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다 존자와 경전 결집
칠엽수가 있는 웨바라 산의 산중턱에 경전 합송 장소 마련
비구들은 보시자인 아자따삿뚜(Ajātasattu) 왕의 궁전으로 가서 왕에게 18개의 사원을 수리할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은 일꾼을 제공했고 작업은 한 달 내에 끝났다. 그러자 비구들이 왕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사원의 수리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경장과 율장을 함께 암송하는 결집을 시작하겠습니다.”
왕이 말했다.
“존자들이시여, 그렇게 하십시오. 존자님들의 법의 권위와 나의 왕으로서의 권위가 함께 과업을 수행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한 것을 말씀해 주시면 돕겠습니다.”
비구들이 말했다.
“과업을 수행할 회의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왕이 그들에게 어디가 좋겠냐고 묻자, 그들은 커다란 칠엽수(七葉樹)가* 있는 웨바라(Vebhāra) 산의 산중턱을 선택했다.
*주: 칠엽수(七葉樹): Sattapaṇṇi (Alstonia scholaris).
역주: ‘Blackboard tree’ 혹은 ‘Indian devil tree’ 라고 함.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lstonia_scholaris)
아자따삿뚜 왕이 보시한 거대한 임시 건물
아자따삿뚜 왕은 결집을 위해, 건축을 담당하는 위수깜마(Visukamma) 천인이 만든 것 같이 멋지고 거대한 임시 건물(pavilion)을 짓게 했다. 결집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계단과 접근로가 있는 칸막이를 설치했으며, 모든 벽과 기둥과 난간에는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칠을 했다. 임시 건물의 전체 모습은 궁전보다 나은 것 같았고, 그 화려함은 천인의 저택을 비웃는 듯했다. 천인이건 인간이건 보는 사람의 눈을 매혹시키는 웅장한 저택 같고, 모든 종류의 새의 눈을 매혹시키는 쾌적한 강의 기슭 같았다. 그것은 모든 즐거운 것들은 합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회의실에는 보석으로 장식된 닫집이 있고, 여러 가지 크기와 모양과 색깔의 꽃다발이 늘어져 있었다. 마루에는 보석이 박혀 있는 것이 거대한 루비로 만든 플랫폼 같았다. 그 위에는 커다란 여러 가지 색깔의 꽃줄로 장식된 것이, 마치 범천의 저택에나 있을 법한 신비스런 카펫 같았다. 500명의 비구 암송자용 500개의 좌석은 대단히 귀중하지만 비구가 사용하기에 알맞은 재질로 만들어졌다. 질문하는 장로 비구용 법좌는 남쪽 벽을 등지고 북쪽을 향해서 자리 잡았다. 가운데에는 통상 부처님께서 법문하시던 자리처럼, 동쪽을 향해서 질문에 대답하는 장로 비구용 법좌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 위에는 상아로 만든 의전용 둥근 부채가 놓여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된 다음에 왕은 승가에게 모든 것이 준비됐음을 알렸다.
그것은 사와나(Savana, 7월-8월) 19일이었다. 그날 일부 비구들은 “비구들 중에 한 명은 아직 번뇌가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는데, 이는 아난다 존자를 암시하는 것이 명백했다. 이 비웃는 소문이 아난다의 귀에 들어왔을 때, 번뇌의 악취를 풍기고 다니는 것은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 소문으로부터 두려움을 느꼈다. 어떤 비구들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난다 도반이여, 결집은 내일 시작되네. 그대는 아직도 도의 보다 높은 경지를 얻어야만 되네. 그대가 유학인 채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네. 우리는 그대가 시간 내에 아라한의 지위를 얻기 위해 사띠하면서(알아차리면서) 분투하기 바라네.”
아난다 존자의 아라한과 성취
그러자 아난다 존자는 이렇게 결심했다. “내일 결집이 시작된다. 내가 수다원인 채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는 밤새도록 몸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했다. 이른 새벽에 이제 좀 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사원으로 들어가서 사띠하면서 간이침대에 몸을 기댔다. 두 발은 바닥에서 떨어졌지만 머리는 아직 베개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가고(行) 서고(住) 앉고(坐) 누운(臥) 자세가 아닌 자세에서, 그 짧은 순간에 그는 아라한의 지위 성취했다.
이를 상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존자는 사원 밖의 경행대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경행(걷기 명상)을 했다.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도과는 아직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반열반하시기 직전에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아난다야, 너는 공덕을 많이 쌓았으니 열심히 수행해라. 그러면 너는 곧 아라한위를 얻을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틀린 적이 없다는 것을 아는 그는, 자신의 수행을 검토해 봤다.나는 노력이 지나쳤기 때문에 마음이 산란해졌다. 노력과 집중의 균형을 취해야만 한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발을 씻고, 잠시 쉬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명상실로 들어갔다. 그는 사띠하면서 간이침대에 몸을 기댔다. 두 발을 바닥에서 들어 올리고 머리는 아직 베개에 닿기 전인 그 짧은 시간에, 그는 모든 정신적 불순물을 제거하고 아라한의 과를 얻었다.
그러므로 누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서 어느 비구가 네 가지 자세가 아닌 자세로 아라한위를 얻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난다 존자입니다.”가 된다.
마하가섭 존자의 칭찬을 받은 아난다 존자
때는 아난다 존자가 아라한위를 얻은 다음 날인 사와나(7월~8월) 20일이었다. 경전 결집을 위해 선임된 암송자들은 식사를 한 다음 발우 등의 필수품을 놓아두고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대형 임시 건물로 모여들었다. [인도의 전통에 의하면, 아살하(6월~7월) 보름날에서 사와나 보름날까지를 한 달로 계산한다. 그 한 달 동안 승가는 사원을 수리하고 보수한다. 사와나 16일에 승가는 아자따삿뚜 왕에게 임시 건물을 지어줄 것을 요구했다. 임시 건물을 짓는데 사흘 걸렸다. 19일에 아난다 존자가 아라한위를 얻었다. 20일에 결집이 시작되었다.] 그때 아난다 존자는 아라한으로 경전 결집에 참석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모인 다음에 임시 건물에 들어갔다. 그는 비구가 회의에 참가할 때나 마을에 들어갈 때처럼 상의를 입고, 지금 막 딴 야자수 열매처럼 싱싱하게, 혹은 하얀 벨벳 위에 놓은 루비처럼, 혹은 맑은 하늘의 보름달처럼, 혹은 아침 햇살에 비치는 가운데 피어나는 붉은 연꽃처럼 빛나는 얼굴로 집회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라한의 내적인 청정함으로 빛나는 것 같았는데, 그 광채는 아라한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여기서 “왜 아난다는 자신의 아라한위를 드러내면서 홀에 들어갔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아난다 존자는 “아라한은 자신이 아라한과를 얻었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할 수는 있으며, 이는 부처님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집 위원들이 자신이 유학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지식 때문에 경전 결집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아라한위를 얻었다는 것을 다른 비구들이 안다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나아가서 ‘물질과 정신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도록 알아차리는 수행을 하여라.’는 부처님의 유언이 가장 유익한 것임이 입증됐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난다 존자를 본 마하가섭 마하테라는 생각했다.아, 아라한을 성취한 아난다는 훌륭하구나. 세존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 틀림없이 아난다를 칭찬하셨을 것이다. 세존 대신에 내가 칭찬의 말을 해야 하겠다.
그는 “아난다여, 아라한과를 얻은 그대가 참으로 훌륭하구나!”라고 큰 소리로 축하의 말을 세 번 하였다.
경전의 결집
아난다 존자가 도착함에 따라 결집 위원으로 선임된 500명의 암송자들이 모두 모였다. 마하가섭 존자는 위원들에게 어디서부터 암송을 시작할지, 경전과 아비담마로 구성된 교리를 먼저 암송해야 하는지, 계율(律, 위나야, vinaya)을 먼저 암송해야 하는지를 물으니, 승가는 만장일치로 이렇게 제안했다.
“마하가섭 존자여, 계율은 불법(부처님 가르침)의 원동력입니다. 계율이 오래 지속되면 불법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계율을 먼저 암송합시다.”
그러자 마하가섭 존자가 물었다.
“어느 비구가 계율 암송을 리드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우빨리 존자가 리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난다는 할 수 없습니까?”
“아난다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계율을 마스터한 비구 제자 가운데 우빨리 존자가 제일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빨리 존자의 승낙을 받은 다음에, 그를 계율 암송을 리드하는 비구로 선임하고자 합니다.”
마하가섭 존자는 제일차 결집의 의장인 동시에 질문하는 책임도 맡았다. 우빨리 존자는 계율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책임을 맡았다. 두 존자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좌석에 앉아서 업무를 수행했다. 계율의 각 규칙은 주제, 배경 이야기, 부처님께서 그 규칙을 정하시게끔 한 사람, 최초의 규칙, (있는 경우에는) 그 수정 규칙, 그 규칙을 위반한 것이 되는 경우와 위반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경우가 질문으로 만들어졌고, 각 질문은 완벽하게 대답되었다. 그러면 결집 위원들은 그 사안을 부드럽게 연결하기 위하여, 그 주제에 대해 ‘한때’, ‘그리고는’, ‘그렇게 말했을 때’, 등의 문구를 삽입하여 함께 암송함으로써 기록으로 남겼다. 즉 “한때 세존께서는 웨란자(Verañja)에 머물고 계셨는데, 등” 과 같은 식으로 함께 암송을 했다. [승가가 특별 회의를 개최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암송하는 것을 경전 결집이라고 한다.]
첫 번째 바라이의 암송이 끝났을 때, 고귀한 역사적 사건을 칭송하는 듯이 대지는 해수면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격렬하게 흔들렸다.
남은 3가지 바라이도 같은 방법으로 암송되었으며, 나머지 227규칙도 하나의 질문에 대답이 이어지는 식으로 암송되었다. 이 전체 규정을 ‘마하위방가’이라고 하는데, 이는 그 이후로 사원에서 가르치는 데 계속 사용되는 정식 규정이다. 마하위방가의 암송이 끝나자 대지가 전처럼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다음에는 비구니 위방가 304가지 규칙이 앞서와 같이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암송되었다. 이 비구니 위방가와 마하위방가를 합쳐서 ‘64 바나와라로 구성된 우바또 위방가’라고 한다. 이는 그 이후로 사원에서 가르치는 데 계속해서 사용되는 정식 규정이다. 우바또 위방가의 암송이 끝난 다음에도 대지는 전처럼 격렬하게 흔들렸다.
출처: 오원탁 번역, 『부처님의 제자들2』, 경서원(010-3245-7121), 108-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