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이야기
교차로신문 2022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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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방송계에 핫한 여의사가 있다. 이 여의사는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공으로 소아청소년클리닉을 전문으로 한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른과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종종 방송을 보면서 이 의사의 정곡을 꿰뚫는 답변이나 조언에 감동받는다. 그 의사는 의학적인 공부만이 아니라 고도의 정신분석 능력이 타고난 것 같다. 근자에 이 의사가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내용은 아이돌 가수의 고뇌를 해결해주는 이야기인데, 시청 한 뒤에 여러 생각을 하였다.
그 방송에 아이돌가수 그룹이 출현했다. 이들 가운데, M가수가 있다. 이 가수는 몇 년전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양성장애 판단을 받았다고 한다. 가수로서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늘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힘들어했다. 가수가 자신 이야기를 다 끝내고, 상담을 하는 와중에 의사가 가수에게 물었다.
“삶의 균형을 찾아줄 의미 있는 대상이 누구입니까?”
가수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함께 방송 진행하는 패널 L배우에게 먼저 물었다. 배우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친정엄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이렇게 말을 이어 나갔다.
“친정엄마는 모든 시작과 끝에 엄마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훨씬 커다란 의미다.”
다시 의사가 가수에게 돌아가 질문을 하자, 잠시 뜸 들인 뒤에 M가수는 ‘크게 누구라고 떠오르지 않는다. 내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워줄 의미 있는 대상이 없다. 가족에게서는 힐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잠시 또 시간을 두었다가 이렇게 답변했다.
“팬들입니다. 그분들이 없으면 일 할 의미가 없고, 당연히 모든 활동에 의미가 없습니다.”
필자는 가수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건 아닌데.… ’라고 탄식했다. 팬이란 물거품 같은 것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과 같은 것이다. 파도에 밀려 밀물로 들어왔다가 다시 썰물이 되어 떠날 존재들이다. 영원한 자기편의 사람이 아니다.
종교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지, ‘저 사람이 영원히 내 신도’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인간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에 이 가수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가수도 인간이다. 혹 이 가수의 인기가 하락할 수도 있고, 사고를 쳐서 실수할 수도 있다.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실수를 했을 때, 과연 그때도 그의 곁에 팬들이 남아있을까?
반면 친정엄마라고 답한 배우에게 긍정의 한 표를 던진다. 솔직히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 배우는 정서적인 안정을 느끼고 살기 때문에 정신적 고뇌가 적을 것이요, 힘든 역경에도 헤쳐 나갈 힘이 있다고 본다. 필자는 스님으로 살아 부모형제와 인연 없이 살지만, 가족의 화합으로부터 얻는 힐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화합된 가족에게서 삶의 힘을 얻을 수 있기에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설령 부모 자식 간이든 부부 사이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