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6월 3일은 휴일이었다. 사전투표를 미리 한 나는 또 길을 잡아 나섰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당을 16키로를 넘게 걸어서 찾았다. 직접 가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 사진은 최소한만 올린다.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실제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니 한 번쯤 가보셨으면 좋겠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한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잘 가꾸어진 어느 대학교 캠퍼스 진입로 같다. 박해기 이후 충청도에서 설립된 최초의 본당이다.
1890년 예산 간양골에서 시작되어, 1895년 이곳 공세리로 옮기면서 공세리 본당이 되었다. 당시 우리 재정상태를 생각하면, 이런 고급지고, 큰 성당은 거의 사제를 파견한 프랑스 자금으로 지어졌다는 생각을 해 본다.
드비즈 신부께서 옛 공세창(곡식을 세금으로 받아 보관하던 곳) 자리에다 1922년 현 성당을 지었다. 이곳 '공세리성지성당'은 박해 시절 숨어 있었던 천주교회를 공공연하게 드러냄으로써 긴 박해의 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소중한 우리들의 성전이다. 보시다시피 고색창연하다.
중세풍의 전근대식 제대 냄새를 풍긴다. 마침 이 날 반가운 대구 봉덕동성당 신자들의 성지 방문이 있었는데, 그 분들을 위한 별도 미사전 한가할 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명찰을 차고 있는 이 분들이 봉덕동 신자들이다. 억양부터 반갑다. 요즘은 대구 사투리도 듣기 힘들다. 억양만 남아 있지, 그 어휘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언지예, 맞지예,' 이런 말들을 성당에서도 듣기 힘들다. 우리 대구 말을 좀 씁시다!
성모님께 인사를 하기 보다, 사진 촬영이 더 급한 이 분들께서 제가 폰을 들이대니 피하는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이 분들 다 비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일. 나는 요즘 풍광 사진외에는 내 모습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달아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기억한다. ^^;
성 가정의 모범이 된 요셉 성인과 성모님 또 그 아들 예수님.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아침마다 출근 길 독송하는 삼종기도 첫 구절이 생각난다.
소중한 사진이라 또 몰라서 한 컷 더 찍은게다. 이 곳은 사계절 마다 그 분위기가 다를듯 하다. 성당 홍보 사진에 나오는 눈 덮인 모습. 신록의 계절에 만나는 성모님. 바삭거리는 가을 낙엽을 밟으며 느끼는 하느님. 모두가 다르겠지만, 이 여름에 만난 지금 모습도 좋다. 여름은 만물이 생동하여 물산이 흥하니, 예전엔 우리 서민들은 먹거리들이 많아서 나는 여름을 더 좋아한다. 또 하느님께서 더위도 잘견디는 체질을 주셔서, 이런 땡볕을 받으면서도 장거리를 걸어서 하느님을 뵈러 간다. 그렇다고 무슨 복을 바라는건 아니고, 다만 내 건강이 더 좋아지면 그만이다. 지금 살아있는 자체가 하느님의 큰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