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사야도와 리즈 데이비스 여사와의 문답
제460강 – 원인 조건1 - 20210316
한국마하시선원/우 또다나 사야도 법문/
일창 스님 통역/향원 메모
리즈 데이비스 여사(London Pāḷi Devi)가 24조건에 대해서 빠알리어로 질문한 것에 대해서 레디 사야도(1846-1923)께서 대답한 것을 소개하기로 합니다.
리즈 데이비스 여사의 질문
1. 아비담마에서 조건(paccaya)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2. 조건법 24가지는 절대성품입니까? 아니면 24 조건은 마음으로 만들어낸(cittamaya) 법입니까?
3. 그 24가지 조건법들은 여러 가지 “이것에게 조건이 되는 성품(idappaccayatā)”일 뿐인데, 이전의 여러 찰나법 하나가 뒤의 여러 찰나법 하나에게 도움을 줍니까? 아니면 이전의 여러 법이 뒤의 여러 법에게 조건이 됩니까?
레디 사야도의 대답
대답1. 조건(paccaya)의 의미
1-1. 단어분석에 의한 의미 : 자신을 조건(paṭicca)으로 해서 결과법들이 생깁니다(ayanti 나간다). 그래서 조건(paccaya)이라고 합니다. 결과법들이 조건에 의지해서 생기도록 하고 머물도록 하는 조건법을 조건이라고 한다는 뜻입니다.
비유: 씨앗, 땅, 빗물, 햇빛, 바람이라는 다섯 조건 ---> 나무라는 결과법
씨앗, 땅, 빗물, 햇빛, 바람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에 의해서 나무가 성장합니다. 나무는 씨앗에 따라서 그 나무의 수명이 결정됩니다. 씨앗(종자)이라는 조건의 작용은 묘목이 씨앗에서 싹틀 때 분명합니다. 나머지 땅, 빗물, 햇빛, 바람은 처음 생길 때에도 조금 도움은 되지만 나중에 성장하고 계속해서 유지될 때 작용이 더욱 분명합니다. 하지만 씨앗의 위력은 나무가 성장하고 나중에 계속 머물고 지속되게 하는 데에도 강한 지배력을 행사합니다. 씨앗에 따라서 어떤 나무는 크게 자라고 수명도 깁니다. 수명만이 아니라 얼마나 굵게 자라는가, 높이와 나뭇가지는 얼마나 무성한가, 잎의 모습은 어떤가, 어떤 열매가 열리고 그 맛은 어떤가, 등의 모든 것이 씨앗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면 타마린드 나무에서는 타마린드 나무줄기와 잎과 타마린드 씨앗만 생깁니다. 타마린드 나무에서는 망고 나무줄기와 잎과 망고가 열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씨앗의 위력입니다. 이를 결정법칙으로 말하면 종자의 결정법칙입니다. 이는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서 나무가 처음에 생기고 자라고 지속되는데 도움을 주는 다섯 가지 조건처럼, 모든 형성된 법들이 생기고 지속되고 오래도록 유지되도록 도움을 주는 법들을 빳짜야라고 합니다.
1-2. 뜻하는 바로서의 의미 : 도움을 주는 것(upakāraka 조력자)이어서 빳짜야라고 합니다. 씨앗은 싹을 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땅은 씨앗과 묘목이 잘 머물 수 있게 지지해 주는 것 그리고 땅에 있는 양양분과 물을 나무에게 공급해 주고, 쓰러지지 않게 함으로써 도움을 줍니다. 빗물은 물과 물에 포함된 여러 가지 영양분을 제공함으로써 나무에게 도움을 줍니다. 햇빛은 땅과 나무에게 요소들이 출입하는 구멍을 열게 하는 것으로 도움을 줍니다. 바람은 나무에게 있는 온도에 의한 불을 늘어나게 하는 것으로 도움을 줍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조력자(우빠까라까)라고 합니다.
미얀마 격언: “설법 모곡, 일 마하시, 분명 레디.” 설명: 설법은 모곡 사야도의 제자들이 잘 하고, 일(수행)하는 것은 마하시 사야도의 제자들이 잘 하고(마하시 선원에서는 1시간 경행, 1시간 좌선, 하루에 14시간 수행), 법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레디 사야도의 제자들이 잘 한다는 뜻입니다. |
대답 2. “조건법 24가지 즉 헤뚜 빳짜야 등은 절대 성품인가?”에 대한 답변
24가지 조건의 명칭이 나마(정신), 루빠(물질), 마음, 마음부수, 열반이라는 빠라맛타의 명칭이 아니어서 이런 질문을 한 듯합니다. 그냥 절대성품이라고 대답하면 되지만, 레디 사야도께서 이러한 조건들의 원래 명칭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24가지 조건법이 정신법과 물질법일 뿐이라는 사실, 절대성품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셨습니다. 정신법과 물질법이기는 하지만 원래 명칭이 아니라 조건의 작용(paccyakicca)과 조건의 능력(paccayasatti)에 대한 명칭이므로 이하에서 상설하셨습니다.
1. 원인 조건 hetupaccaya
원인 조건은 다음과 같이 6가지입니다.
불선 마음부수(정신법) 3가지: 탐욕, 성냄, 어리석음
아름다운(sobhaṇa) 마음부수(정신법) 3가지: 탐욕없음, 성냄없음, 어리석음없음
즉 원인 조건이라고 했지만 그것들은 마음부수(정신법) 6가지입니다. 원인 조건이 절대성품(빠라맛타)이라고 대답해야 하지만, 위와 같이 정신법 6가지라고 드러내야만, 원인 조건이 다른 것이 아니라 정신법 6가지를 말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헤뚜 빳짜야에서 헤뚜는 조건의 작용(paccayakicca)의 명칭이고, 빳짜야는 조건의 능력(paccasatti)의 명칭입니다.
비유하자면 밤에 몰래 도둑질하던 도둑 우두머리 여섯 명을 잡았다고 합시다. 잡긴 잡았지만 그 도둑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도둑이라는 명칭, 우두머리라는 명칭은 원래 그들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들이 하는 일과 그들의 능력에 대한 명칭일 뿐입니다.
구분해 보기로 합시다. 먼저 도둑이란 훔치고 죽이고 약탈하는 작용(역할)에 대한 명칭입니다. 우두머리란 그 일을 잘 하는 능력에 대한 명칭입니다. 그 도둑 여섯 명의 이름은 따로 있습니다. 도둑의 이름을 ‘철수’라고 분명히 드러내야 비로소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비유가 의미하는 것은, 원인 조건에서 ‘원인’은 조건의 작용(paccayakicca)에 대한 명칭입니다. ‘조건’은 조건의 능력(paccayasatti)에 대한 명칭입니다.
표현은 원인 조건에서 원인인 탐진치, 무탐 무진 무치 여섯 가지의 작용과, 조건은 그 여섯 가지의 능력입니다.
원인의 작용은 뿌리(물라)와 같은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뿌리에 해당되는 것이란, 조건생성된 법(결과법. 도움을 받는 법)들로 하여금 대상에 확고하게 머물 수 있게 하는, 대상에 확고하게 지속되도록 하는 작용을 말합니다.
조건에 해당되는 능력이란 조건생성된 법들을 대상에 확고하게 머물게 하는 작용을 완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서 탐욕은 좋아함, 즐김, 들러붙음, 집착함을 통해서 하나의 대상에 확고하게 달라붙는 법입니다. 탐욕이 대상에 확고하게 지속되기 때문에 탐욕과 함께 생기는 마음과 마음부수들인 정신법(도움을 받는 법)들도, 그 대상에 확고하게 달라붙습니다. 왜 자꾸 확고하다고 할까요? 원인(뿌리)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확고하다는 것은 그 대상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내치지 못할 정도로, 그 대상에서 떨어지지 못할 정도로 확고하게 달라붙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조건법과 조건생성된 법을 연결해 보기로 합니다. 중생들이 앞에서 설명한 그런 애착(들러붙음) 때문에 여러 날 동안, 여러 달 동안, 여러 해 동안,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모습을 세상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우 소다나 사야도께서 젊어서 몽유와 강원에 있을 때, 강사 스님께서 오늘 90세 넘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사야도에게 참석하라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날이어서 시체를 산소에 안치하려고 집에서 상여가 떠나는데, 87세인 할머니가 너무 슬프게 우는 것이었습니다. 사야도께 ‘25세에 결혼했다고 해도 60년 넘게 같이 살았으면 충분할 것 같은데 저렇게 슬피 울 것이 없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사 스님께 이 말씀을 드렸더니, “너는 젊어서 잘 모르는구나. 비유하자면 심은 지 며칠 안 된 묘목을 뽑으면 쉽게 한 손으로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두 아름된 큰 나무를 한 손으로, 심지어는 두 손으로라도 뽑을 수 있겠냐?”
“못 뽑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다.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 될수록 집착이 강해져 더 헤어지기 힘들어서 그렇게 슬피 우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그 대상에 들러붙고 헤매고 있는 것은 탐욕이라는 정신법이 원인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게 헤맬 때, 탐욕이라는 정신법이 원인으로서의 조건이고, 그 탐욕과 결합해서 생기는 마음과 (탐욕 외의) 마음부수들이 조건생성된 법(결과법. 도움을 받는 법)들입니다. 그 뿐 아니라 그 대상과 탐욕이라는 원인 조건의 부추김(독려. 선동)에 따라서 몸의 여러 행위, 말의 여러 행위를 할 때 생기는 물질들도, 그 탐욕이라는 원인법에 의해 생긴 조건생성된 법입니다.
여러분들이 빳타나 상설을 외워서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원인 조건에서 원인들 때문에 생긴 물질들도 조건생성된 법입니다.
그 대상(형색 소리 냄새 맛 감촉 법)은, 탐욕에게 또한 그 탐욕과 결합한 마음과 마음부수들에게, 대상 조건으로 도움을 줍니다. 대상(아람마나)은, 그것을 대상으로 하는 법들(아람마니까 즉 탐욕과 결합한 마음과 마음부수들)에게 대상 조건으로 도움을 줍니다. 도움을 받는 법들은 마음과 마음부수들(정신법들)입니다.
뿌리와 같은 조건이므로, 좋아할 만한 그 대상에 대한 (뿌리에 해당되는) 탐욕이 없어져야 즉 조건이 없어져야, 조건생성된 법들(마음과 마음부수들)이 그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지금까지 탐욕이라는 원인 조건법에서, 조건법들이 무엇인지, 조건생성된 법들이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레디 사야도께서, 탐욕에 대해서 설명했으니 나머지 성냄, 어리석음, 탐욕없음, 성냄없음, 어리석음없음이라는 원인 조건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각각 조건과 조건생성된 법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자세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