쭌다 테라가 사리불 존자의 유골을 사위성으로 운반
7일간의 장례식을 마친 후에 사람들은 향기로운 나무를 쌓았는데 그 높이가 99큐빗(cubit. 약46-56㎝)이었다. 마하테라의 유해를 향기로운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고, 향기로운 풀로 만든 불쏘시개로 불을 붙였다. 화장터에서 법문이 밤새도록 이어졌다. 새벽녘에 아누룻다 마하테라 존자가 장작더미의 불을 향기로운 물로 껐다. 사리불 마하테라의 동생 쭌다 테라는 유골을 물 걸러먹는 여과기에 넣으면서, “나는 이제 이 날라까 마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의 형이며 법의 장군인 사리불 마하테라가 반열반한 것을 존귀하신 분께 보고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유골이 든 물 여과기와 발우, 가사 등의 마하테라의 소지품을 가지고 사위성으로 갔다. 그는 여행의 각 단계에서 이틀이 아니라 단 하룻밤만 묵으면서 지체 없이 사위성에 도착했다.
쭌다 테라는 기원정사 근처의 호수에서 목욕하고 가사를 단정히 입고서 숙고했다.
“부처님들은 위대한 인물들이어서 돌로 만든 우산처럼 존경해야 한다.
그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마치
독 오른 독사 혹은 발정한 사자나 호랑이나 코끼리 근처에 가는 것과 같다.
보고하기 위해 바로 존귀하신 분에게 감히 바로 가지 않겠다.
누구를 먼저 만날까?”
이렇게 숙고하자 자신의 계사(戒師)가 생각났다.
“나의 계사이시고, 법의 관리자이신 아난다 마하테라 존자는
형님과 아주 가까운 도반이셨다.
그에게 가서 이야기하고 그를 모시고 가서
존귀하신 분께 말씀드려야 하겠다.”
그래서 그는 아난다 마하테라에게 가서 인사드리고 알맞은 장소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난다 마하테라에게 말했다.
“존자시여, 사리불 마하테라가 반열반에 들었습니다.
이것이 그의 발우이며, 이것이 가사이고,
그리고 이 물 여과기 안에 유골이 들어있습니다.”
그렇게 아난다 마하테라에게 이야기하면서 하나씩하나씩 물품을 제시했다.
(원주: 쭌다 테라가 부처님께 바로 가지 않고
아난다 테라에게 먼저 간 것은,
마치 부처님을 존경하듯
자신의 계사를 깊이 존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자 아난다 마하테라가 말했다.
“나의 도반 쭌다여,
존귀하신 분을 만날 명분이 생겼습니다.
쭌다여, 갑시다. 가서 존귀하신 분께 이 건을 말씀드립시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난다 마하테라는 쭌다 테라를 데리고
부처님께 가서 예를 표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께 말씀 드렸다.
“존귀하신 부처님,
행자 시절부터 제가 알고 있는 이 쭌다 테라가
사리불 존자의 반열반을 저에게 알려줬습니다.
이것이 마하테라의 발우이고,
이것이 가사이며, 이것이 유골이 들어 있는 물 여과기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난다 마하테라는 물 여과기를 부처님께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팔을 뻗어 물 여과기를 받아 손바닥 위에 놓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아들 비구들이여, 보름 전에 사리불은 수많은 기적을 보여줬으며 나에게 반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제는 마치 지금 막 깨끗이 닦은 소라껍질처럼 하얀 유골만 남았구나.
비구들이여, 사리불 비구는
1아승기와 10만 겁 동안 선업 공덕을 쌓아온 사람이다.
그는 내가 굴리기 시작한 법의 수레바퀴를 굴린 인물,
내가 가르친 법을 가르친 인물이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내 옆자리를 잘 지켰다.
사리불 비구는 제자 회의를 만들어서 잘 운영하였다.
(원주: 제자 회의는 그가 아라한이 된 날 조직되었다.)
나를 제외하고, 1만 세계를 통틀어 지혜로움에 있어 그와 견줄만한 이가 없었다.
사랑하는 비구들이여,
위대한 지혜의 소유자 사리불의 유골을 보아라.
방대한 지혜의 소유자,
활동적인 지혜, 빠른 지혜, 날카로운 지혜,
번뇌를 꿰뚫어보는 지혜의 소유자,
원하는 것이 거의 없는,
쉽게 만족하고, 장애로부터 자유롭고,
사람들과 다투지 않고,
활력이 넘쳤던 사리불의 유골을 보아라. 그
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훈계하였으며,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나쁜 행동과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무랐다! (원주: 그렇게 산문으로 이야기한 다음,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을 이어갔다.)
⑴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이 고귀한 사리불이란 이름의 비구는
어리석은 마음을 기쁘게 하는 감각적 쾌락을
단호하고도 완벽하게 버리고
위대한 신념으로 오백생 동안 고행자 생활을 했었다.
육근을 잘 제어했으며,
이제 갈망과 강렬한 욕망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반열반에 들어 괴로워하지 않게 된
이 고귀한 사리불이란 이름의 비구에게
자만을 버리고 머리 숙여 정중하게 절하여라.
⑵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이 고귀한 사리불이란 이름의 비구는
열정적이었으며 참을성도 많았다.
대지를 닮아 다른 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으며
변덕스런 마음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자애와 무한한 연민으로 많은 중생들을 돌봐주었다.
번뇌의 불길을 껐다.
이제 반열반에 들어 괴로워하지 않게 된 그에게
자만을 버리고 머리 숙여 정중하게 절하여라.
⑶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마치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낡아빠진 컵을 손에 들고
음식을 구하러 도시나 마을로 들어가는
가난한 거지의 아들이
자만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방랑하듯이,
이 고귀한 사리불이란 이름의 비구도
자만을 모르며 겸손함이 흘러넘치는 자세로 방랑했다.
이제 반열반에 들어 괴로워하지 않게 된 그에게
자만을 버리고 머리 숙여 정중하게 절하여라.
⑷ 오, 나의 사랑하는 아들 비구들이여!
마치 뿔이 부러진 황소가
다른 중생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며
도시와 마을과 숲 속을 방랑하듯이
이 고귀한 사리불이란 이름의 비구도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방랑했으며
눕거나 앉거나 서거나 걷거나 어떤 자세에서도
조화롭게 살았다.
이제 반열반에 들어 괴로워하지 않게 된 그에게
자만을 버리고 머리 숙여 정중하게 절하여라.
그렇게 시작하여 부처님께서는 사리불 마하테라 존자의 덕행을 500개의 게송으로 칭찬했다.
부처님께서 마하테라의 덕행을 갖가지 방법으로 칭찬하면 할수록, 아난다 테라의 무력감은 그만큼 더 커져 갔다. 마치 고양이 입 근처에 있는 병아리 떨 듯, 아난다 존자는 무기력하게 떨었다. 그래서 그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사리불 마하테라의 반열반 소식을 들은 다음부터, 제 몸은 뻣뻣해지는 것 같고, 눈은 희미해지고, 법문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원주: 새로운 법문에 귀를 기울여 들으려하지도 않고, 외우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자 용기를 주려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사랑하는 아난다여, 사리불이 반열반에 들면서, 너의 계를 지키는 덕성의 무더기를 빼앗아 갔느냐, 아니면 집중하는 덕성, 지혜로운 덕성, 해탈의 덕성, 해탈했음을 아는 덕성의 무더기를 빼앗아 갔느냐?”
그러자 아난다 마하테라가 대답했다.
“존귀하신 부처님이시여, 사리불 존자는 반열반에 들면서, 저의 계를 지키는 덕성의 무더기를 빼앗아가지도 않았으며, 집중하는 덕성, 지혜로운 덕성, 해탈의 덕성, 해탈했음을 아는 덕성의 무더기를 빼앗아가지도 않았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사실상 마하테라 존자는 저를 훈계했으며, 법에 뛰어들게 했으며, 법을 이해하게 했으며, 법을 확립하게 했습니다. 그는 저로 하여금 법을 열심히 실천하게 했고, 실천하는 데 행복을 느끼게 했고, 저에게 열심히 설법했습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의 법과 관련된 영향력과, 법을 가르치는 방편과, 그의 올바른 지원을 기억합니다.”
아난다 테라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그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사랑하는 아난다여, 내가 오래 전에 너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 있는 동안 이별, 죽음으로 인한 이별, 다른 생으로의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더냐? 사랑하는 아난다여, 여기서 새로이 탄생하는 본성을 가진 것, 즉 분명히 존재계로 오고 조건 지어져 있고 파괴되기로 되어 있는 것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실로 그런 가능성은 없다!
사랑하는 아난다여, 가지가 많은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동안 언젠가는 그 중 가장 큰 가지가 부러지는 날이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비구들의 승가가 존재하는 동안 사리불의 삶이 끝날 때가 있다. 여기서 새로이 탄생하는 본성을 가진 것, 즉 분명히 존재계로 오고 조건 지어져 있고 파괴되기로 되어 있는 것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실로 그런 가능성은 없다.
사랑하는 아난다여, 남에게 의지하면서 살지 말고 자신에게 의지하면서 살아라. 다른 교리에 의지하면서 살지 말고 출세간의 교리에 의해서 살아라!
사랑하는 아난다여, 비구가 어떻게 남에게 의지하면서 살지 않고 자신에게 의지하면서 사는가? 어떻게 다른 교리에 의지하면서 살지 않고 출세간의 교리에 의해서 사는가?
사랑하는 아난다여, 나의 가르침에서 비구는, 힘써 노력함에 의해, 숙고함에 의해, 사띠함에 의해, 몸(身)을 몸이라고 되풀이해서 봄에 의해, 세상에 나타나려는 경향이 있는 갈망과 슬픔을 뿌리 뽑으면서 살아간다. 느낌(受)을 느낌이라고 되풀이해서 봄에 의해, 세상에 나타나려는 경향이 있는 갈망과 슬픔을 뿌리 뽑으면서 살아간다. 마음(心)을 마음이라고 되풀이해서 봄에 의해, 세상에 나타나려는 경향이 있는 갈망과 슬픔을 뿌리 뽑으면서 살아간다. 현상(法)을 현상이라고 되풀이해서 봄에 의해, 세상에 나타나려는 경향이 있는 갈망과 슬픔을 뿌리 뽑으면서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난다여, 이런 식으로 비구는 남에게 의지하면서 살지 않고 자신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그는 다른 교리에 의지하면서 살지 않고 출세간의 교리에 의해서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난다여, 만약 비구들이 지금이나 혹은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계정혜 삼학을 잘 실천하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에게 의지하면서 살아간다면, 다른 교리에 의지하지 않고
출세간의 교리에 의해서 살아간다면, 실로 그들은 모두 가장 고귀한 이(아라한)가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어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존자를 어느 정도 안심시켰다. 그런 다음 사리불 존자의 유골을 사위성의 사당에 안치하도록 했다.
오원탁 번역, 『부처님의 제자들』, 경서원, 2008, 59-68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