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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옥 시인

나이테

작성자채하김명옥|작성시간26.06.20|조회수7 목록 댓글 0

나이테

                김명옥 

 

밑동부리를 만났다

삶을 마감한 한 생명이 남긴

모든 순간을 간직한 주름

 

굽이치다가 조용하다가 막혔다가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다시 만나 하나가 되는 지점마다 빼곡한 자글자글한 주름도 협곡같은 깊고 높은 주름도 막아선 옹이 앞을 몇굽이로 돌아간 소용돌이까지 빠짐없이 기록한 대서사시다

 

계절이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고 기억이 지나가고 지나가고

 

이름 모를 버섯이 다음 생을 준비하는 밑동부리에 앉아 잠시 고단한 하루를 내려놓고 뒤돌아보는 산길 총천연색인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텅빈 무채색

 

미간 입가 눈꼬리 주름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말했다

목 손 발 온몸 구석구석 새겨진 주름이 어떻게 세월을 건넜는가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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