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눗소니 경(A10:177)
Jāṇussoṇi-sutta
1. 그때 자눗소니 바라문이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과 함께 환담을 나누었다. 유쾌하고 기억할 만한 이야기로 서로 담소를 하고서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자눗소니 바라문은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고따마 존자시여, 우리 바라문들은 ‘이 보시가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께 공덕이 되기를. 이 보시를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이 즐기시기를.’하고 염원하면서 보시를 하고 조령제(祖靈祭)를 지냅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이 보시가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께 공덕이 되겠습니까? 이 보시를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이 즐기시겠습니까?”
“바라문이여, 적절한 곳에서는 공덕이 되지만,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는 공덕이 되지 않는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어떤 것이 적절한 곳이고 어떤 것이 적절하지 않은 곳입니까?”
2.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간탐하고,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차있고, 그릇된 견해를 가진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지옥에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지옥 중생들이 먹는 음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적절하지 않은 곳이니 거기에 머무는 자에게는 [조상을 위해 베푼] 그 보시가 공덕이 되지 못한다.”
3.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고, … 그릇된 견해를 가진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축생의 모태에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축생계의 중생들이 먹는 음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바라문이여, 이것도 적절하지 않은 곳이니 거기에 머무는 자에게는 그 보시가 공덕이 되지 못한다.”
4.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을 멀리 여의고, 삿된 음행을 멀리 여의고, 거짓말을 멀리 여의고, 중상모략을 멀리 여의고, 욕설을 멀리 여의고, 잡담을 멀리 여의고, 간탐하지 않고, 마음에 악의가 없고, 바른 견해를 가진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인간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인간들이 먹는 음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바라문이여, 이것도 적절하지 않은 곳이니 거기에 머무는 자에게는 그 보시가 공덕이 되지 못한다.”
5.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 바른 견해를 가진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신들이 먹는 음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바라문이여, 이것도 적절하지 않은 곳이니 거기에 머무는 자에게는 그 보시가 공덕이 되지 못한다.”
6.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고, … 그릇된 견해를 가진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아귀계에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아귀계의 중생들이 먹는 음식으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혹은 그의 친구나 동료나 친지나 혈육들이 여기서 보시를 베풀어 공급해준 것으로 거기서 생명을 보존하고, 그곳에 머문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적절한 곳이니 거기에 머무는 자에게는 그 보시가 공덕이 된다.”
7.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그 친지와 혈육인 조상이 그곳에 태어나지 않으면 누가 그 보시를 즐깁니까?”
“바라문이여, 그곳에 태어난 다른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이 그 보시를 즐긴다.”
“고따마 존자시여, 만일 그 친지와 혈육인 조상이 그곳에 태어나지 않고, 또 다른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도 그곳에 태어나지 않으면 누가 그 보시를 즐깁니까?”
“바라문이여, 이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그의 친지와 혈육인 조상들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치에 맞지 않다. 바라문이여, 어떤 경우에도 보시자에게는 결실이 없지 않다.”
“그러면 적절하지 않은 곳에 태어났더라도 [그 친지들에 대한 보시의 결과를] 고따마 존자께서는 추측하실 수 있습니까?”
“바라문이여, 적절하지 않은 곳에 태어났더라도 [보시의 결과를] 추측할 수 있다.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간탐하고,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차있고, 그릇된 견해를 가진다. 그러나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과 탈 것과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과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한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코끼리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먹을 것과 마실 것과 화환과 같은 여러 장신구를 얻는다.
바라문이여, 이 경우에 그가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간탐하고,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차있고, 그릇된 견해를 가졌기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코끼리들의 동료로 태어났으며, 그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과 탈 것과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과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했기 때문에 그는 거기서 먹을 것과 마실 것과 화환과 같은 여러 장신구를 얻는 것이다.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간탐하고,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차있고, 그릇된 견해를 가진다.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과 탈 것과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과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한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말들의 동료로 … 소들의 동료로 … 개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먹을 것과 마실 것과 화환과 같은 여러 장신구를 얻는다.
바라문이여, 이 경우에 그가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삿된 음행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중상모략을 하고, 욕설을 하고, 잡담을 하고, 간탐하고, 마음이 악의로 가득 차있고, 그릇된 견해를 가졌기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개들의 동료로 태어났으며, 그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과 탈 것과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과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했기 때문에 그는 거기서 먹을 것과 마실 것과 화환과 같은 여러 장신구를 얻는 것이다.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주지 않은 것을 가지는 것을 멀리 여의고, 삿된 음행을 멀리 여의고, 거짓말을 멀리 여의고, 중상모략을 멀리 여의고, 욕설을 멀리 여의고, 잡담을 멀리 여의고, 간탐하지 않고, 마음에 악의가 없고, 바른 견해를 가진다.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입을 것과 탈 것과 화환과 향수와 화장품과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한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인간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인간들에 속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을 얻는다.
바라문이여, 이 경우는 그가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 바른 견해를 가졌기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인간들의 동료로 태어났으며, 그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했기 때문에 그는 거기서 인간들에 속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들을 얻는 것이다.
바라문이여, 여기 어떤 자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 바른 견해를 가진다.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한다.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 그는 거기서 신들에 속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들을 얻는다.
바라문이여, 이 경우에 그는 생명을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 바른 견해를 가졌기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져 죽은 뒤에 신들의 동료로 태어났으며, 그가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과 … 침상과 숙소와 불 밝힐 것을 보시했기 때문에 그는 거기서 신들에 속하는 다섯 가닥의 감각적 욕망들을 얻은 것이다.
바라문이여, 이처럼 어떤 경우에도 보시자에게는 결실이 없지 않다.”
8.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놀랍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보시를 하는 것은 충분하고 조령제(祖靈祭)를 지내는 것도 충분합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도 보시자에게는 결실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여, 참으로 그러하다. 어떤 경우에도 보시자에게는 결실이 없지 않다.”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경이롭습니다, 고따마 존자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시듯, 고따마 존자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고따마 존자께 귀의하옵고 법과 비구 승가에 귀의합니다. 고따마 존자께서는 저를 재가신자로 받아주소서. 오늘부터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귀의하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6권(대림스님, 초기불전연구원, 2007년) p.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