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빠찟띠 경(S11:4)
Vepacitti-sutta
2.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 “비구들이여, 옛날에 신과 아수라들 간에 전쟁이 있었다. 그때 아수라의 왕 웨빠찟띠는 아수라들을 불러서 말했다.
‘존자들이여, 만일 신과 아수라들 간에 전쟁이 발발하여 아수라들이 이기고 신들이 패하면 신들의 왕 삭까의 사지와 목을 밧줄로 묶어서 아수라들의 도시에 있는 내 곁으로 데려오시오.’
비구들이여, 신들의 왕 삭까도 삼십삼천의 신들을 불러서 말했다.
‘존자들이여, 만일 신과 아수라들 간에 전쟁이 발발하여 신들이 이기고 아수라들이 패하면 아수라의 왕 웨빠찟띠의 사지와 목을 밧줄로 묶어서 수담마 의회에 있는 내 곁으로 데려오시오.’”
4. “비구들이여, 그 전쟁에서 신들이 이기고 아수라들이 패했다. 비구들이여, 그러자 삼십삼천의 신들은 아수라의 왕 웨빠찟띠의 사지와 목을 밧줄로 묶어서 수담마 의회에 있는 신들의 왕 삭까의 곁으로 데리고 갔다. 비구들이여, 참으로 거기서 신들의 왕 삭까가 수담마 의회에 들어오고 나갈 때 마다 아수라의 왕 웨빠찟띠는 사지와 목이 밧줄로 묶인 채로 오만불손하고 거친 말로 신들의 왕 삭까를 욕하고 비난하였다.”
5. 비구들이여, 그러자 마부 마딸리가 신들의 왕 삭까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웨빠찟띠와 대면하여 그의 거친 말 듣는데도
두려움과 겁약함 때문에 참으십니까, 마가완이여.”*
*주: 마가완은 신들의 왕 삭까의 이름임.
6. [삭까]
“웨빠찟띠를 참는 것은 두려움과 겁약함 때문이 아니다.
나와 같은 지혜로운 자가 어리석은 자와 전쟁할까?”
7. [마딸리]
“제어하는 자 아무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 더욱더 화를 내기 마련
그러므로 엄하고 혹독한 벌로
현자는 어리석은 자를 다스려야 합니다.”
8. [삭까]
“나의 적이 성난 것을 알면
사띠를 확립하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어리석은 자를 다스리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노라.”
9. [마딸리]
“와사와여, 인내하는 것에 대해
저는 이런 허물을 봅니다.
‘두려움 때문에 나를 견디는구나.’라고
어리석은 자가 일단 이렇게 생각하면
멍청한 그 자는 더욱 날뛰옵니다.
도망치는 자에게 소가 더욱 그러하듯.”
10. [삭까]
“‘두려움 때문에 나를 견디는구나.’라고
그가 생각하든 아니든
자기의 최상의 이익들 가운데
인욕보다 뛰어난 것 어디에도 없도다.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 대해서
감내하고 참는 것
그것이 최상의 인욕이라 말하나니
힘없는 자는 항상 인욕해야 하도다.
어리석은 자의 힘은
힘이 아니라고 말하도다.
정의로움(법)을 보호하는 힘 있는 자는
아무에게도 비난받지 않도다.
화내는 자에게 다시 화를 내면
그 때문에 그가 사악해지지만
화내는 자에게 다시 화내지 않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로다.
남이 성난 것 알면 사띠를 확립하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과 남 둘 다의 이익을 실천하는 것이라네.
자신과 남 둘 다를 치유하는 것을 두고
바른 법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생각하도다.”
11. “비구들이여, 이처럼 참으로 신들의 왕 삭까는 자신의 공덕의 결실로 삶을 영위하면서 삼십삼천의 신들에 대한 통치권을 가져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그런 그도 인욕과 온화함을 칭송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그대들은 이처럼 잘 설해진 법과 율에 출가하여 인욕을 닦아야 하고 온화함을 닦아야 하나니, 이보다 더 그대들에게 어울리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출처:
각묵 스님 옮김, 『상윳따 니까야 1』, 초기불전연구원, 2009, 706-710쪽.