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左腦), 우뇌(右腦) 이야기(1)
安 允玉(전 서울대학교 의과대 교수)
2021-07-14
좌뇌, 우뇌 학설이(1951년 캘리포니아 공대의 Roger Sperry 교수, 1981년 노벨상 수상) 처음 발표된 이래, 좌/우뇌의 기능과 특성에 관한 새로운 지견들이 많이 報告되고 있다. 그중 한 예로, 현 인류의 남자는 좌뇌, 여자는 우뇌의 사고능력/재능이 우월하다는 사실이 확인,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우뇌의 사고능력은 컴퓨터 두뇌(AI)로 대체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미래세계는 우뇌형 인간(=여성?)이 지배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어 흥미롭다..(<새로운 미래가 온다, The Whole New Mind>, D. Pink, 2006),
필자에겐 남녀 쌍둥이 외손이 있는데, 그들이 漢字 100자 정도 배웠을 무렵부터(만 4-5살) 사자성어(四字成語)/고사성어(故事成語)등을 ‘옛날 얘기’하는 것처럼(<할아버지가 옛날 얘기 해줄까?> 라고 제안하면서 시작한다.) 환담하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들이 만 10세가 되는 해(2018년)까지 지속하여 끝내고, 그 이후에는 이전에 소개해준 고사성어를 기억하는지를 확인하곤 하였다. 두 외손 모두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회상하는 내용의 우선순위가 손자(남)와 손녀(여)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경험하였다. 손자(남)는 고사(故事)의 실제 이야기 facts를, 손녀(여)는 그 고사의 meaning/lesson을 먼저 회상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예전에 ‘새옹지마(塞翁之馬)’ 얘기 해 줬는데 기억나요? 기억나면 무슨 얘기였는지 말해 봐.>에 대한 ① 손자 답변은; <옛날 국경지역에 말을 가진 할아버지가...> 이었고, ② 손녀의 답변은 <나쁜 일 생긴 것이 다음에 좋은 일을 만들기도...>이었다. 그들의 회상내용 우선순위가 필자의 질문형식이나, 또는 답변순서 지정(예: 손자/손녀에게 먼저 답하라고) 때문인가 하여 여러 번 다른 고사성어로(예; 조삼모사, 朝三暮四 등) 확인 점검을 했으나 일관된 반응이었다. 쌍둥이 남매인데도 남자는 facts/text를, 여자는 meaning/context를 우선적으로 사고하는 것이었다.
좌뇌, 우뇌의 기능과 특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지견을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좌뇌는 지적(知的)능력으로 대변되는, 논리, 연산, 언어, 분석능력을 담당하며 대상/정보내용의 실체(實體, text/fact)를 다루며, 순차적으로 직렬처리방식(=Central Processing Unit, CPU.)을 따른다. (수학은 좌뇌.)
우뇌는 창의(創意)능력으로 연결되는 감정처리/표현, 맥락/은유이해/가치, 그리고 종합(큰 그림)능력을 담당하며 맥락적 의미(context, story/image making)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동시적인 병렬처리방식(=Graphic Processing Unit, GPU)을 따른다.
현 인류 남자는 좌뇌형, 여자는 우뇌형 재능이 우월한데, 이는 진화결과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인류의 생활방식에서 남성은 좌뇌 훈련을, 여성은 우뇌 훈련을 주로 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른 유전형질 변화도 동반되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과정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고대 인류(=古代人)의 생활방식과 진화과정을 상상해보자. 다른 유인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집단생활 방식을 영위하여 왔는데, 바로 남녀의 역할분담 협조(=cooperation) 생활양식으로, 이는 종족번식과 생존이라는 원초적 본능실현에 매우 효율적인 생활방식이었다. 성인남자는 밖으로 나가서 먹을 것을 챙겨 오는 일(사냥이나 채집, 목축/농사)을 주로 하였고(獅子 무리는 주로 암 사자가 사냥한다.), 성인여자는 거주지 안에서 어린 아이들을 보호, 양육하는 일과 남자들이 가져다주는 식량으로 가족/부족 모두가 공정하게 섭식, 생존할 수 있도록 조리, 배분하는 일을 주로 하였다. 우리말에도 ‘바깥양반/주인’, ‘안사람/주인’, ‘아내’, ‘안댁’, ‘內子’라는 칭호가 있다. (20세기 초반까지 있었던 ‘전통사회’ 생활상에서도 확인된다. <어제까지의 세계, The World until Yesterday>, J. Diamond, 2012.)
역할수행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대상/취급사물에 대한 이해, 해석과 판단이 필요하게 되는데, 남자의 경우에서는 주로 대상의 정체(正體, reality), 참모습 등을 확인코자하는 진위판단(眞僞, true or false/authenticity judgement)이, 여자의 경우는 취급/대상사물로부터 얻어지는 손익(損益, value)에 대한 가치평가/판단(價値, good or bad/right or wrong/justice or unjustice 등)이었을 것이다. 즉, 남성은 좌뇌 훈련을, 여성은 우뇌 훈련을 주로 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른 유전형질 변화도 동반되어 진화과정을 밟아 왔다는 설명이다.
좌뇌(左腦), 우뇌(右腦) 이야기(2)
진위판단은 근원적으로 절대성을, 즉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서는 일반화/객관화한 내용/참모습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진위판단에서의 비교, 추론방식은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객관적(objective)이며 분석적(analytic) 및 논리적(logical)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좌뇌가 담당하는 능력/기능과 일치한다. 필자의 이전 게시판 글(2012.1. 29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네가 게 맛을 알아?)에서 언급한 ’이성적 앎’(intellectual knowledge)은 진위판단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진위판단은 모든 과학연구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과학학문에서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며, 할 수도 없다.
반면에, 가치평가/판단은 실생활에 적용/활용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우리 인류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 즉 본능적 기능이다. 개개인의 직관적 및 감성적 반응에 기초하는 가치평가/판단에서의 비교, 추론방식은 우뇌가 담당하는 능력/기능인 인식/인지기능(認識/知, cognition)에 해당한다. 즉, 외부에서 새로 들어온 자극/정보를 실체(facts) 자체로 기억/저장/반응되지 않고, 인식/인지기능에 의해 해석/평가/대응반응 등이 결정되어야 기억/경험으로 저장되는 사고기능이다.
Cognition의 작동기제(機制)는 기존의 저장되어 있는 각종 경험정보와의 상호작용, 통합(統合, synthesis)하는 network 작용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인지되는 내용은 참모습, reality가 아니고 맥락적 의미(context)로 해석, 평가된 것이다. 이는 맥락적 의미, 즉 story/image형태로 기억/저장하는 것이 실체(facts)로 기억/저장되는 것보다 회상/기억/재인지(再認知, recognition)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예;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되는 경우가 흔하며,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기억력이 더 좋다.) 한편, 기존의 저장되어 있는 각종 경험정보 network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cognition 기능은 개인마다의 독특성을 지니게 된다. 특히 가치부여/평가/판단은 제각기라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가치평가/판단의 내용이나 결과는 빠짐없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한계성이 있다. 개개인에 따라서 다르고, 또한 동일인의 평가/판단이라도 시간과 공간, 환경요소에 따라서 달라진다. 필자의 이전 게시판 글(2012.1. 29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네가 게 맛을 알아?)에서 언급한 ’심정적 앎’(sensitive knowledge)은 가치판단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뇌의 인지기능에 의하여 이루어진 가치평가/판단 결과를 객관적인 진실인양 주장, 강조하지 말 것이며, 본인한테 해당하는 내용인데 타인에게도 적용된다고 오해하지도, 과신하지도 말 것이다. (필자의 경우, 부부싸움 발단의 원인이 이것들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판단 결과들은 밖으로 내놓거나 남에게 강조하지 말고 간직하기만 하라는 의미로 은유할 수 있는, 老子(과거 도덕경이라 했음)에 나오는 4 不自 구절(자기가 스스로 하지 않아야 하는 4 가지/22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 ① 부자현(不自見故明, 스스로 나타내 보이려하지(=자신의 주관적인 선입견을 고집하지) 않으니, 밝게 나타나게(=사리판단을 잘하게) 되고), ② 부자시(不自是故彰, 스스로를 옳다하지 않으니, 옳고 그름이 드러나고.), ③ 부자벌(不自伐故有功, 스스로 제 업적을 떠벌리지 않으니, 공적이 인정되고,) ④ 부자긍(不自矜故長, 스스로 제 능력을 뽐내지/자랑(= 오만)하지 않으니, 계속 성장/발전한다.)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