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2회 석학 연속 강좌] "설탕 지배했던 영국, 결국 세계인 혀도 지배"
시드니 민츠·문옥표 교수 대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7/2010102700180.html
막강한 자본으로 연구한 결과… 일본의 맛, 세계의 맛으로… 國力이 맛의 기준 정할 수 있어
伊의 토마토, 佛의 감자… 세계 음식문화 바꾼 건 대부분 신대륙에서 온 재료들
정리=문옥표 교수
조선일보 2010.10.27.
조선일보와 한국학술협의회, 대우재단은 세계적 인류학자인 시드니 민츠(88)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교수를 초청, '2010 제12회 석학 연속 강좌'를 갖는다. 카리브해 지역에서 생산된 설탕이 유럽과 세계 문명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등 인류사에 나타난 음식과 문명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온 민츠 교수는 28일과 29일 연속강좌에 앞서 지난 22일 문옥표(60)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장(사회문화인류학)과 대담을 가졌다.
▲문옥표=교수님의 주된 관심사인 음식이 이번 제12회 석학 연속 강좌의 강연 주제입니다. 한국은 음식과 관련해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에서 교수님은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에 초점을 맞춰 음식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데요.
▲민츠=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한국 음식, 특히 발효음식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데도 그동안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습니다. 나는 음식과 역사의 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문=학계에서는 교수님의 연구가 인간과 음식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획기적인 공헌을 했다고 말합니다. 조선일보와 대우재단이 교수님을 초청한 것은 음식과 세계에 대한 탁월한 시각과 통합적 접근의 예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지요.
▲민츠=내 연구의 목표는 서구의 잣대로 세계를 중심부와 주변부로 재편한 왜곡된 세계관과 세계사의 지식체계에 대한 대안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특히 카리브해 문화의 형성과 유럽 식민세력에 의한 세계 체제의 형성 과정을 살펴서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틀을 재구성해 보고 싶었습니다.
▲문=우리는 미국은 잘 알지만, 바로 그 이웃인 카리브해 지역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또 아직도 많은 서구인들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된, 심지어 왜곡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 중심이 아닌 곳은 없다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생각입니다. 교수님의 카리브해 연구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민츠=카리브해 지역은 아프리카에서 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문화적 배경에서 기억되는 것들을 변형시키는 혼합 과정을 거쳐서 지역 문화를 형성시켰습니다. 나는 그 현상을 '크레올화(creolization)' 과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언어를 통해 가장 잘 이해될 수 있습니다. 크레올 언어는 처음에는 노예와 농장주들의 소통 수단이었지만, 나중에는 노예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문=주제를 음식으로 돌려보지요. 음식이나 요리가 소비자의 생각과 행위를 바꿀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과 그 음식이 나온 나라를 좋아한다는 것 또는 그 나라의 상품을 선호하고 국가를 지지한다는 것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민츠=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인들은 일본인이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다고 야만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중산층 어린이들은 스시를 즐깁니다. 이는 일본과 일본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나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나온 '설탕'을 영국이 독점하면서 맛과 권력, 생산체제와 시장의 결합을 통하여 세계의 지배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탕과 권력〉이란 저서에서 분석했습니다. 내 연구는 우선 설탕이 귀족의 특권적 향유에서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되는 과정과 실로 다양하게 그 용도가 발전되었다는 점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사회계급과 계층, 정치권력의 분화, 경제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과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문=맛의 제조와 길들이기는 자본의 힘과 권력의 결합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 기업과 정부는 엄청난 연구비를 들여 일본 음식과 맛에 대한 연구를 장려했고, 이런 시도는 일본을 세계인에게 친숙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독특한 맛인 '감칠맛'은 단맛, 쓴맛, 신맛, 짠맛과 더불어 다섯 번째 맛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를 본다면 권력 혹은 국력이 맛의 기준을 정하고 음식의 시장을 지배하는 과정의 문명사적 검토가 중요해보입니다.
▲민츠=여기서 명칭의 중요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설탕의 획기적 대중화는 19세기 말 영국의 한 식품회사가 '골든 시럽(Golden Syrup)'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것과 관련됩니다. 〈음식의 맛, 자유의 맛〉이란 내 저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는 성경에 나오는 삼손의 신비한 괴력이 꿀에서 비롯됐다는 것과 연결시켜서 사람들로 하여금 설탕물을 꿀물이라고 믿게 만든 것입니다.
커피, 차, 초콜릿도 본래 유럽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이를 설탕과 결합하여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게 상품화시켰습니다. 오늘날 토마토 없는 이탈리아 요리나 감자 없는 프랑스 요리, 고추가 빠진 한국의 김치나 커리 없는 인도의 음식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식재료들은 콜럼버스 이후 신대륙으로부터 들어온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세계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것처럼 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협소합니다.
▲문=교수님은 최근 음식으로서의 콩과 발효 과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효음식은 슬로 푸드의 중요한 장르로, 최근 한국에서도 많은 연구자와 음식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츠=나는 우유·빵·치즈·와인 등 세계 다른 지역의 다양한 발효음식들 못지않게 김치·된장·젓갈 등 한국의 발효 음식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습니다. '발효'란 인간이 이루어낸 중요한 업적의 하나로, 반드시 인류학적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먹는 음식의 3분의 1은 발효된 음식입니다.
▲문=교수님께서는 60여년이 넘게 음식과 권력, 세계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연구해 오셨는데요. 이 시대에 던지고 싶은 새로운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민츠=먹을거리의 지속적인 생산 가능성을 염려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식품 생산체계는 전문화, 공장화, 집중화 등을 통하여 생산량을 증가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기존의 먹을거리를 없애고 식생활의 풍속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런 체제에서는 어떤 음식이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또 만일 질병이 발생한다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세계인에게 미국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맥도날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표준화된 생산 공정에 의해 대량의 재료를 제조하여 공급하는 방식은 건강에 치명적이며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리석은 짓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통적인 식품 공급의 방식을 되살려 지속 가능한 체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식품은 아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규모의 식품 생산에 매달려 있고 기업과 권력 사이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은 길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한국의 '신토불이(身土不二)'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철학적 개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래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인정하는 것이고, 전통과학에 대한 존중이기도 합니다. 이번 강연이 한국 청중에게 음식을 둘러싼 삶의 질을 성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촉진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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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그림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12.07 커피, 차, 초콜릿도 본래 유럽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이를 설탕과 결합하여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게 상품화시켰습니다.
오늘날 토마토 없는 이탈리아 요리나
감자 없는 프랑스 요리,
고추가 빠진 한국의 김치나
커리 없는 인도의 음식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식재료들은 콜럼버스 이후 신대륙으로부터 들어온 것입니다. -
작성자금강 작성시간 21.12.0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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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장뇌산삼 작성시간 21.12.07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청정지역이었던 중남미, 특히 안데스지역에서 자생하여 그곳에 살던 원주민들의 식량이었던 고구마.감자등등 헤아릴 수없는 품종들이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전세계로 펴져나가 인류의 진화와 성장과 음식문화에 혁기적인 공헌을 했지만 이런일들의 이면에는 침략을 당하여 그곳 원주민의 상당수가 희생되었는데 이런 참극의 결과로 전세계인의 식량자원이 확보 되었다는 사실이 알다알다 참으로 모를일 입니다.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청정지역은 결론적으로 짖발히며 희생당하는 운명인듯...
사두사두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