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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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윌북
2022년 07월 15일 출간
정가 : 19,800원
쪽수 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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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30년 동안 인간의 마지막을 함께한 노인의학 전문의의 ‘인생 마무리 가이드’
√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강력 추천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세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건국 이래 가장 오래 사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병장수라는 말은 희망이 된 지 오래.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어쩌면 누워 있는 상태로 그 나이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나이 듦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야기하는 것조차 그저 피하기 급급하지는 않았을까?
노화와 죽음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찾아오는 필연적인 내일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흔들림 없이 이어져 온 시간의 약속이자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의 저자 루시 폴록은 죽음으로 이르는 이러한 과정과 그로 인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노인의학 전문의다. 나이를 먹으며 생기는 물리적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가져오는 심리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미래지만, 누군가에게는 길고 긴 여행의 마지막 쉼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차이를 ‘대화’에서 찾는다. 나이 드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에 대한 거부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반드시 해야 하는 대화를 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그러한 대화를 시작할 것을 격려하며,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준비하자는 사려 깊은 메시지를 담는다.
이 책의 주인공은 노인의학과를 찾은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이다. 그들 각자의 사연은 여느 소설보다 진솔하고, 현실 그 자체이기에 마음을 울린다. 저자는 마지막이 가까워진 이들의 삶 속에서 노년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들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노인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과 선입견,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여러 노인 문제까지, 노년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 지금, 나이 듦을 공부하는 것은 곧 인생 공부가 된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는 현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과 동시에 사랑과 존중으로 가득 찬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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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 나이가 든다는 것
2 중요한 질문
3 곡선을 사각형으로 만들기-멋지게 사는 법
4 “좋은 소식이다!”
5 낙상에 관한 네 가지 사실
6 끝나지 않았다
7 딱 알맞은 약
8 지혜롭게 선택하기
9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10 치매 대응하기
11 운전
12 결정
13 사전돌봄계획
14 민감한 질문
15 “그걸 해야 한다는 건 압니다”
16 능력
17 대리인
18 잃은 것이 아니다
19 우승 기념 경기장 순회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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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 20-21
노인은 그저 우리가 성장한 모습일 뿐이다. 지난 100년 동안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기회를 얻었다. 더 건강해지고 독립성을 유지한 채 이 특별한 행성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기회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이 너무 빨리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 삶이 이렇게 바뀐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새로 얻은 이 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어떻게 하면 서로 긴밀하고 낙관적이며 공정한 사회를 조성하여 모든 세대가 행복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성취감을 누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p. 45
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바로 그 사람은, 우리가 대화를 시작조차 못 한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더 잘 해낼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하겠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거야’라고 해야 한다.
p. 88
“캐슬린 할머니, 뭘 좀 여쭤볼게요. 지금 가장 걱정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할머니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를 향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 병상 옆 작은 탁자를 봤다. 은색 액자 안에 들어 있는 흑백 사진 속에서는 작은 배에 탄 한 남자가 한 손은 키에 두고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있다. 파이프를 물고 있는 사진 속 남자의 머리카락이 물결쳤고, 두 눈은 흥분과 기쁨으로 빛났다.
캐슬린 할머니는 속삭였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p. 162
내 환자 중 다수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심각하게 걱정하면서도 아침마다 오므린 손에 알약을 골라 모아 담고, 차와 함께 급하게 꿀꺽 삼키고, 이 약을 왜 먹는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스스로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가족과 요양원 직원이 찻잔 받침이나 작은 플라스틱 컵에 약 한 뭉치를 넣어둔다. 그리고 남편이나 며느리나 돌보미는 달래고 꼬드기며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약이 어느 면에서건 도움이 될지, 아니면 피해를 줄지 걱정한다.
p. 196
“죄송하지만, 어쩌면 마거릿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할아버지와 딸이 시선을 교환한다. 크리스틴이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죠, 아버지? 하지만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p. 234
낸시 할머니는 몸을 내 쪽으로 돌려 내 손목을 움켜잡고 얼굴을 가까이하고선 속삭였다. “나는 그이가 죽기를 간절하게 바라요.” 감정이 격해진 할머니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할머니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눈물이 손가락에 낀 반지 사이를 타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할머니를 안아주는 것, 이 우아하고 침착한 여자를 안고서 그 가느다란 어깨뼈를 느끼며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렇게 느껴도 괜찮아요”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뿐이었다.
p. 244
왜 주요 뉴스에서는 운전자가 10대처럼 아주 어리거나 나이가 아주 많을 때만 사고에 휘말린 운전자의 나이를 언급할까? 이를테면 ‘노인 부부, 충돌 사고에 휘말리다’, ‘고속도로에 펼쳐진 악몽 속 80세 운전자’라고는 발표해도 ‘이중 추돌 속 53세’라거나 ‘중년 남성이 도로 혼잡을 초래하다’라고 발표하지는 않는다. 이는 나이 든 운전자가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를 냈음을, 빙판길이나 타이어 펑크가 아니라 나이가 원인임을 암시한다.
p. 337
“아버님께서 우리와 여기 함께 있고 그렇게 아프지 않다면, 이를테면 몇 년 전과 같은 상태라면 지금의 아버지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하셨을까요?”
폴은 자세를 똑바로 하고 양 무릎에다 손을 올리고 말했다.
“이건 아니라고 하셨을 거예요. 그 사람을 보내주라고 하셨을 테죠. 좀 평온하게 해주라고 말이에요.”
잰은 폴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오빠 말이 맞아.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p. 374
“죽어가는 사람은 무척 이완된 상태라 목을 가다듬으려 애쓰지도 않죠. 그래서 목 뒤에 타액이 약간 고인 채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느라 가래 끓는 소리가 날 겁니다. 사람들은 임종 무렵에 나는 이 가래 끓는 소리를 끔찍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저는 이 소리를 들으면 환자가 깊게 이완해서, 깊은 무의식에 빠져서 공기가 폐를 드나들며 타액에 거품이 생겨도 그 간지럼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아챕니다.”
p. 399
우리는 모두 노인 수습생이다. 노인을 위한 조처는 모두한테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과도 같다. 난방비가 최소한으로 드는 획기적이고 편안한 주택을 공급하면, 한정된 연금으로 아끼며 생활하는 노부부뿐 아니라 소득이 적어 힘겹게 사는 가족한테도 좋다. (…) 보행 보조기가 필요한 사람이 믿을 만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유아차를 끄는 젊은 부모한테도 도움이 된다.
p. 425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대화해야 할 때가 왔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할 때가 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알리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할 때가 왔다. 누구도 빠짐없이 모두가 가장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재평가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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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 비로소 대화를 나눌 시간이 찾아왔다는 것
30년 동안 노인의학 전문의로 일하며 숱하게 많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저자 루시 폴록. 어느덧 오십 무렵이 된 그는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마지막이 가까워진 부모님을 보며 죽음을 실감하고 자신의 몸이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체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지막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마지막을 후회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저자의 오랜 경험을 녹여 기록한 책이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새겨진다. ‘이 약은 먹어도 될까?’, ‘이제 와서 그 수술을 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나도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게 될까?’, ‘죽는 것이 두렵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될까?’ 이러한 질문들은 언제나 답을 찾지 못한 채 마음 한편에 자리 잡게 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누구와도, 심지어 자신과도 “솔직하게 대화할 수 없기에” 그러한 질문들이 물음표로만 남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동안 죽음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수 없었을까? 그것은 늘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이유에서였다. 죽음이 정말 나의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두렵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노인을 지켜본 의사인 저자는 ‘변화하는 몸’에 대해서도, ‘변화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조금은 너그러이 인정하며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시종일관 되새긴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는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이 듦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여 생의 마지막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노인의학 전문의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노년’과 ‘죽음’에 관한 현장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환자의 마지막 시간
노인이 될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은 노인의학과를 찾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누구보다 그들과 가까이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담당 의사로서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나이 듦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년의 시간과 죽음까지의 과정을 통찰한다.
몸이 성한 곳이 없어 “잠자리에 들면서 그대로 아침에 깨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순간에 성공 가능성이 없는 소생술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거라는 의료진의 우려에도 꼭 시도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 중증 치매를 앓으면서도 큰 문젯거리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 식기세척기 돌리는 것을 까먹었다는 이유로 치매가 의심되어 서둘러 병원을 찾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기도 하다. 훗날 머물고 싶은 요양원을 미리 골라둔 사람과, 병원에서 어떻게든 탈출해서라도 집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비슷한 무게의 고민을 안고 지낸다. 늘 그렇듯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다. 삶의 비슷한 시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현실 그 자체이기에 마음을 울린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미래의 우리 자신, 부모나 형제, 혹은 친구의 이야기다. 각각의 삶이 녹아 있는 사연을 가만히 들어 보면 “새로 얻은 이 긴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그 방향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할 때”
대화의 장으로 끌어와야 하는 또 다른 문제들
이 책은 당장 닥쳐올 미래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며 ‘누구나 해야 할 나이 공부’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우린 다만 그 길을 따라가며 시작하면 된다. 마지막 순간을 찬란하게 빛내줄 적극적인 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