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비구로 인한 계율 제정
사위성으로 가면서 육군비구(六群比丘)가 승단보다 먼저 가서, “이것은 우리의 계사들이 사용하실 것이고, 이것은 우리의 스승들이 사용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좋은 쉼터와 좋은 숙소를 차지했다.
승가와 함께 여래께서 여행하실 때에는 언제나 따라가는 사리불 존자가 여래 가까이에 머무는 오른쪽 상수제자로서의 특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다른 비구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나이든 비구나 병든 비구를 보살피면서 행렬의 제일 끝에서 따라가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행렬의 제일 끝에서 따라갔기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모든 침대와 장소는 육군비구가 차지해 버리고, 잠잘 곳이 없어서 나무 밑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여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비구들이 서로를 존경하지 않고 질서가 없는데, 하물며 내가 반열반에 든 다음에는 오죽할까?’라고 생각했다.
비구들의 이런 모습에 걱정이 된 여래는 아침에 비구 회의를 소집하여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육군비구들이 다른 이들보다 먼저 가서, 선배 비구들에게 적절한 휴식장소를 제공하지 않고 자기들이 좋은 숙소를 차지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것이 사실이라는 대답을 들은 여래는 그들을 꾸짖고 이치에 맞는 법문을 하신 다음에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누구에게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비구들은 “왕족인 비구들이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른 비구들은 “브라만 출신 비구들이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비구들은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는 것은 장자 출신 비구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한편 다른 비구들은 “율장을 잘 외우는 비구나 법문을 잘 하는 비구, 초선정을 성취한 비구, …… 이선정, 삼선정, 사선정을 성취한 비구가 자리와 세수할 물과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수다원인 비구, …… 사다함, …… 아나함, …… (신통력이 없는) 순수 위빠사나 아라한, 세 가지 지혜를 가지고 있는 아라한, 육신통을 가진 아라한이 가장 좋은 자리와 가장 좋은 세수할 물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에 대한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생각을 피력한 비구들도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나의 교법에서 자리나 세수할 물이나 탁발 음식에 대한 우선권에 관한 한, 출생이나 혈통이나 카스트(사성제도)나 사회적 신분은 중요하지 않으며, 율장이나 경전이나 논장을 잘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 않으며, 초선정 등이나 수다원 등을 성취한 것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비구들이여, 나의 교법을 준수하는 자는 선임자 순으로 합당한 존경을 표하고, 일어서서 인사하고, 인사할 때 합장하고, 적당한 예를 표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세수할 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은 선임자 순에 따라야 한다. 가장 좋은 자리 등을 받는 것과 관련하여 법랍에 따른 선임자 순서만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선임 비구 순으로 그러한 우선권을 받을 자격이 있다.”
“비구들이여, 현재로서는 사리불이 나의 오른쪽 상수제자이다. 그는 내가 굴리기 시작한 법륜을 굴러가게 하고 있으며,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다. 그런 사리불이 쉴 자리가 부족해서 나무 밑에서 걷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지난밤을 세웠다. 비구들이여, 심지어는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비구들 사이에 그러한 무례와 배려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을진대, 하물며 내가 반열반에 든 다음에는 승단의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겠느냐?”
그리고서 여래는 비구들을 훈계하기 위하여 자고(鷓鴣, 메추라기 비슷한 새)와 원숭이와 코끼리의 세 친구 이야기를 해 주셨다. “비구들이여, 옛날에 세 동물들조차 ‘서로 존경하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못된다. 우선 우리들 가운데 누가 가장 나이가 많은지 비교해 본 다음에 그에게 알맞은 경의를 표하고 인사를 하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들 중 가장 연장자를 선택한 다음에, 그를 존경하고 그에게 복종하였다. 그렇게 ‘연장자에게 존경을 표함’이라는 수행을 통해서 그들은 천상계에 재탄생하게 되었다.”
“비구들이여, 그 세 동물들, 자고와 원숭이와 코끼리조차도 상호 이익을 위하여, 서로 간에 예의 바르고, 공경하고, 공손함으로써 함께 살 수 있었다. 출가하여 바른 가르침을 펴는 나의 법에 대한 믿음으로 계를 받은 너희들이, 상호 이익을 해치고, 예절 바르지 않고,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면, 그런 행동이 어울리거나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실로 그렇지 못하다. 정당한 존경과 겸손이 결여된 그런 행동은 외부인들에게 이 법에 대한 존경심과 존중심이 생기게 할 수도 없다. …… ”
육군비구를 질책하면서 상호 존중과 존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법문을 하신 다음, 여래는 다음 계율을 선포하셨다.
“비구들이여, 나는 선임자 순으로 정당한 존경을 표하고, 일어서서 인사하고, 인사할 때 합장하고, 적절한 예를 표할 것을 허용한다. 가장 좋은 자리, 가장 좋은 세수할 물, 가장 좋은 탁발 음식은 선임자 순에 따라야 한다. 비구들이여, 전체 승가에 속하는 사원의 거주지나 숙소에 관해서, 선임자 순서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경미한 죄를 범한 것이다.”
6) 숭배해서는 안 될 10가지 사람
그렇게 두 가지, 하나는 허용하는 것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허용되지 않는 것에 관한 계율을 정하신 다음, 여래는 계속해서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숭배해서는 안 될 10가지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⑴ 먼저 수계한 비구는 나중에 수계한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⑵ 비구는 비구가 아닌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⑶ 비구는 다른 종단에 속하면서 법이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은, 연장자일지라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⑷ 비구는 여자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⑸ 비구는 거세된 사람을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⑹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가로부터 승적이 중지된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⑺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僧殘罪 : 대중에 참회하면 승단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수 있는 죄. Saṅghadisesa). 를 범한데 대하여 첫 번째 참회기간을 마친 다음, 그에 추가하여 또 다시 참회기간 동안 참회해야 한다는 심판을 받은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참회기간 동안. 추가 참회기간 동안 즉 승가의 동의를 받기 위해 6일 동안 참회하는 동안. 다시 복권되기 직전의 참회기간 동안.)
⑻ 허물이 없는 비구는 참회기간을 마쳤지만 승잔죄의 심판을 받은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⑼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를 속죄하고 있는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⑽ 허물이 없는 비구는 승잔죄를 속죄했지만 다시 복권되기 직전인 비구를 숭배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존경할 가치가 없는 10가지 사람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 여래는 계속해서 공경해야 될 3가지 사람을 열거하셨다.
7) 공경해야 될 3가지 사람
“비구들이여, 다음 3가지 사람들은 공경 받을 만하다.
⑴ 먼저 수계한 비구는 나중에 수계한 비구에 의해 공경 받을 만하다.
⑵ 다른 종단에 속하더라도 법에 합치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공경 받을 만하다.
⑶ 사람들과 천신들과 범천들로 구성되어 있는 중생계에서, 공양 받을 만하고, 스스로 완전히 깨달은, 고귀한 붓다는 모든 중생들에 의해서 공경 받을 만하다.
비구들이여, 이들이 3가지 공경 받을 만한 사람들이다.”
출처 : 오원탁 번역, “부처님의 제자들2”, 경서원, 2011, 168-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