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의와 그 공덕
https://cafe.naver.com/koreamahasi/2180
일창스님, 불방일, 『부처님을 만나다』, pp.371~378
삼귀의
부처님께서 까삘라 성에 있는 니그로다 정사Nigrodhārāma에서 열다섯 번째 안거를 보내실 때626) 사끼야 족 왕자 마하나마Mahānāma가 부처님께 재가자의 자질에 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627)
부처님께서는 재가신도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은 계를 지키고 믿음을 지니고 보시를 하며 통찰지를 구족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재가신도가 되려면 가장 먼저 삼귀의三歸依를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삼귀의는 불교 가르침의 기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 의미나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삼귀의의 ‘삼’은 삼보三寶, 즉 부처님·가르침·승가의 세 가지 보배를 말합니다. 보배는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즐겁고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얻기 힘들기 때문에’ 보배라고 합니다.628)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는 승가는 진실로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진실로 존재들을 행복하게 하고 비교할 수 없는 공덕을 갖추었기 때문에, 진실로 얻기 힘들기 때문에 ‘진정한 보배’라고 하는 것입니다.
‘귀의saraṇagamana’는 ‘의지처saraṇa’와 ‘믿고 여겨 가까이하고 의지한다gamana’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즉 부처님·가르침·승가의 세 가지 거룩한 보배를 진실된 의지처라고 믿고 여겨서 가까이하고 의지하는 것이 바로 귀의입니다.
삼보에 귀의한다는 의미는 다음의 비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에 아주 능숙한 의사가 있다고 합시다. 그에게는 필요한 약이 많이 있고 기술을 전수받은 훌륭한 제자도 있습니다. 의사와 약과 제자, 그 세 가지는 환자들에게 훌륭한 의지처가 됩니다.
환자들이 의사를 의지한다는 것은 그 의사가 신통을 써서 병을 낫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의사가 병에 관해서도 잘 알고 약에 관해서도 잘 알기 때문에 그가 처방해 준대로 약을 먹으면 병이 확실히 나을 것이라고 믿어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약을 의지한다는 것은 단지 그 처방전을 읽기만 해도 병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처방전대로 약을 잘 복용하면 병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어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를 의지한다는 것은 그 제자들도 스승의 방법을 바르게 잘 알고 잘 전수 받았으므로 능숙하게 스승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어 의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비유에서 환자는 번뇌나 여러 악행이라는 불선업으로 가득찬 사람들과 같습니다. 의사를 의지하는 것은 부처님을 의지한다는 것과 같고, 약을 의지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지하는 것과 같고, 의사의 제자를 의지하는 것은 승가를 의지하는 것과 같습니다.629)
이렇게 부처님·가르침·승가라는 세 가지 진실된 보배, 즉 삼보에 귀의하는 것이 재가신도로서의 첫걸음입니다.
삼귀의를 하는 방법은 부처님 앞이나 스님 앞에서, 혹은 적당한 곳에 앉거나 혹은 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서서라도 합장을 하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린 후 다음의 구절을 소리 내어 독송하면 됩니다.
부처님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가르침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승가를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두 번째도
부처님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가르침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승가를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세 번째도
부처님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가르침을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
승가를 진정한 의지처라고 믿고 여기며 가까이하고
의지하겠습니다630)
Buddhaṁ saraṇaṁ gacchāmi
붓당° 사라낭 갓차-미
Dhammaṁ saraṇaṁ gacchāmi
담°망 사라낭 갓차-미
Saṅghaṁ saraṇaṁ gacchāmi
상강° 사라낭 갓차-미
Dutiyampi 두띠얌삐
Buddhaṁ saraṇaṁ gacchāmi
붓당° 사라낭 갓차-미
Dhammaṁ saraṇaṁ gacchāmi
담°망 사라낭 갓차-미
Saṅghaṁ saraṇaṁ gacchāmi
상강° 사라낭 갓차-미
Tatiyampi 따띠얌삐
Buddhaṁ saraṇaṁ gacchāmi
붓당° 사라낭 갓차-미
Dhammaṁsaraṇaṁ gacchāmi
담°망 사라낭 갓차-미
Saṅghaṁ saraṇaṁ gacchāmi
상강° 사라낭 갓차-미631)
하지만 삼귀의를 독송할 때 단지 입으로 독송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됩니다. 부처님·가르침·승가의 공덕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진실로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독송할 때는 ‘아홉 가지 공덕을 갖추신 거룩한 부처님’632)을 떠올려야 합니다. 가르침에 귀의한다고 독송할 때는 네 가지 도, 네 가지 과, 열반이라고 하는 아홉 가지 출세간법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팔만 사천 법문, 교학의 가르침을 떠올려야 합니다. 승가에 귀의한다고 독송할 때는 도의 위치에 있는 네 분, 과의 위치에 있는 네 분이라고 하는 성스러운 승가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실천하고 있는 일반 승가를 떠올려야 합니다.
삼귀의를 수지하지 못할 장소는 없습니다. 탑이나 불상이나 스님 앞에서, 혹은 스스로 위와 같이 수지하면 됩니다. 더욱 확고하게 귀의하려면 매일 여법하게 삼귀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이상 삼보에 귀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다른 종교로 바꾸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삼보에 귀의하고 있는 것이 됩니다.
삼귀의의 공덕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이 세상에서 부처님·가르침·승가라고 하는 세 가지 보배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고, 제일 거룩하고, 제일 가치 있는 보배입니다. 그러한 세 가지 보배에 대해 그것을 진정한 의지처라 믿고 여기고 가까이 하는 삼귀의는 매우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제일 거룩한 보배에 귀의하기 때문에 제일 거룩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삼귀의를 하면 선처에 태어나고, 재산을 구족하고, 사악처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에 태어날 때에 수명·용모·행복·대중·권위의 다섯 가지와 형상·냄새·소리·맛·감촉의 다섯 가지 대상 등 열 가지 측면에서 다른 천신들보다 더욱 뛰어나게 됩니다.
또한 태어나는 곳마다 칭송 받고, 지혜가 예리하고, 사람들이 잘 따르고, 특별한 부귀를 누리고, 황금과도 같은 용모를 구족하고, 다른 이들이 소중히 여기고, 다른 동료들이 좋아하고, 명성이 자자하게 되는 여덟 가지 공덕도 얻을 수 있습니다.633)
삼귀의의 공덕을 잘 말해 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8대겁 전 아노마닷시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을 때 눈이 먼 부모를 봉양하며 사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 젊은이는 ‘나는 눈이 먼 부모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출가를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만나기 힘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내가 의지할 만한 선업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아노마닷시 부처님의 상수제자였던 니사바Nisabha 존자에게 가서 삼귀의를 수지하고 10만 년 동안 잘 지켰습니다.
그렇게 눈먼 부모를 봉양하면서 삼귀의를 잘 수지한 과보로 그는 다음 생에 도리천에서 많은 천신들을 거느린 제석천왕이 되었습니다. 그 후 제석천왕으로 80번, 사대주를 다스리는 전륜성왕으로 75번 태어났고, 한 나라의 왕으로 태어난 것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합니다. 91대겁 동안 사악처에는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고 계속 사람이나 천신으로만 태어나서 행복을 누렸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등의 여러 가지 이익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생에서 고따마 부처님 당시에 재산이 많은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일곱 살 때 스님들이 머무는 정사에 갔다가 그곳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삼귀의를 수지하겠습니다”라고 청했습니다. 아라한인 스님 한 분이 삼귀의를 주자 어린 아이는 삼귀의를 수지함과 동시에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삼귀의를 무너뜨리지 않고 수지했던 공덕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아라한이 된 것입니다. 그는 ‘사라나가마니야[Saraṇagamaniya 귀의하는] 존자’라는 이름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634) 부처님 가르침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삼귀의를 수지하는 공덕이 이렇게 큽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진실로 만나기 힘듭니다. 그렇게 만나기 힘들고 얻기 힘든 가르침을 만났을 때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만나는 좋은 기회를 얻어 삼보에 귀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실천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선업 바라밀이 참으로 큰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선업 바라밀에 확신을 갖고 삼귀의를 수지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여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626) 참고로 《Mahābuddhawin》에서는 이때 숩빠붓다Suppabuddha의 죽음을 소개하고 있다. 《법구경 이야기》 제2권, pp.359~361; 《대불전경》 VII, pp.189~191 참조.
627) 《상윳따 니까야》 제6권, 〈마하나마 경〉, pp.337~338 참조.
628) 《Saṁyutta Nikāya Aṭṭhakathā》 제1권, p.92 참조.
629) Ledi Sayadaw, 《Ledi Dīpanī Paunchouk pathamatwek (레디 해설서 총전집)》 제1권, 〈Maggaṅga Dīpanī (도 요소 해설서)〉, pp.188~189.
630) 혹은 ‘부처님께 귀의하겠습니다. 가르침에 귀의하겠습니다. 승가에 귀의하겠습니다’라고 해도 된다. 하지만 ‘귀의한다’는 것이 ‘진정한 의지처라 믿고 여기며 가까이 하고 의지하겠습니다’의 의미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631) 빠알리어를 바르게 독송해야 공덕이 더 크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음표시를 정확하게 표현하려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 표시가 붙은 곳은 길게 발음한다. ‘ ° ’표시가 붙은 곳은 성대를 막고 강하게 발음한다.
632) 이는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 세존의 열 가지 공덕을 말한다. 여기서는 무상사와 조어장부를 묶어 아홉 가지로 말한 것이다. 이 책의 p.62를 참조하라.
633) 《Buddhabhatha leswekyan》 제1권. pp.91~92 참조. ‘여러 경전에서 설했다’라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인 경전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634) 《Apadāna》 제1권, p.82; 《Apadāna Aṭṭakathā (비유경 주석서)》 제2권, p.39 참조.
[출처] [2021년 6월 17일 목요수행 게송 관련] 삼귀의와 그 공덕 (한국마하시선원) | 작성자 한국마하시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