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트야 나라얀 고엔카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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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2005.04.26. 17:00
위파사나 새 전통 세운 재가지도자
만일 우리가 20대에 경제적으로 성공을 하였다고 하자. 충분한 재산을 모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사업을 하거나 직업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다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모아놓은 재산으로 남부럽지 않은 집을 사고, 좋은 차에 호사스런 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이다. 수십억,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재벌들이 사는 모습이 그것을 대변하고 우리도 그렇게 되기 위해 로또를 사며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지는 않는가.
<사진설명>고엔카의 지도방법은 현재 세계 50개국에서 수많은 보조 스승들의 지도로 10일 집중코스 등이 진행되고 있다.
무료지도-자발적 보시로 운영
우리와 함께 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위와 같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아온 분의 이야기를 해보자. 올해 81세의 사트야 나라얀 고엔카(Satya Narayan Goenka, 1924~ 2013)구루지의 이야기이다. 이미 수백 명에 이르는 한국의 수행자들이 고엔카 방식의 위파사나 수행경험이 있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고엔카지(ji는 선생님이라는 존칭)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해본다.
고엔카지는 19세기 인도와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하에 놓여있었을 때, 인도에서 미얀마로 온 보수적인 힌두교 인도가정의 일원으로, 1924년에 북부 미얀마의 중심도시인 만달레이에서 태어났다. 힌두교의 성전인 바가바드 기타와 우파니샤드, 그리고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등의 서사시를 공부하면서 정신적인 세계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성장했다.
고엔카지는 20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하였지만 바로 그 성공에 의해 얻은 부와 권력과 명성을 끊임없이 유지해야 하는 과정에서 심한 편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강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편두통이었다. 그 어떤 의료적인 조치에 의해서도 이 편두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다가 31세가 되던 1955년에 위파사나 수행을 지도하는 재가 스승인 우 바 킨(Sayagyi U Ba Khin, 1899~1971, 우 바 킨에 대해서는 법보신문 750호 2004년 4월7일자 참조)을 만나서 첫 번 째 10일간의 집중수행을 한다.
이후 우 바 킨이 지도하는 위파사나 수행을 통해서 물질적으로 얻을 수 없는 고귀한 법의 보배를 얻게 되었으며, 정신적인 행복을 경험하면서 14년 동안 스승의 지도 아래에서 수행은 물론 교리 공부를 하였다. 그 가운데 10년은 미얀마어로 가르치는 스승의 가르침을 인도인들을 위해 힌디어로 통역하는 일을 하였다. 고엔카지의 스승인 사야지 우 바 킨은 붓다의 법의 고향인 인도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고, 오래 전부터 불교 수행전통이 사라진 인도에 다시 수행의 씨를 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고, 고엔카지가 45세가 되며, 자기의 지도하에 수행을 시작한 지 14년이 되던 1969년에 인도에 가서 수행법을 인도인을 위해 펼칠 것을 권했다. 이 권유를 받아들인 고엔카지는 미얀마를 떠나 봄베이로 와서 위파사나 수행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스승인 우 바 킨에게서 배우고 체험한 위파사나를 순수한 법보시의 정신으로 인도인에게 지도하기 시작했다. 순수한 법보시 정신이란 법을 지도하면서 일체의 비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단 수행을 경험한 후에 자발적인 기부인 수행자의 보시는 받았으며, 이 보시금은 다음 수행을 참가하는 수행자들을 위한 준비기금으로 사용되었으며, 이 원칙은 지금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순수한 법보시에 의해 법의 맛을 본 수행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보시를 하게 되었고, 이러한 순수한 보시정신은 고엔카 수행법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하시-크리슈나무르티도 인정
고엔카지가 지도하는 위파사나는 힌두교가 주류를 이루면서도 다종교 사회인 인도에서 초종교, 초교파적인 이념 하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인도에서 수행을 지도하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는 1970년 초반에 고엔카지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났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영적인 스승인 구루나 수행기법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구루에 의존하며, 구루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통해야 궁극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진리는 오직 개인적으로 얻어지는 것임을 크리슈나무르티는 강하게 지적한 스승이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고엔카지가 지도하는 수행법을 듣고는 이 수행법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순간 순간 진리를 관찰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올바른 수행이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또한 미얀마에서 마하시 사야도(1904~1982)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미 자신은 우 바 킨의 지도하에 충분한 수행의 결과가 있었던 고엔카지는 마하시 스님이 혹시 수행법을 바꾸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찾아갔다. 마하시 스님은 고엔카지의 수행과정을 듣고 나서, 계속해서 그 방법으로 수행을 하라고 권유했다고 하며, 고엔카지는 그 말을 듣고 마하시 스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 바 킨의 지도하에 익힌 고엔카지의 수행이 올바른 법에 근거하고 있음을 마하시 스님은 인정하였던 것이다.
대만-미국 등 전세계로 확산
1971년 우 바 킨 기념회(U Ba Khin Memorial Trust)를 결성했고, 1976년 봄베이에서 140km 떨어진 이가트푸리에 담마기리(Dhammagiri) 위파사나 수행처와 위파사나 국제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고엔카지의 위파사나는 인도 전역으로, 그리고 전세계로 펼쳐지게 된다. 현재 인도와 세계 각 곳의 50개가 넘는 상설 수행처와 수많은 임시 수행처에서 고엔카지 지도방식에 의해 보조 스승들의 인도하에 10일 집중수행코스 등이 진행되고 있다.
1975년 이후, 인도, 대만, 태국, 네팔, 미국, 뉴질랜드, 영국에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위파사나를 지도해오고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수행지도, 미얀마 6차 결집판 팔리삼장 및 주석문헌의 출판 및 전산화를 해오고 있다.
이처럼 20세기 초반에 미얀마에서 부활된 위파사나 수행전통의 한 흐름이 고엔카지를 통해서 인도로 전해져서 다시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마하시 위파사나 수행법과 함께 현대를 대표하는 위파사나 수행법의 양대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김재성〈경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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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트야 나라얀 고엔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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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2005.05.11. 13:00
철저한 持戒 위에 지혜-자비 함양
산을 오르는 데는 여러 길이 있다. 길마다 특색이 있고, 오르는 사람도 각자의 일정과 등산 경험, 육체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떤 길을 따라 오르던지 정상이라는 목적을 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각기 다른 길을 가지만, 행복을 이루고자하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하더라도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설명>사트야 나라얀 고엔카 부부(사진 왼쪽에서 첫번째와 두버째)가 도반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불교의 수행은 바로 행복을 추구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행복은 물질적인 행복이 아니라, 정신적인 행복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재물의 상속자가 되지 말고, 법(Dhamma)의 상속자가 되라고 가르치셨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부처님에 의해 잘 설명된 가르침(敎法)을 통해서 열심히 수행(行法)을 하여 최상의 행복인 괴로움의 소멸 즉 열반(證法)을 이루어 왔다. 이 세 가지 법 즉 가르침, 수행, 깨달음이 바른 법(正法)의 내용이다.
사마타-위파사나 병행 지도
고엔카지가 그의 스승 사야지 우 바 킨에게서 배운 것도 바로 이러한 세 가지 법이고, 바로 그 법을 1969년 이후 36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펼쳐오고 있다. 세 가지 법 가운데 특히 실천적인 수행법에 중점을 두고, 각자의 수행을 통해서 행복을 일구어 내는 길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고엔카지의 위파사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수행이란 독특한 길을 따라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수행법이 있어도 실제 수행에 들어선 이는 한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시작한다. 고엔카지가 가르치는 수행은 철저한 계를 바탕으로 하여, 수식관이라는 마음집중 수행(samatha, 止)과 감각을 관찰하는 수행(위파사나, 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애 수행(慈觀)으로 진행된다. 계정혜(戒定慧)의 세 가지 실천법을 균형 있게 밟아나가며, 지혜와 함께 자비의 마음을 길러주는 체계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엔카지의 수행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일중스님이 정리한 「고엔카 수행법과 대념처경」(www.cafe.daum.net/vipassana 자료실)을 참고하기 바라며, 몇 가지 점만을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10일 코스를 처음 참가하는 초보자는 5계(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술을 삼가는 것)를 경험자는 8계(5계에 오후의 식사, 겉치장, 사치스런 침구사용을 삼가는 것이 추가)를 지키면서 마음을 안정시킨다. 가장 엄격하게 금지되는 것은 성적인 접촉으로,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언어적인 접촉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5계와 8계는 전 수행 일정을 통해 지켜진다. 특히 강조되는 것은 꼭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 말을 삼가는 것이다. 이것을 고귀한 침묵의 실천이라고 한다. 음식은 채식으로만 준비되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수행자들은 10일간의 수행 전 과정을 참석해야만 한다. 10일이라는 날짜는 수행의 효과를 경험하는데 필요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파사나 수행은 처음 3∼4일 동안 졸음과 헤매는 생각(이 두 가지 파도가 우리의 일상적인 마음의 대표적인 흐름이다.)에 시달리다가, 4∼5일 째부터 점차 안정되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5일 째부터 본격적으로 수행으로 접어들게 된다. 따라서 10일 집중수행에서는 후반부 3∼4일 정도가 본격적인 수행이 진행되는 기간이며, 이 기간 동안에 수행의 맛인 기쁨과 행복과 마음의 고요를 어느 정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10일간의 코스는 수행의 기본적인 효과를 경험하기 위해 제시된 적당한 기간임을 알 수 있다.
10일 간의 코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수행자들은 대부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수행을 이어나가다가 다음 집중수행에 참석하게 된다. 물론 이 때의 좋은 경험은 물질적인 보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자신이 수행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보시를 한 이들은 앞서 수행한 수행자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보시에 의해 이러한 좋은 경험을 다음 수행자들이 할 수 있게 된다는 마음으로 진정한 보시를 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진정한 재물의 보시와 법의 보시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각으로 無常 이해토록 시켜
이전의 수행자들의 재보시로 의식주와 약을 제공받으며, 고엔카지의 가르침을 법보시로 받아 정신적인 향상을 이루어 마음의 행복을 경험한 수행자들은 자발적으로 다음 수행자들을 위한 재보시를 자신의 역량만큼 하게 된다. 10박 11일의 위파사나 코스를 돈을 받으면 적으면 15만원에서 30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이처럼 참가비를 정해놓고 미리 선금을 지불하고 하는 수행과 수행 후에 자발적으로 보시를 하게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필자도 경험하였지만, 미얀마의 수행처에서는 거의 대부분 수행비를 받지 않고, 자발적인 보시는 환영한다. 며칠에서 몇 달 동안의 집중수행을 하는데 수행 참가비가 없으니 부담 없이 수행처를 찾아가 수행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행을 마치면서는 또는 수행도중에 많은 수행자들은 자발적으로 일정의 보시를 하게 된다. 법보시에 대한 자발적인 재물 보시야 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잘 맞는 보시의 형태라고 할 수 있고 고엔카지의 수행처가 전세계에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 기본적인 정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행은 기본적으로 호흡에 대한 관찰(隨息觀)을 시발점으로 한다. 10일 집중수행에서 처음 3일 동안은 집중적으로 호흡을 관찰한다. 주로 코끝이나 인중 부근의 들숨과 날숨이 접촉하는 부위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집중의 힘을 기르며 마음의 안정을 이룬다. 그리고 4일 째부터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특정한 부위에서 부터 관찰하기 시작하여 온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수행으로 전개시켜나간다. 특히 육체의 감각을 중시한다. 그리고 수행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 감각이나 현상에 대해서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평정심(upekkha, 捨)을 유지하라고 한다. 평정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각을 관찰하면서 그 감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음(無常)을 관찰해 가는 것이다. 관찰 대상인 감각을 통해 무상을 직접 이해하는 것이 고엔카지 위파사나이며, 자신의 이익(自利)을 얻는 방법이다. 이러한 위파사나 수행은 최상의 행복인 열반이라는 산 정상에 이르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수행을 통해 경험한 자신의 행복을 고엔카지는 자애(metta, 慈)를 위시한 연민(悲), 더불어 기뻐함(喜) 그리고 평정심 또는 평온(捨)이라는 네 가지 고귀한 마음(四無量心)으로 통해 남과 함께 나누라고 가르치면서 지혜와 자비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재성〈경전연구소 소장〉
metta4u@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