 쓰면 쓸 수록 늘고, 안쓰고 내버려 두면 줄지요. 그러니까 당사자들이 주의집중이 안된다, 기억이 잘 안 된다 하는 건 거의 다 주의집중이나 작업기억을 쓰지 않고 방치한 세월이 길어서 그런 거예요. 비유하자면 다리 아프다고 걷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까 다리의 근력이 빠져서 조금만 걸어도 휘청거리고 힘들어하는 거하고 비슷한 거예요. 그러니까 해결책은 뭔가 집중하고 노력할 일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는 거지요.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이 뇌 탓을 하거나, 병 탓을 하는 거예요. 뇌나 병의 문제가 아니에요. 활성기에 힘들어서 책도 안 보고 사람도 안 만나고 일도 안 하고 지냈는데, 활성기가 지나서 증상이 가라앉았는데요 여전히 책도 안 보고 사람도 안 만나고 일도 안하고 지내다 보니 주의집중 능력과 작업기억 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거예요. 해결책은 한 가지 뿐이에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 나누고 뭔가 재미있고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찾아서 매일처럼 꾸준히 하는 거지요. / 자신의 능력이 이전보다 못해졌다고 느낄 때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심정이 들지요. 하지만 뭔가 퇴화된 게 아니니까 새롭게 다시 시작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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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대해 본 카페 운영자인 불쏘시개가 댓글을 달았는데, 상당히 타당한 내용이어서, 이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런 가정을 해봅니다 분열성 분열형 이라고 칭하듯이 사고의 과정이나 그 순간적 다양성들이 일반사람의 사고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암기를 시작할 때 일반인은 백프로의 작업기억을 사용하려 애쓰다가 주의력이 떨어지면 그 퍼센트가 내려간다면 조현병 당사자들은 백프로에서 이미 분열되어 팔십프로의 최대집중을 가지고 이십프로는 여전히 다른사고를 하고있을수있다는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여러가지사고를 하다보니 암기시 또다른 사고가 방해하고 그 집중이 흐트러지는시간도 짧을 것이구요.

 

당사자분들과 공부 이야기를 하니 나는 암기릉 하면서도 다른생각들이 침투하고 오버랩되고 또한 머리 한쪽에서는 암기를해도 다른한쪽에서는 여전히 망상을 한다 등의 이야기들을 여러번 들은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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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의 댓글에 대한 제 댓댓글입니다.

 

불쏘시개가 요즈음 많은 경험을 하고 있네. 타당성이 매우 높은 얘기라고 생각 되는데... 당사자들의 수기를 보면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동시에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집중이 안 된다. 이런 얘기들이지.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에서 일반인들과 달리 당사자들은 분산적일 가능성, 이 점에 대해서 잘 검토해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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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렇습니다.

 

당사자들은 활성기에는 지각방식과 사고방식이 매우 분산적입니다. 활성기 증상이 가라앉고 잔류기, 회복기, 또는 안정기에도 당사자들은 일반인에 비해서 지각방식과 사고방식이 분산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그러하다면, 그것 때문에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일반인과 당사자의 차이점에 대한 최근의 제 주장과 일치합니다. 즉 최근에 저는 당사자들의 병이 과연 병인가? 라는 의문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당사자들은 잘못되거나 고장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특성를 갖고 태어났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즉 일반인들은 지각방식과 사고방식이 요점-중심적인데 비해서, 당사자들은 분산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못하다거나, 잘못되었다거나, 고장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들의 이러한 특성은 그들의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로써, 일반인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맥락 정보를 당사자들은 보다 쉽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과는 다른 당사자들의 이러한 특성이 사회환경과 가정환경 내에서 적절히 수용되고 존중되고 용인될 때, 그리고 그 다른 특성이 적절한 목표와 과업을 대상으로 발휘될 때, 저는 조현병적 특성이 오히려 강점으로 발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 다른 특성이 사회환경과 가정환경 내에서 문제거리로 여겨지고, 배척되고, 비난받게 될 때, 그리고 그 다른 특성이 엉뚱한 목표와 과업을 대상으로 발휘될 때, 저는 조현병적 특성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반인과는 다른 조현병적 특성은 주변환경과의 관계와 당사자 자신의 방향선택 여하에 따라서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정입니다. 저는 이 가정을 "촛불과 라움의 대화" 동영상에서 얘기했고, 서울심지회 특강(2015. 5. 16)에서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불쏘시개의 댓글 내용은 당사자의 지각방식과 사고방식이 "분산적" 특징을 가진다는 제 가정과 같은 맥락을 지닙니다. 즉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에서 당사자들은 "분산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은 암기(단기기억)와 기억(장기기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것은 학업수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보자면, 암기력과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당사자들의 호소를 상당 부분 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기력과 기억력의 저하에는 불안, 우울, 분노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의 영향과, 집중해야 할 과업의 결여 및 회피로 인한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즉 "분산적" 방식 때문에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에 어려움이 생기고, 어려우니까 회피하기 시작하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회피하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피에 따른 "경험부족" 때문에 주의집중 능력과 작업기억능력의 저하가 심화되고, 부정적 정서로 인해 그나마 남아있던 능력마저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 중에서도 발병 이후 지속적으로 공부하여 뛰어난 외국어 실력이나 컴퓨터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과제에 집중하는 "반복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시사해 줍니다.

 

당사자들은 "주의집중"이나 "작업기억"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리함은 과제에 집중하는 반복경험을 통해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리적 안정을 통해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아들러(Adler)라는 심리학자는 "열등감의 극복"이야 말로 성장과 성취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병 때문이라거나, 약 때문이라거나, 노화 때문이라고 탓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자기위로를 하고 합리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아무런 학술적 근거도 없이 "뇌가 퇴화되었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탄할 일입니다. 뇌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와 맹신을 이용하여 권위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려는 위장술일 뿐입니다. 이러한 말에 낙담하거나 현혹되면 안 됩니다.

 

상당수 당사자들이 저하된 주의집중력과 작업기억능력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낙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희망을 갖고 용기를 내어서,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면해야 합니다. 무엇을 대면해야 하는가? "인간관계"와 "일"입니다. 

 

자신의 특성을 잘 감안하고 발휘하여 생산적인 삶을 사십시오. 즉, 자신에게, 타인에게,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여하는 삶을 사십시오.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삶을 사십시오.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병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결심, 그리고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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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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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마루 | 작성시간 16.02.15 감사합니다.
    당사자가 아니라 일반인도 저렇게 꾸준히 노력하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생에서 어려운 부분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대면한다는 것은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2.15 예... 감사합니다.
  • 작성자분열정동12뇬 | 작성시간 16.02.20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건 주로 뭘 말하는거죠????
  • 답댓글 작성자촛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2.20 인지기능이란 주의력, 주의집중력, 개념형성능력, 이해력, 기억력, 판단력, 의사결정능력 등입니다.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에서 입력부터 출력까지의 각 단계별 능력을 모두 합하여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러한 기능들 중 상당수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때 인지기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특정한 한 두 가지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때는 구체적으로 지칭합니다. 예로써 "주의집중력이 떨어진다.", "기억력이 떨어진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분열정동12뇬 | 작성시간 16.02.20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저는 기억력이 떨어지네요. 판단력도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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