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일 - 마지막 날
11/20(일)
04:30 법문
소멸의 지혜(방가 냐나)
자신이 어느 단계의 지혜에 이르렀는가를 가늠할 수 있도록 소멸의 지혜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사띠를 지속적으로 잘 하다 보면 머리에 담요를 뒤집어씌운 것처럼 갑자기 눈앞이 까맣게 되기도 한다. 어두운 바다 가운데 혼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도 한다. 과거에는 사띠가 분명했는데, 이제는 사띠가 듬성듬성하다고 느껴진다.
손이나 발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사띠하고 있지만 사띠하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 지겨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띠하면서도 무료하고 지루하여 사띠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눈으로 볼 때도 뭉텅뭉텅하면서 조용하지도 않아 좋지 않게 생각된다. 물체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경행도 어지럽고, 귀에서 소리도 들리고, 대상들이 고요하지 않고, 어른거리며 파괴되는 것 같다.
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들리지 않고 끊어져서 들린다. 배가 고파도 점점 끊어져서 보인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과거에 자신이 가졌던 나쁜 의도가 생각이 나서 상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은 지혜의 성품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일 뿐이라고 알아야 한다. ‘왜 그런가? 이것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나?’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단지 지혜의 성품일 뿐이다. 단지 일어나는 것일 뿐이니 사띠하기만 하면 된다.
눈물을 흘리고 싶고 울고 싶어도 단지 사띠하기만 하라. 사띠하지 않으면 때로는 고함지르고 싶기도 하고 통곡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꼭 알아야 할 것은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띠하기만 하라는 것이다.
왜 일어났는가 하고 궁리하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지금 두려움이 일어나도 그냥 사띠하기만 하라. 현상들의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다. 나중에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할 필요 없다.
수행자의 의무는 단 한 가지, 나타나는 현상을 나타나는 대로 사띠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참고하여 내가 소멸의 지혜의 단계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면 된다. 아직 도달하지 않았으면, 도달하도록 수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